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KIA는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을 1군 엔트리에서 뺐고, 삼성은 구자욱, 김지찬, 이재현, 강민호을 라인업에서 제외했습니다. 두 팀 다 '승부에는 관심 없다' 라인업이었죠. 결국, 양 팀 다 옥석 가리기 모드였고, KIA만 투수 쪽에 그동안 승리계투조들이 등판을 안 한 지라 오랜만에 짧게 던지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차이가 승부의 차이를 만들었고요.(장현식, 전상현, 곽도규, 정해영을 다 쓰는 건 반칙이지...)
오늘도 선수 위주로 짧게 리뷰 올립니다.
김도영 - 3타수 3안타 1홈런 1볼넷 1도루 3득점
첫 타석부터 이승민의 변화구 타이밍을 정확하게 캐치해서 요즘 계속 보내고 있는 중앙 담장을 훌쩍 넘겼습니다. 선수가 감이 가장 좋을 때 타구가 중앙으로 간다고 하죠. 그만큼 김도영의 타격감이 좋다는 뜻이고 앞으로 5경기 남았고, 매 경기 4.5타석 정도 들어선다고 치면(오늘 13안타 쳤는데 4타석이 말이 되는 지...) 25타석 정도 기회가 갈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김도영 40-40 못 해도 전 크게 개의치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 김도영은 야구 할 날이 많은 선수이니까요. 그래서 38홈런으로 시즌 마감해도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머지 25타석에서 홈런 2개를 못 칠까? 라는 생각이 안 들면 거짓말이겠죠.
감독도 1번에 지명타자로 내보내고 있으니 선수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게다가 남은 5경기가 모두 순위 싸움과 큰 관계가 없는(그나마 롯데 정도인데 내일 당장 끝날 수도 있어 보이는...) 팀들이라서 상대 팀에서 강한 투수가 나오지도 않는 건 좋은 기회죠. 언제든지 40-40을 할 수 있는 기량의 선수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래도 올해가 가장 좋은 기회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남은 25타석 정도에서 홈런 2개 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윤도현 - 4타수 3안타 1득점 1타점
팬들 사이에서 가장 기대가 큰 유망주 선수죠. 그도 그럴 게 연습경기 때 성적이 너무 좋아서 큰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립서비스에 가깝지만, 김도영이 인정한 재능이라고 하니 팬들이 더욱 기대를 합니다. 그리고 오늘 올 시즌 첫 1군 무대에 2번 타자 3루수로 출장해서 3안타로 팬들의 눈동장을 찍었죠.
다만, 오늘 타구는 운이 따르기도 했습니다. 당장에 첫 안타와 두 번째 타석 안타는 코스 안타에 가깝고, 정말 좋은 타이밍에서 나온 안타는 3번째 타석이었어요. 하지만 그동안 부상 때문에 운이 없었던 선수였기에 이 정도 운은 따르는 게 당연하죠. 액땜한 게 있으니까요.
사실, 올해 윤도현의 퓨처스 리그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빈말로도 절대 좋다고 할 수 없는 기록이죠. 다만, 올해 기록은 정상 참작을 해줄 수 있는 게 큰 부상을 당하고 실전 감각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온 기록이라는 점이죠. 몸이 정상이 아닌데 좋은 기록이 나오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주목할 부분은 삼진율은 낮은 편이라는 점이고, 19개의 안타 중 2루타가 6개면 장타 비율도 낮지 않습니다. 출루율이 낮은 것도 이해할 수 있는 게, 퓨처스에서는 볼넷 걸어나가는 것보다는 존에 오는 공을 쳐서 타격을 하는 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3안타 활약으로 팬들 사이에서는 벌써 한국시리즈 엔트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중인데, 현실적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 포함은 남은 경기에서 홈런 1~2개 치고, 수비와 주루에서 이상 없는 모습을 보여야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주전 라인업은 1루수 자리 빼고는 단단하게 구성이 되어 있는데 윤도현은 수비와 주루에서 강점이 있는 타입이 아니다보니(물론, 수비와 주루에서 강점이 있을 순 있습니다만, 이건 보여준 게 없으니 판단 유보입니다.) '장타' 하나만 보고 엔트리에 넣을 순 없죠. 수비, 주루가 뒷받침이 안 되면 김규성이 더 쓰임새가 있습니다. 최근 구설수에 올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홍종표가 1군 경험과 수비/주루 능력만으로도 들어갈만한 선수고요.
다만, 남은 경기에서 계속 안타 열심히 치고 수비와 주루에서 누수를 보이지 않으면 깜짝 발탁이 될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경쟁해야 할 선수는 홍종표, 김규성 같은 내야 백업 자원들일 것 같은데, 감독이 어떤 판단을 할 지 모르겠네요. 일단, 주어진 5경기에서 더 좋은 활약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윤영철 - 3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오늘 오랜만에 윤영철이 등판한 것도 관전 포인트였죠. 한국시리즈 4선발 후보가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요. 사실, 황동하, 김도현, 윤영철 다 고만고만하다고 판단하지만, 그래도 선발 경험 더 많은 윤영철이 정상 컨디션이라면 더 좋은 카드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등판이라서 그런지 오늘 공이 정말 좋았죠. 포심의 구속은 여전히 140km/h을 넘지 못 했지만,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가 포심 타이밍에 맞아도 땅볼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공의 회전력이 좋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포심(구사율 35.1%) 구속은 부차적인 부분이고, 오늘 슬라이더(21.6%), 커터(21.6%), 체인지업(13.5%), 커브(5.4%)를 다양하게 던지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어냈죠. 오늘처럼 모든 구종이 존 근처에서 제구가 된다면 공략하기 정말 어려울 겁니다.
가장 인상적인 삼진은 김영웅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 낸 포심이었습니다. 바깥쪽 가장 높은 ABS 존으로 집어 넣었는데, 이 쪽을 더 정확하고 꾸준하게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정말 유용한 무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오늘 건강하게 잘 던져줘서 한국시리즈 투수 운용에 있어서도 큰 힘이 될 것 같네요.
김기훈 - 1.2이닝 0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곽도규를 제외하면 오늘 불펜에서 가장 좋은 공을 던진 왼손 투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두산 전에서는 안 좋았는데 그때는 1루심의 보크 억까가 컸고(그 보크 아니었으면 그냥 공수교대로 무실점이었죠) 오늘은 삼성 타선을 상대로 자신있게 포심과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면서 투구 이닝보다 많은 3개의 탈삼진을 만들어 내는 닥터 K의 모습을 보였죠.
김기훈이 정말 제구를 잡은 걸까요? 주자가 없을 때 피칭은 정말 좋습니다. 김기훈 현재 투구폼의 문제는 슬라이드 스텝이 느리다는 점인데, 그 부분 개선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올 시즌은 일단 타자 잡는 데에만 주력해도 한국시리즈에서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올해 삼성 상대로 3경기 등판 5.0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피안타율 .063, 피OPS .181을 기록하며 압도하고 있습니다. 삼성 타자들과 상성에 있어서 좋은 것 같은데, 한국시리즈 상대가 삼성이라면 김기훈도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 올해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기용하고, 주자가 나가면 투수를 교체해야겠죠.
최지민 - 1.2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자책
오늘 이범호 감독이 테스트한 선수는 윤영철과 최지민 두 명이었습니다. 윤영철은 대만족이었지만, 최지민은 좀 애매한 결과가 나왔죠. 다만, 이전 등판에 비해서는 투구 내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데에 기대를 걸어봐야할 것 같아요.
여전히 쓸데 없이 날리는 공들이 많습니다. 유리한 카운트 잡고 결정구로 던지는 변화구가 너무 일찍 떨어지니 타자들이 속질 않습니다. 이 부분만 줄이면 더 좋은 피칭도 가능할 것 같은데, 한국시리즈 전까지 변화구 커맨드가 얼마나 나아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아요.
멀리 볼 것도 없이 장현식, 전상현, 곽도규는 오늘 공을 10개도 안 던졌습니다. 장현식(4개), 전상현(1개)이야 한 타자 씩 상대했을 뿐이지만, 곽도규는 3타자를 상대했음에도 투구 수가 8개 밖에 안 됐죠. 최지민도 1년 후배 곽도규의 모습을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유리한 카운트 잡은 이후에 지나친 유인구 남발보다는 적극적인 승부를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변화구를 존에 넣더라도 말이죠.
실점이야 39개의 공을 던지며, 오늘 나온 투수들 중 가장 많은 공을 던졌으니 힘이 떨어진 상황에서 나온 실점이었죠.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안타 1개 맞았을 뿐이고, 삼진 2개 잡은 것에 선수가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 지난 주에 3경기 밖에 안 해서 위클리 리포트는 잔여 경기를 모두 소화한 기록으로 작성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