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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KIA : LG - 에이스 크로우, 한준수와 홍종표의 깜짝 활약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4. 1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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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오늘 경기 투타에서 LG를 압도하며 6년 만에 광주에서 LG를 스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승리의 요인은 '크로우, 한준수, 홍종표' 이렇게 세 선수를 꼽을 수 있죠. 화요일 네일의 호투에 질 수 없다는 듯이 크로우가 6이닝을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비자책 2실점으로 막았고, 타선에서는 한준수가 3타수 3안타(2개의 2루타), 박찬호, 박민의 잇단 부상으로 오늘 처음 1군에 등록된 홍종표가 3타수 2안타의 깜짝 활약을 하면서 되는 집안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경기는 이겼지만, 수비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런데 오늘도 수비 문제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첫 타자 홍창기의 안타부터 소크라테스의 실책성 플레이고, 크로우의 1루 견제 악송구도 이우성이 잡아줬어야 했습니다. 그걸로 선취점을 내주고, 김현수의 1루 강습 타구를 이우성이 알을 까면서 2점째 실점을 했죠. 1회에 크로우가 안타 2개를 허용하긴 했지만, 홍창기와 박해민의 안타는 배럴 타구라고 부르긴 어려웠고, 1회에 크로우가 허용한 배럴 타구는 제가 가장 탐내 하는 타자 오스틴의 병살타였습니다. 1회에 수비가 안 도와준 게 하늘이 불쌍했는지, 총알 같은 땅볼 타구를 유격수 정면으로 가게 해줬죠.

 

1회 이후에도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가 계속 나왔습니다. 5회 크로우가 위기에 몰렸던 것도 수비 미스입니다. 2사 이후에 신민재(오늘 LG 타자 중 가장 집중력이 좋았음)가 끈질긴 승부(바깥쪽 제구 잘 된 체인지업 커트하는 거 보고 혀를 내둘렀네요) 끝에 볼넷을 걸어 나갔고, 홍창기의 비교적 잘 맞은 땅볼 타구가 2루수 옆으로 향했는데 서건창이 다이빙 캐치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 안타를 만들어줬죠. 수비력이 좋은 2루수라만 33.5%의 확률로 잡을 수 있었던 타구로 봤습니다.

 

8회 2실점도 실책 때문이죠. 1사 1, 2루에서 문보경이 친 초구 파울은 소크라테스가 잡을 수 있었던 타구였는데, 펜스를 의식하다가 공을 잡지 못 했고(잡았으면 호수비지만, 평균적인 수비력을 가진 외야수라면 55.1%의 확률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펜스가 익숙한 홈구장인데?) 문보경의 중견수 플라이 때, 김호령이 송구 과정에서 공을 떨어뜨리면서 1루 주자가 2루까지 갈 수 있었죠.

 

이어서 오지환의 빠른 땅볼 타구가 2루수 앞으로 갔는데, 이 타구마저 교체로 들어 온 김선빈이 포구를 하질 못 했습니다. 빠른 타구라서 쉽지 않긴 했지만, 역시 평균적인 수비력을 갖춘 2루수라면 78.9%의 확률로 잡을 수 있었던 타구였습니다. (혹시 오해하실까봐 첨언하자면, 수비 확률 %는 제 뇌피셜입니다. 전, 야구 전문가가 아니라능) 이형범의 투구가 안 좋기도 했지만, 김선빈이 수비만 잘 했으면 2실점이 될 게 무실점이 될 수 있었고, 김호령이 공을 안 흘렸으면 1실점으로 그칠 수 있었죠. 그러면서 최지민을 굳이 주말 3연전 앞두고 소모했습니다. 최지민은 비교적 오래 쉬긴 했지만요.

 

팀이 잘 나가고 있는 건 맞는데, 수비 실책이 너무 많습니다.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죠. 박찬호가 빠진 현재 내야에 수비력을 믿고 맡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서건창은 200안타를 치던 전성기 시절의 타격폼을 보여주고 있긴 한대, 2루 수비 능력은 단언컨대 10개 구단 최악(송구 동작도 굼뜨고, 포구 타이밍도 못 잡음) 수준이고, 김선빈은 살 뺐더니 글러브 들 힘이 떨어졌는지, 수비 범위는 지난 해보다 좋아졌지만 포구가 안 되고 있습니다. 

 

1루수도 현재까지 이우성이 잘 해주고 있다지만, 오늘도 전문 1루수 답지 않은 모습이 노출됐죠. 크로우의 빠른 견제를 뒤로 흘렸고, 김현수의 평범하디 평범한 타구를 바운드 맞추지 못 하면서 뒤로 알을 깠습니다. 1루수 자리의 문제라면, 대수비도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수비 강화를 위해서 이우성이 외야로 가고, 전문 1루수가 들어와야 하는데, 현재 서건창이 들어 오고 있죠. 서건창은 키가 작아서 1루수로는 아무래도 불리합니다. 그냥 방망이가 좋으니까 쓰는 거죠. 

 

그래서, 전 지금이라도 빨리 KIA는 오스틴 같은 우타 거포 1루수 타입의 스카우트 목록을 만들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가 5월에 대폭발하더라도, 우타 1루수로 바꿔야 합니다. 우리 팀에 필요한 건 WRC+ 120을 치는 '좌익수' 외국인 타자가 아니라 WRC+ 140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1루수' 외국인 타자입니다. 현재 팀이 잘 나가고 있는 건 맞지만, 수비 밸런스와 타선의 좌우 밸런스, 최형우의 노쇠화와 나성범의 부상으로 약해진 장타력 보강을 위해 '우타 거포 1루수'가 정말 간절합니다.(오스틴 데려오려면 얼마면 되나요?

 

 

크로우, 무엇이 달라졌을까

 

크로우가 오늘 굉장히 좋은 투구를 해줬습니다. 수비만 받쳐 줬으면 7이닝도 가능했을 거에요. 오늘 특히 좋았던 점은 '스태미너' 입니다. 지난 등판에서는 투구 수가 70-80개에 이르면, 제구력이 급격히 나빠지고 속구의 구속도 떨어졌는데, 오늘은 마지막으로 던진 빠른 공도 148km/h까지 나왔고, 제구력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화요일에 던진 네일도 그렇고, 오늘 크로우도 그렇고 한계 투구수를 점차 늘리는 모양새네요. 둘 다 최근에는 선발보다는 불펜 경험이 많다 보니,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질 거라 기대해 봅니다.

 

크로우 오늘 피칭 디자인에서 달라진 점이 있죠. 빠른 공은 셋업 피치로만 활용하고 변화구(슬라이더, 체인지업 등)를 결정구로 활용했습니다. 대부분의 삼진이 슬라이더로 나왔고요. 빠른 공을 셋업 피치로만 활용하는 이유는 크로우의 빠른 공이 생각보다 공략을 잘 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궁금해서 기록을 찾아보니 정작 포심 피안타율은 .188에 불과하네요? 오히려 오늘 결정구로 사용한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이 .308, 피장타율이 .538입니다. 기록이랑 체감은 조금 다르네요.

 

여튼, 오늘 빠른 공은 적극적으로 존 안에 넣기 보다는 보더라인에 넣는 데 집중했고, 불리한 카운트마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로 LG 타선을 잡았습니다. 슬라이더가 네일의 스위퍼(또는 슬러브)보다 휘어지는 각은 덜 한대, 떨어지는 낙폭은 조금 빠른 느낌입니다. 좌타자 몸쪽 낮게, 우타자 바깥쪽 낮게 꾸준히 던질 수만 있으면, 많은 삼진을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크로우가 리그 최고의 정확성을 자랑하는 LG 타선을 상대로 8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면서, 꽤 긍정적인 기대를 걸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초 네일보다는 크로우를 1선발로 생각하고 영입했고, 크로우 본인도 2시즌 이상 메이저리거로 활약했으니, 오늘처럼 KBO 무대를 가볍게 보지 않고 신중한 피칭을 계속 보여준다면, 1선발로 부족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선수 단평

 

  • 김도영 - 6회 2루타는 레이저 나가는 줄... 전반적으로 타구들을 잘 띄우고 있어 많은 장타가 기대됨 
  • 서건창 - 200안타의 향기가... 그러나 수비는 나아질 거란 기대가 안 됨
  • 이우성 - 4회 병살타만 아니었으면 더 쉽게 경기를 가져갈 수 있었는데...
  • 최형우 - 누가 낡았다고?
  • 소크라테스 - 타격감은 확실히 올라오는 중, 그런데 좌익수로 가서 그런 수비는 곤.란.
  • 최원준 - 찬스에서 적시타는 안 나왔지만, 볼도 잘 고르고 뱃 컨트롤은 여전히 좋다. 올해 현재까지 삼진 단 1개인 거 실화? 
  • 이창진 - 한 가운데 빠른 공도 못 치면, 1군에 왜 있어야 할까?
  • 김호령 - 한 가운데 빠른 공도 못 치고, 수비도 못 하면 1군에 왜 있어야 할까?
  • 한준수 - 3안타 쳐서 욕심이 날 법한대 가벼운 스윙으로 희생타 만든 모습이 가장 좋았음.
  • 홍종표 - 컨택 재능은 확실하다. 관건은 유격수에서 사고를 치느냐 안 치느냐
  • 전상현 - 탄성이 절로 나오는 컨트롤, 안타 1개 맞은 것도 코스 안타
  • 이형범 - 제구력과 투심으로 먹고 사는 선수가, 5점 차이에서 볼넷을 내준 건 2군으로 가는 익스프레스 패스
  • 최지민 - 공은 더 빨라졌는데, 안정감은 나빠졌다. 9회 홍창기 타구는 운이 따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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