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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 KIA : NC - 좌투에 강한 NC, 그렇지 못한 KIA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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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이의리가 빠져서 김건국이 화요일/일요일 대체 선발로 들어갔는데 두 경기 다 지면서 선발이 밀리면, 경기도 잡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물론, 화요일 김건국은 제몫을 다 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만루 상황에서 나온 김주원의 2타점 2루타였는데, 그에 앞서 김형준 타석 때, 박준표가 투심을 우타자 몸쪽에 붙였어야 하는데(병살타 유도) 그런 컨트롤이 안 되면서 밀어내기를 내줬죠. 그런데 그때 박준표가 던진 2구째 커브볼이 ABS에서 볼로 판정하는 걸 보고, 사이드암 투수들은 ABS 때문에 멸망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거 안 잡아주면서 카운트 싸움을 어렵게 가져갔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ABS 높낮이를 좀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대로면 지금 KBO에서 낮은 존을 활용하는 사이드암 투수들은 버틸 수가 없어요. 물론, 규정집대로 적용한 거라고 하지만 사이드암 투수들, 언더핸드 투수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게 맞나 싶습니다. 낮은 쪽에서 존 아래를 물려가는 투구에 스트라이크 콜이 안 나오니, 버틸 수가 없죠. 지금 ABS 도입 이후, 잘 던지는 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반면, 우완 정통파... 특히, 커브가 주무기인 우완 투수들은 ABS 수혜를 잘 받을 것 같아요. 오늘 김시훈도 높은 쪽에서 떨어지는 커브 볼로 재미를 많이 봤죠. 대표적인 장면이 2회 무사 1루 풀카운트에서 한준수 상대로 던진 커브볼이 스트라이크 콜을 받으면서, 주자까지 잡혀서 더블 아웃으로 끝났죠. 타자들 입장에서 그 쪽 커브 볼 공략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타선 균형이 좋은 NC, 그렇지 못한 KIA

 

그리고 NC 타자들이 정말 잘 치네요. 타선에서 쉬운 타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KIA 타선도 마찬가지로 쉬운 타자가 없고, 그래서 김시훈이 많은 득점 지원에도 불구하고 5회도 못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왼손 김영규가 등판하자마자 왼손타자들이 죄다 봉쇄당하며 추가 득점을 더 이상 올리지 못 했죠. 김영규가 등판해서 2이닝 동안 안타 하나 맞은 게 우타자 김선빈 뿐이고, 최형우는 삼진, 서건창과 소크라테스는 병살로 잡았죠. 올 시즌 KIA 타선이 강하긴 한대, 왼손투수만 나오면 봉쇄당하는 건 시즌 내내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반면, NC는 타선 좌우 균형이 좋아서 우투와 좌투를 가리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KBO에서 왼손투수를 가장 잘 공략하는 팀이 NC입니다. 박민우, 손아섭 같은 정확성이 뛰어난 좌타자들도 있지만, 박건우, 권희동, 데이비슨, 서호철, 김성욱 같은 우타자들이 왼손투수를 맛있게 사냥하고 있죠. 대표적인 장면이 외국인 타자 데이비슨이 친 쓰리런입니다. 김사윤의 잘 제구된 바깥쪽 변화구를 강하게 밀어서 담장을 훌쩍 넘겼죠. 현재 데이비슨의 좌투 상대 OPS가 1.367이나 됩니다. 김성욱, 박건우는 좌투 상대로 OPS 1.0 가까이 치고 있고요. 반면 KIA 타선에서 왼손투수 상대 OPS .800 이상 치는 타자가 김도영, 이창진 딱 둘 뿐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최근 살아나고 있는 건 맞습니다. 오늘도 김시훈에게 홈런을 치기도 했고요. 그런데 왼손투수 약점은 절대로 안 없어질 타자죠. 오늘도 김영규 상대로는 제대로 된 스윙 조차 못 합니다.(좌투 상대 OPS .525) 사실, 소크라테스보다 더 심각한 건 최형우죠. 김영규가 던지는 직구, 변화구에 타이밍이 전혀 안 맞고, 좌투 상대 OPS가 .449 입니다. 현재 팀이 잘 나가고 있으니 이범호 감독이 변화를 크게 주지 않는 건 존중하는데, 최형우가 계속 왼손투수 상대로 좋은 모습이 안 나오면, 플래툰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이런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선수 본인이 스스로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하지 않으면, 최형우를 좌투수 선발 시 중심 타선에서 내리거나 빼는 결정이 빨리 나올 것 같진 않습니다. 

 

오늘 경기, 딱히 왼손투수 공략을 못 해서 진 것도 아니고 투수들이 NC 방망이를 이겨내지 못한 것 뿐이라(무실점 투수가 박준표 말곤 한 명도 없음) 경기 운영이나 선수들 기량을 의심하고 싶진 않습니다. 오히려 김사윤은 데이비슨에게 맞은 홈런 말고는 매우 좋은 투구를 했다고 생각하고요. 그 바깥쪽 변화구를 넘길 수 있는 건 오로지 리그에 데이비슨 말곤 없을 거에요. 일본에서도 19개의 홈런을 쳤는데, KBO에서 그 정도 공은 쉽게 보이겠죠. 

 

필승조인 이준영이나 장현식도 못 던졌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김형준, 김주원이 정말 잘 쳤어요. 김형준은 앞으로 양의지의 길을 걸어갈 것 같고(제가 한화 팬이면 정우람-김형준 트레이드 무산된 거 미치고 팔짝 뛸 듯), 김주원은 지금까지 내내 부진했는데, 장현식 상대로 직구와 변화구 다 정확한 타이밍으로 커트하는 거 보고 쉽지 않을 거라고 봤는데, 실투 변화구를 놓치지 않고 넘겨 버렸네요. 그만큼 오늘 NC 타자들 방망이 컨디션이 바짝 서 있었고, 이런 경기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타격감 좋다면서, 주말 3연전 안타 1개 쳤나? 이젠 9번으로 갈 때다.
  • 김도영 - 오늘도 계속된 홈런 공장, 심판이 도와줘서 도루에 득점까지.
  • 이우성 - 상대 선발에게 승리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잘 해줬다.
  • 김호령 - 굳이 외야 대수비를 위해서 1군 엔트리에 둘 필요가 있을까?
  • 김선빈 - 안타 2개 치면서 타격감 조율, 그러나 1회 추가 득점 찬스에서 범타는 아쉽다.
  • 서건창 - 타구질도 좋고 선구안도 좋았는데, 운이 안 좋았네
  • 한준수 - 수비에서 확실히 가다듬어야 할 게 많다. 2회에 삼진도 아쉬움.
  • 최원준 - 3회에 보여준 멋진 홈송구는 상대 팀들에게 강하게 인상을 주었을 것.
  • 김건국 - 너무나도 신중한 피칭
  • 박준표 - ABS가 안 도와줬어도, 투심을 낮게 못 던지면 2군 가야지
  • 이준영 - 안타 1개 맞았는데, 그게 너무나도 운이 안 따랐음
  • 장현식 - 삼진 잡는 능력은 확실했고 실투도 3개 뿐인데, 그게 다 장타였을 뿐.
  • 곽도규 - 좌투 저승사자에게 안타 맞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볼넷 2개가 문제다.
  • 김사윤 - 오늘 투구만 보면, 곽도규랑 바톤 터치해도 될 정도
  • 김현수 - 제구가 좋고 구위가 나쁜 선수였는데, 구위는 한 칸 업, 제구는 세 칸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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