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5/24] KIA : 두산 - 10분의 행복

카테고리 없음

by Lenore 2024. 5. 24. 23:04

본문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현재, 5월 페이스가 가장 좋은 팀, 그리고 현재 5월 페이스가 그저 그런 팀이 맞붙었습니다. 한 팀은 1위이고, 한 팀은 2위인게 중요한 게 아니죠. 게다가 선발 매치업도 5월 들어서 굉장한 호투를 보여주고 있는 곽빈이고, KIA는 크로우의 부상으로 임시 선발로 들어 온 황동하였고요.

 

경기는 예상대로 흘러갔습니다. KIA 타자들은 LA 다저스의 타일러 글래스노우(빨리 7년 채우고 미국으로 가길)를 보는 듯한 곽빈의 투구에 압도당하면서 아무런 힘을 못 썼습니다. 잘 맞은 타구는 3회에 나온 김선빈의 2루타가 전부였습니다. 7회에 다시 찬스를 잡나 했지만, 이것도 강승호의 실책, 김선빈의 볼넷으로 간신히 만들어 낸 찬스였을 뿐이죠.

 

하지만 KIA 타선도 마냥 당하지는 않았습니다. 1회부터 7회까지 압도당한 경기였지만, 투수들이 두산 강타선을 8이닝 동안 3실점으로 막았고, 고졸 오승환으로 생각되는 김택연을 상대로 2사 이후에 나성범의 볼넷, 최형우의 적시타(아무리 김택연의 포심 위력이 뛰어나도 한가운데 던지면 최형우는 칩니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이우성의 역전 쓰리런 홈런이 나왔죠. 그리고 투수 바뀌자마자 소크라테스가 자신이 가장 잘 치는 코스인 몸쪽 빠른 공을 제대로 받아 쳐서 백투백 홈런. 이렇게 경기를 잡나 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두산은 다르네요. 첫 타자 전민재부터(이름도 낯선 친구인데 이 친구 도대체 뭔가요) 정해영을 상대로 끈질기게 7구 까지 승부하더니, 한가운데 몰리는 공 힘 들이지 않고 툭 밀어쳐서 오늘 4안타 째를 만들었고(전민재 상대로는 바깥쪽 던지면 안 될 듯, 그냥 툭 치고 나가네요) 허경민과 함께 KIA 상대 대악마인 강승호는 뜬공으로 잘 잡았지만, 양의지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동점 홈런을 허용했습니다.

 

이범호 감독이 의외로 동점 허용하자마자 장현식을 마운드에 올렸는데, 장현식의 초구 슬라이더가 가운데 들어오는 걸 놓치지 않고 양석환이 안타를 치고 나갔고, 김재환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 2볼 카운트 유리하게 잡고, 바깥쪽 낮게 빠른 공을 아주 정확하게 던졌는데, 이걸 그대로 밀어쳐서 홈런을 만드네요. 

 

정해영이든, 장현식이든 불펜투수들을 탓하고 싶진 않습니다. 볼넷이나 연속 안타가 잘못된 거지, 투수는 당연히 승부를 해야 하고, 상대 타자가 홈런을 친 거면, 그 타자가 잘 한 거죠. 실투가 들어와도 오늘 최원준처럼 못 치는 타자도 있는 반면, 실투가 들어오면 단 하나도 놓치지 않는 양의지도 있는 법이고, 실투가 아니고, 배터리 의도대로 공이 들어갔고, 심지어 김재환 상대로 처음 던지는 151km/h 빠른 공이었는데, 이걸 담장 밖으로 넘긴 김재환의 스윙이 좋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장면입니다.

 

 

그래도 황동하는 잘 던져줬다.

 

3시간이 넘는 경기 시간 동안 KIA팬들이 느낀 행복은 단 '10분'에 불과했습니다만, 그래도 황동하는 4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투구해줬습니다. 게다가 상대 타선이 만만한 타선도 아니고, 5월 들어 가장 잘 치고 있는 타선인걸요. 광주가 낳은 최악의 선수(반어법입니다.) 허경민이 없음에도 이유찬이 타율 .348을 치고 있고. 어디서 전민재라는 2군 통산 OPS가 .659(작년엔 .745) 밖에 안 되는 선수가 짠~하고 허경민 타순에 등장해서 4안타를 칩니다. 

 

그리고 두산 타선은 라인업에 있는 타자 중 5명(강승호, 양의지, 양석환, 김재환, 라모스)이 20개 홈런을 충분히 치고도 남을 타자들인 점도 사기죠.(적고 나서 생각해보니 라모스는 아닌 듯?) 잠실 구장 쓰면서 지금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 치고 있습니다. 오늘 보세요. KIA 타선이 홈런으로 경기 뒤집으니까 '어라? 이 놈들 봐라?' 이러면서 투런 홈런 2방 치고 역전 시키잖요. 뜬금없는 타자들에게 맞은 것도 아니고 양의지, 김재환 등 홈런 칠 만한 타자들에게 맞아서 기분이 엄청 나쁘진 않습니다. 그냥 힘이 빠지네요 ㅋㅋ

 

갑자기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샜는데, 아무튼 이런 대단한 두산 타선을 상대로 5이닝 동안 3실점 밖에 안 한 건 정말 대단한 투구고, 김재환에게 맞은 홈런(오늘 경기 유일한 실투) 말고 1회 실점은 운이 안 따른 2실점이었고, 2회 실점도 김선빈의 아쉬운 수비가 겹친 실점이었죠. 물론, 김선빈이 제대로 잡았어도 전민재 발이 빨라서 1루 승부도 어려웠고, 조수행도 다리가 빠르니 홈 승부도 쉽지 않았을 것 같긴 합니다. 아니, 적다보니까 열 받네, 홈런 타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정수빈, 전민재, 조수행 같은 쌕쌕이들도 있네 아...ㅋ 힘의 차이가 정말 크게 느껴집니다. 두산 이러고도 우승 못 하면 진짜 억울한 시즌이 될 것 같네요.

 

여튼, 상대팀이 강함에도 쫄지 않고 씩씩하게 카운트 싸움하고 들어갔고, KIA 투수들의 고질병인 볼넷도 오늘 1개 밖에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상 최악의 야알못 커뮤니티인 엠팍에서는 황동하가 이의리보다 낫다고 하는 데 그건 아니고요. 지금 KIA 투수들 중 오늘 두산 선발 곽빈 같은 투구를 할 선수는 이의리 뿐입니다. 구위로 압도하면서 가운데 실투가 들어가도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 투수는 현재 KIA에 이의리 밖에 없습니다. 다음 주에 이의리가 건강하게 복귀해서 성장하는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우리도 왼손으로 곽빈 같은 공을 던지는 투수가 있다고 자랑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경기 인플레이 상황이 많지 않아서 선수 단평은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