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요인
경기 초반 최승용의 갑작스러운 부상 이탈과 두산 윤태호의 뜬금없는 호투에 막혀서 6회까지 타자들은 이렇다 할 활약은 전혀 하지 못 했습니다. 여담으로 제가 두산에 우완 투수 조련사가 있다고 자주 언급하는데, 오늘 또 그러네요. 최민석이라는 뜬금 신인 우완 투수가 튀어나오더니, 윤태호 이름도 처음 들었고, 오늘 첫 등판을 무려 잠실 만원 관중 앞에서 하는데, 오늘 투구 보고 정민태의 재림인 줄 알았습니다.
윤태호가 오늘의 활약이 우연이 아니라면 두산은 곽빈에 뒤를 받쳐줄 우완 선발을 또 발굴하네요. 전력 분석이 안 된 탓도 있겠지만, 윤태호 던지는 거 보고, 간만에 커맨드와 구속을 모두 갖춘 투수를 본 것 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곽빈, 최민석, 윤태호까지... 앞으로 투수력으로 꾸준히 상위권 경쟁이 가능한 팀이 될 것 같습니다. 두산의 우완 투수 육성 시스템을 좀 훔쳐 와야... KIA는 필승조가 나와도 145km/h 간신히 넘기는데...
정해영, 이제는 마무리 투수에서 내려오고 군 문제부터 해결할 때
저는 올해 정해영이 스텝 업했다고 평가했었습니다. 올해 성적이 망가진 건 '운'이 안 따르고 있어서라고 생각했고요. 그동안 약점이었던 삼진율이 비약적으로 늘었고, 구속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시즌 포심 평균 구속이 145.5km/h에서 148km/h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구속만 올랐을 뿐, 무언가를 잃어 버린 것 같습니다. 포심의 피장타율이 작년 .495, 올해 .525로 더 나빠졌습니다. 전력분석팀이 분석을 해야 겠지만, 구속이 오른 대신 회전수를 잃었다거나 등 문제점이 있는 것 같아요. 구속이 오르고도 성적이 나빠진 케이스는 흔치 않은데 참 희한합니다.
문제는 오늘은 구속도 안 나왔다는 점이죠. 오늘 정해영 포심 평균 구속이 142.8km/h 밖에 안 나왔습니다. 올시즌 단 한 번도 경기당 포심 평균 구속이 145km/h 밑으로 찍힌 적이 없었는데 오늘 처음 찍었죠. 전 처음에 141km/h 나오는 게 스플리터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냥 포심이더군요. 아무래도 어디 아픈 것 같습니다.
코칭스태프에서도 구속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바로 바꿨는데 올라 온 투수가 조상우라는게... 조상우는 어제도 잠실 구장 덕분에 홈런 2방을 안 맞았지, 내용면에서는 좋다고 할 수가 없는 피칭이었죠. 그냥 타구 운이 좋아서 넘어간 거였어요. 아니나다를까, 2구째 147km/h 투심 한가운데 넣었다가 깔끔하게 라인선상 안으로 떨어지는 총알 타구 맞고 2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합니다.
정해영 본인에게는 안타깝고 아쉽겠지만, 이젠 군입대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본인은 국대 불펜투수로 나가서 군 문제를 해결하고 싶겠지만, 지금 국대 우완 불펜에 정해영 자리는 없습니다. 아래는 올 시즌 불펜 우완 투수들의 스탯티즈 WAR 입니다.(별로 좋아하는 스탯은 아니지만)
정해영의 올 시즌 WAR은 0.57 입니다. 국대 우완 불펜 우선순위는 조병현, 김원중, 김서현, 이로운, 정철원, 주승우 등이지 정해영은 자리가 없죠. 그냥 미련 가지지 말고, 시즌 끝나고 군대부터 다녀왔으면 합니다.
내년 마무리는 1순위로 전상현을 잡고 다시 짜봐야죠. 한재승도 잠재적인 후보지만, 한재승도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 상황이라 정해영이랑 손 잡고 갔으면 하지만, 팀에서 안 그럴 것 같네요.
그리고 조상우 트레이드는 명백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우승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지명권을 주면서 영입했지만, 제 아무리 올해 지명권이 다른 해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한 듯, 우승이 매우 힘들어진 상황에서는 그냥 픽만 날렸고, 조상우도 KIA에서 활약이 좋지 못 하죠. 딱 6월 한 달 잘해서 2위까지 치고 올라가는데 도움이 됐지만, 그때도 언터처블은 아니었어요. WHIP이 1.36이나 됐으니까요. 그냥 운이 좋았던 시기라고 봐야죠.
올 시즌 끝나면 KIA는 불펜을 다시 구성해야 할 겁니다. 설령 정해영이 군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고 해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구속과 삼진율은 올랐는데 왜 성적은 더 나빠졌는지 선수부터 코칭스태프까지 달라 붙어서 분석을 해야 할 겁니다.
아무튼 이런 점 때문에 작년 시즌 끝나고 김원중을 영입했어야 했다고 홀로 주장을 했었는데, 김원중이 롯데에 충성심을 보이면서, 영입하지 못 한 점도 조금 아쉽고 그러네요. 그리고 두산처럼 우완 정통파 강속구 투수를 공장처럼 찍어내야 합니다.
시즌 끝나면 정해영, 조상우 이름값에 얽매이지 말고, 구위가 좋은 선수들을 우선해서 기용을 했으면 하는데, 팀이 안 그럴 것 같아서 문제네요.
이의리의 호투에서 희망을 보다.
정해영이 경기를 망쳤지만, 그래도 이의리의 피칭을 보면서 희망을 봤습니다. (원래 못 하는 팀 팬들이 주로 찾는 게 '희망'인데) 오늘도 1회부터 수비가 안 도와주고 운이 안 따랐죠. 정수빈의 타구가 빗맞았는데 우익수 수비 범위가 좁은 관계로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절묘하게 빠져 나가는 3루타가 됐고 이게 선제 실점으로 연결됩니다.
이후에는 정말 잘 던졌죠. 무엇보다 고무적인 부분은 볼넷이 단 1개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오늘 등판이 부상 복귀 후 등판 경기 중 포심이 자기 맘대로 제구가 된 첫 날이 아닐까 싶었어요. 물론, 김태군은 몸쪽에 앉았는데 바깥쪽 높게 빠져 나가는 등 포수의 의도대로 투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런 공들에 정확한 타격을 하는 양의지, 박준순이 헛스윙 삼진을 당했죠. 구위가 압도적이니까요.
이의리는 제구만 잡으면 에이스 포텐입니다. 전, 정해영은 대체자가 많아서 국대 노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의리는 좌완 선발이라는 가치가 있죠. 손주영, 송승기, 오원석 같은 젊은 좌완 경쟁자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국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건강만 하다면 삼진 능력을 갖춘 선수이다보니, 오늘 같은 피칭만 10번의 등판 중 7번만 해도 국대 승선은 가능할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볼넷이 없었다는 점 외에도 긍정적인 부분이 변화구 구사 능력이죠. 4회에는 슬라이더가 안 꺾이고 계속 높은 쪽에서 형성되면서 실점하긴 했는데, 5회부터는 체인지업이 살아 나면서 두산 타자들을 계속 잡아 냈습니다. 이의리의 장점이라면 역시 이 체인지업이죠. 그리고 슬라이더와 커브도 전부 던질 줄 안다는 점도 이의리의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
여전히 제구에 있어서 큰 발전을 보이지 못 했지만, 이의리의 존재는 KIA에서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터지기만 하면 리그 에이스급 포텐이니까요. 올 시즌 복귀 후 성적이 안 좋았지만, 이건 재활 피칭을 2군이 아닌 1군에서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던지면서 본인의 투구 감각에 익숙해지다보면, 성적은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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