패배의 요인
어제랑 똑같네요. LG가 강했습니다. 끗.

득점권에서의 집중력 차이가 승부를 가르다.
오늘 KIA 선발은 최근 엄청난 호투를 하고 있던 네일이었습니다. 그런데 1회 시작하자마자 신민재가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갔고, 문성주를 상대로 0볼 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스위퍼가 몸쪽 높게 들어갔는데 실투가 아닌 공이었음에도 문성주의 스윙에 걸려서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이 됐죠. 최근 LG의 분위기가 얼마나 좋은 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었어요.
문성주가 홈런 타자도 아니고(시즌 2호) 네일이 못 던진 공도 아닌데 그게 담장을 넘어갔고, 2회 실점도 똑같습니다. 실투가 거의 없던 네일의 실투가 2개 들어갔는데 첫 번째 실투가 박동원의 2루타가 됐고, 두 번째 실투가 천성호의 적시타가 됐습니다. 이때까지 LG는 주자가 득점권에 나가면 어떻게든 득점을 성공시키는 '클래스'를 보여줬어요.
5회에 네일이 한꺼번에 3실점(2자책)할 때도 LG의 집중력이 좋았죠. 천성호(트레이드 루머 있었을 때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가 안타 치고 나가고, 박해민의 번트. 그리고 신민재의 타구가 3루수 위즈덤의 정면에 갔는데 악송구를 저지르면서 추가 실점을 했고, 팀 분위기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는 지 그 이후에 문성주의 내야 안타, 그리고 오스틴을 상대로 네일의 스위퍼가 바깥쪽으로 잘 흘러 갔는데 그걸 오스틴이 힘을 실어 타구를 날렸고 우중간을 가르면서 또 실점을 합니다.
이어서 문보경까지 적시타를 치면서 6실점 째. LG에서는 한 번 잡은 찬스, 그리고 한 번의 틈이 나왔을 때 놓치지 않고 몰아 쳤는데, 이게 어제 경기랑 똑같아요. 오늘 네일 컨디션이 나빴던 것도 아니고, 수비에서 위즈덤의 미스가 있긴 했지만, 그 말고는 나름 탄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네일까지 무너뜨릴 정도면 LG 타선의 컨디션이 얼마나 좋은 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반면, KIA 타선은 집중력에서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였죠. 오늘 임찬규 상대로 출루는 많이 했습니다. 5.2이닝 동안 7개의 안타 4개의 사사구를 얻어 내면서 무려 11명이 주자로 나갔는데 홈에 들어 온 주자는 2명 뿐입니다. 찬스 상황에서 임찬규는 공격적으로 투구를 했는데, 타자들이 그런 공격적인 성향을 이겨내질 못 했죠.

똑같은 실수에도 돌아 오는 반응은 다르다.
오늘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2회에 문보경이 평범한 타구를 실책해서 2사 1, 3루 위기에 몰렸을 때입니다. 그런데 박동원이 김호령 타석에서 바깥쪽으로 빠져 앉더니 임찬규의 포심을 받자마자 1루에 송구해서 넋놓고 있던 김태군을 1루에서 잡았죠.
그리고 임찬규는 문보경을 보면서 웃으면서 똑바로 안 하냐는 식으로 말했고, 문보경도 멋쩍은 웃음을 지었죠. 실수를 했는데도 '괜찮아, 다음에 잘 하면 돼' 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모습이었어요. 문보경이 다음 이닝 또 실책했어도 결국 적시타 치면서 만회했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수가 두 번 반복되어선 안 되고, 실수를 가지고 갈구는 분위기가 되면 선수들의 분위기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 KIA에서 김태군의 주루사가 나오자, 이범호 감독은 다음 이닝에서 김태군을 교체해버렸죠. 그런데 황당한 건, 굳이 김태군을 이닝 교대 때 교체한 것이 아니라 신민재까지 상대하고 나서 교체를 했다는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또 쪽팔림을 느껴보라는 의미일까요?

개인적으로 이범호 감독이 작년에 우승을 거뒀는데 경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계약 기간은 지켜줘야죠. 우승을 한 감독인데 계약 기간도 안 지켜주면, 누가 KIA 감독을 하려고 할까요? KIA 팬들이 많아서 그만큼 극성팬들의 비율도 높은데 그런 목소리는 그냥 무시해도 됩니다. 현장이 판단해야 할 문제고요.
그런데 올해 유독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이 실수했을 때 덕아웃에서 표정이 안 좋습니다. 괜히 감독들이 선글라스를 끼고 무표정을 유지하는 게 아닐 겁니다. 물론, 제가 LG팬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염경엽 감독이 선수들이 못 한다고 인상 찌푸리는 장면은 잘 보질 못 했습니다. 아쉬워했을 지언정 말이죠. 그러니까 올해 우승시키고 고향팀으로 좀
이범호 감독도 올 시즌을 보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범호 감독은 리그에서 가장 젊은 감독이고, 감독 경험도 고작 2년차에 불과합니다. 첫 해 운 좋게 우승을 했으니, 자신의 실력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배우는 자세로 내년에 개선점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로 전 덕아웃에서 표정 변화라고 생각해요.
물론, 변화하기 쉽지 않겠죠. 그런데 아직도 위계질서가 어느 정도 있는 국내 무대에서 감독이 표정부터 망가져 있으면 선수들의 플레이는 주눅 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임찬규가 문보경을 보면서 웃으면서 '이 색히 똑바로 안 할래?ㅋㅋ' 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태군, 물론 잘못했죠. 팀이 안 좋은 상황에서 넋놓고 있다가 1루에서 아웃 당했으니까요. 근데 그럴 거면, 이닝 교대 때 앉히면 되죠. 왜 굳이 내보냈다가 '더 굴욕을 느끼라고' 경기 중에 교체를 했는 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정말 그런 의도로 했는 지, 아니면 교체할 거 잊고 있다가 했는 지는 감독 본인만 알겠지만요.
아무튼, 오늘 네일을 냈음에도 지면서 또 스윕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키움 전에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면서 또 연패가 길어지는 모양새인데, 8위까지 추락했으니 이제 9위도 멀지 않아 보이네요. 어제도 이야기했지만, 그냥 9위하고 팀에 부족한 우완 파이어볼러나 지명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젊은 좌완들도 올해 성장세는 커녕 퇴보만 했으니 좌우완 가리지 말고 공 빠른 선수 위주로 많이 뽑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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