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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KIA : KT - 히히! 실책 파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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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ore 2024. 5. 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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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실책을 5개나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특정 선수만 수비에서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라 우익수 빼고는 죄다 수비에서 실책성 플레이를 저질렀습니다. 심지어 투수마저도요. 그럼 실책 상황을 정리해볼까요?

 

 

투수 네일 : 2루 악송구

 

3회 1사 1루, 천성호 상대로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투수 땅볼 유도 잘 했는데, 병살 욕심으로 너무 급하게 송구했습니다. 타구가 많이 빗맞아서 네일이 잡은 순간 이미 천성호는 1루에 거의 다 갔어요. 1루 주자만 완벽하게 잡는다고 생각하고 송구를 해야죠. 제대로 공을 쥐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던지는 바람에 2사 1루가 될 상황이 1사 1, 3루가 되었습니다. 네일이 마이너리그에서 골든글러브를 받았을 정도로 수비가 좋은 선수로 알고 있는데, 3회 송구 미스는 여러모로 병살 잡으려는 욕심이 과했죠.

 

솔직히, 오늘 네일 초반 공 보고 이겼다고 생각했습니다. KT 타선이 아무리 강력해도 투심 무브먼트가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문제는 네일의 투심이 너무 위력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냐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투심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움직임이 많아서, 타자들의 방망이가 빗맞는 경우가 많아 강한 땅볼 타구가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네일이 등판할 때는 내야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요. 땅볼이 정말 많이 나오니까요.

 

그리고 네일은 가급적 고척돔 등판은 자제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고척돔은 인조 잔디 특성 상 땅볼 타구가 나오면 가속력을 받습니다. 그래서 네일 같은 땅볼 유도형 투심 투수는 평범한 땅볼이 안타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고척돔 등판을 일부러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내야수들이 조금 더 집중력을 보이거나 수비 정면으로 가기만을 정한수 떠다 놓고 빌 수밖에 없죠.

 

 

유격수 박찬호 : 잘 잡고 1루 악송구, 1루수 이우성 바운드 송구 포구 실패

 

3회 1사 1, 3루 상황에서 현재 KBO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고, KBO에서 가장 빠른 스윙을 하고 있는 강백호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강백호는 네일의 3구째 체인지업을 받아 쳤고, 중전 안타성이었는데, 박찬호가 날렵하게 몸을 날려 강백호의 안타성 타구를 잘 잡고 일어서서 2루 베이스를 밟았습니다. 

 

문제는 확실한 병살타 처리를 위해 송구를 너무 강하게 하려다 보니 악송구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강백호 발이 엄청 빠른 편도 아니고, 타구가 워낙 강해서 그렇게까지 빠르고 강하게 던질 필요가 없었죠. 너무 과욕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송구가 바운드가 됐고요.

 

그리고 이 송구를 1루수 이우성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 했죠. 제가 시즌 전부터 이우성 1루수가 시한 폭탄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KBO는 기형적으로 많은 수의 우투좌타를 양성하면서 반대급부로 우타 거포 유망주들의 씨가 말랐죠. 반대로 좌타자들이 늘어났기에 1루수들의 수비력이 그만큼 중요해졌습니다. 

 

작년까지 주로 외야수로만 뛰던 이우성이 기대 이상으로 1루 수비를 잘 해주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전문 1루수가 아니라서 수비에서 종종 아쉬운 모습이 노출되고 있죠. 네일이나 박찬호의 악송구야 선수들의 운동 능력 문제가 아니라 과욕이 불러일으킨 참사라면, 이우성의 1루수 바운드 포구 미스, 그리고 좌타자들의 애매한 타구가 나왔을 때 판단 미스는 큰 경기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좌익수 최형우 : 공격적인 수비가 안 됨

 

강백호의 타구가 병살타가 되지 않으면서 무실점으로 끝날 이닝이 계속 이어졌고, 로하스의 안타, 그리고 KIA 차 타다가 사고난 게 틀림없는 장성우의 적시타가 터졌죠. 바깥쪽에 커터가 제구가 정말 잘 됐는데, 장성우의 성의 없는(?) 스윙에 걸리면서 절묘한 안타가 됐습니다. 

 

이어서 김민혁이 네일의 투심을 잘 밀어쳐서 좌익수 쪽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보냈는데, 최형우가 공격적인 수비를 하지 않고 일찌감치 포구를 포기했죠. 사실, 최형우는 1회에도 아쉬운 수비가 나왔습니다. 강백호의 좌익수 2루타 때 수비가 좋은 외야수였다면 딱 하는 소리 나오자마자 뒤로 뛰어서 잡을 수도 있었던 수비였죠. 그런데 원래 최형우는 수비가 좋은 좌익수가 아닌데다가 아주 오랜만에 좌익수로 나왔기에 그런 고난도를 타구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김민혁의 안타나 강백호의 2루타, 모두 수비가 아주 좋은 외야수였다면 잡을 수도 있었던 타구여서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나성범이 지명으로 나오는 동안에는 최형우가 좌익수로 뛸 수밖에 없는데, 오늘 같은 수비면, 영 믿음이 안 가네요. 물론, 3회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잘 잡아주긴 했는데, 최형우에게 호수비를 기대할 순 없어 보입니다. 사고나 안 치길 바래야죠.

 

 

포수 한준수 : 포일과 블로킹 미스, 포구 미스

 

다른 선수의 실책에 묻혔는데(?) 2사 1, 2루 상황에서 네일의 4구째 스위퍼를 포구하지 못 하고 뒤로 흘린 한준수의 포일도 큰 실수죠. 이것 때문에 김도영 실책으로 1실점이 될 게 2실점이 되었으니까요. 한준수는 이 뿐만 아니라 오늘 경기 내내 블로킹이 제대로 안 되어서 추가 진루를 허용했고, 8회에 소크라테스의 말도 안 되는 포구 미스가 나왔을 때 홈 송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 하고 뒤로 흘리면서 타자 주자의 추가 진루까지 허용했습니다.

 

한준수가 김태군보다 확실히 공격력이 뛰어나긴 합니다. 오늘도 엄상백의 체인지업 실투를 놓치지 않고 시즌 첫 홈런을 치는 멋진 타격을 보였고요. 그런데 수비력은 확실히 더 갈고 닦아야 합니다. 주자 견제 능력까지 기대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블로킹은 확실하게 해줘야죠. 개인적으로 네일이 등판할 때는 한준수가 아니라 얼빠진 실수를 했지만, 김태군이 나오는 게 나아 보입니다. 워낙에 홈플레이트 근처에 투구 무브먼트가 심해서 경험이 적은 한준수가 따라가기엔 리스크가 있어 보여요. 네일이 그 실수 때문에 김태군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면, 김태군이랑 호흡을 맞추는 게 좋아 보입니다.

 

 

3루수 김도영 : 가장 최악의 실책

 

3:3 동점이 된 상황, 박병호가 네일의 스위퍼를 간신히 컨택하면서 매우 평범하디 평범한 3루 땅볼이 나왔습니다. 3:3 동점으로 이닝이 끝나야 하는 순간이었는데, 김도영이 바운드를 제대로 맞추지 못 해서, 아마추어급 수비 실수가 나왔죠. 이로써 김도영의 시즌 실책은 벌써 7개가 됐습니다. 홈런 30개, 도루 30개 하기도 전에 실책 30개를 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페이스입니다. 

 

사실, 이 실책만 아니었다면 따라갈 힘이 있었을텐데, 이 실책이 너무 결정타였죠. 여기에 시즌 내내 3루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도영이기에 더욱 걱정이 되는 실책이고요. 

 

타석에서도 오늘 너무 안 좋았죠. 지난 LG전부터, 이번 KT 3연전까지 상대 투수들이 변화구 위주로 던집니다. 오늘 김도영 타석에서 KT 투수들이 던진 직구는 딱 4개입니다. 엄상백에게 첫 두 타석 한가운데 들어오는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잇달아 했고, 3번째 타석에서는 체인지업 타이밍에 맞춰서 컨택은 했지만, 힘 없는 유격수 직선타. 마지막 타석에서는 김민의 슬라이더에 헛스윙 하면서 또 삼진을 당했죠.

 

김도영에게 가장 큰 고비가 찾아온 셈입니다. 투수들은 김도영을 상대할 때, 직구는 보여주기 식으로만 쓰고 존으로 던지는 승부구는 변화구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변화구는 모든 신인급 타자들이 어려워 하는 구질입니다. 그런데 오늘 엄상백에게 한가운데 체인지업 2개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모습은 좀 많이 실망스러웠죠. 경험이 해결해줄 문제이긴 한대, 변화구 공략에 대해 선수가 부담스러워 하면, 슬럼프도 길어질 것 같습니다.

 

 

2루수 서건창 : 화룡정점의 실책, 중견수 소크라테스 : 얼빠진 플레이

 

7회에 나온 서건창의 실책은, 오늘 경기 화려한 마침표를 찍는 수비 미스였죠. 김건형이 초구 투심을 건드려서 강한 땅볼이 나오긴 했는데 당연히 평범한 수비력을 갖춘 2루수라면 막아줬어야 할 타구입니다. 서건창 수비는 그냥 폭탄이에요. 그렇다고 김선빈도 수비가 좋은 2루수가 아니죠. 리드를 잡은 경기 후반에는 날랜 홍종표를 적극적으로 대수비로 투입해야 합니다. 

 

8회 소크라테스가 평범한 외야 플라이를 놓친 장면은 그냥 황당하네요. 아마추어 선수도 안 할 실수를 했습니다. 그냥 스코어 차이가 너무 커서 넋이 나갔나 봐요. 상대적으로 김호령은 9회에 김민혁의 2루타성 타구를 여유있게 잡아내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죠. 개인적으로 '외야 대수비'를 굳이 1군 엔트리에 둬야 하냐는 생각인데, 나성범, 최원준, 소크라테스 셋 다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 김호령이 후반에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종 정리 : KIA의 수비는 나아질 수 있을 것인가

 

오늘 수비에서 미스를 정리하면, 네일과 박찬호는 과욕이 부른 실수라고 할 수 있고, 이우성, 김도영, 한준수는 경험 미숙, 서건창은 운동 능력 부족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결국 폭탄은 유격수 제외 전 포지션이라고 봐야죠. 

 

시즌 조각부터 잘못되었던 게, 외국인 선수로 전문 1루수를 영입하지 않은 원죄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우성이 생각보다 1루수를 잘 봐주고 있지만 그건 기대치가 낮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죠. 김선빈도 올해 실책이 많고, 나이 듦에 따른 운동 능력 저하로 범위도 작습니다. 더블 플레이시에 공 빼는 동작도 굼 뜬 편이고요.

 

포수, 3루수의 경험 미숙도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워 보입니다. 그냥 올 시즌 KIA는 본프레레식 야구를 할 수밖에 없어 보이네요. 만약, 올해 KIA가 우승을 못 한다면 그건 수비 미스 때문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KT를 보니, 곧 상위권으로 도약할 기세네요. 작년이랑 똑같습니다. 올해는 불펜투수들의 피로 누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5월 되니까 신기하게 KT 불펜이 다 살아났습니다. KIA 타선이 리그 최강의 타선인데 이번 3연전에서 KT 불펜 상대로 고작 2점 뽑은 게 전부입니다. KT 불펜은 지난 주까지 리그 최악의 불펜이었는데 말이죠.

 

오늘 KT 불펜투수들 구위를 보니 김민수가 드디어 어깨 수술의 후유증을 딛고, 한창 때의 공을 회복했고, 손동현까지도 강력한 직구를 보더라인으로 꽂으면서 살아났습니다. 주권과 김민도 실점하긴 했어도, 김민은 150km/h을 훌쩍 상회하는 직구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아웃 카운트 죄다 삼진으로 잡았죠) 주권도 구속이 145km/h까지 회복했네요. 이 정도면 추격조로 떨어지는 구위가 아니죠. 원래 스트라이크는 잘 던졌고, 체인지업도 좋은 선수이니.

 

손동현, 김민수가 구위를 회복하면서, 이제 KT 불펜은 단단해졌습니다. 박영현까지 마무리를 잘 지켜주고 있고요. 선발진도 시즌 초에는 안 좋았는데, 벤자민 회복하고 오늘 엄상백까지 구위 회복하면서 올라오는 모양새죠. 여기에 소형준, 고영표가 건강하게 복귀하면 쿠에바스까지 포함해 KT 투수진은 선발과 불펜 모두 질적 양적으로 단단해집니다. (좌완 계투가 없는 게 유일한 흠)

 

KT 타선이야 못할 때도 리그 최고 수위급이죠. 게다가 문상철이 나이 33살에 포텐 터뜨리면서 강백호 - 로하스 - 문상철이라는 OPS 1.0이 넘는 클린업 구성까지 해버렸습니다. 천성호라는 깜짝 스타까지 튀어 나왔고, 김민혁도 정교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고요. 제 생각에 KT가 여름 들어서는 3위권까지는 치고 올라올 것 같습니다. 

 

 

이런 똥 같은 경기에 선수 단평은 생략.(최원준만 유일하게 공수에서 잘 함. 뭐, 공이 안 갔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