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진의 압도적인 구위
한화의 '폰세 - 한승혁(아니, 내가 이런 말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 김서현' 이 투수 라인업은 한국시리즈 결정전에 나와도 이기는 패입니다.(한승혁은 풀 시즌 검증이 필요하지만) 그리고 이 투수 조합이 압도적인 이유는 '광속구'에 그 기반을 두고 있죠.
KIA에서 먼저 한화의 실책 덕분에 선취점을 뽑았지만, 운은 돌고 돈다고 채은성의 결정적인 적시타는 방망이 안쪽에 맞은 빗맞은 타구였습니다. 병살 수비 포메이션이 아니었다면 박찬호가 잡을 수도 있는 높이였죠. (하지만 병살 수비 쉬프트를 안 할 수도 없죠.)
상대 선발 투수와 구원 투수는 '구위'로 '이변'을 허용하지 않았고, 조상우는 '이변'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구속이 빠르지 않아서 얻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상우도 굉장히 좋은 공을 던졌어요. 몸쪽 바짝 붙인 코스였는데, 그게 빗맞은 안타가 된 게 KIA의 운인거죠.
전체 1픽들이 포텐을 터뜨리면서 한화가 드디어 컨텐더 팀이 됩니다. 아래는 오늘 한화에서 등판한 선수들의 평균 구속이에요.
폰세랑 김서현은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 가더라도 통하는 '구위'를 가지고 있는 투수들입니다. 여기에 한승혁이 서른을 훌쩍 넘은 나이에 드디어 제구를 잡았습니다.(물론, 한 시즌 검증을 받아야 겠지만요.)
올해 한승혁의 9이닝 당 볼넷은 2.55개입니다. 커리어 9이닝 당 볼넷 5.17개를 던졌고, 작년에도 9이닝 당 볼넷이 5.46개였는데, 1년 만에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한승혁만 보더라도 150km/h을 던지는 투수는 포기하는 게 아니에요. 32살에 제구를 잡을 줄 누가 알았습니까. 금요일과 오늘 경기 한화에서 가장 주목 받은 투수들은 정우주, 김서현, 폰세 같은 평균 구속 150km/h을 상회하는 투수들이지만, 진짜 큰 역할을 해준 건 한승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화는 앞으로도 투수 쪽은 걱정 안 해도 됩니다. 김서현만 있는 게 아니라 선발로 평균 구속 151.8km/h을 찍는 문동주와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첫 해에 151.7km/h의 평균 구속을 존에 우겨 박고 있는 정우주가 있죠. (정우주는 제발 선발로 키웠으면...)
광속구 투수는 터뜨리기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일단 터지기만 하면 그 팀은 오랫 동안 투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김서현, 문동주, 정우주 모두 20대 초반입니다. (물론, 이 선수들이 포텐을 제대로 터뜨리면 메이저리그를 가겠지요.) 당장에 김서현이 오승환처럼 던지고, 문동주가 안우진처럼 던지면 한화는 외국인 선수만 올해처럼 잘 뽑으면 우승후보죠.
한화는 긴 암흑기에서 건져 낸 1픽이 더 있죠. 황준서까지 선발로 자리 잡으면 리그 최강의 국내 선발진을 보유한 KT가 부럽지 않은 선발 로테이션 구축도 가능해요.
그리고 전 한화 투수진을 이렇게까지 완성시킨 건 '양상문' 투수코치의 역할이 정말 크다고 생각합니다. 두산과 NC에서 김경문 감독은 젊은 투수들 어깨를 갈아 대며 성적을 냈는데(임태훈, 고창성, 최금강 같은 투수들), 올해 한화는 혹사 없이 젊은 투수들을 차분히 성장시키고 있죠.
솔직히 전, 금요일 경기에서 김서현을 1이닝만 던지고 바꿀 때 놀랐습니다. 제가 아는 김경문 감독 스타일이 아니어서 말이죠. 이건 양상문 투수코치의 입김이라고 생각해요. 한화는 다른 코칭스태프는 몰라도 양상문 코치는 무조건 오래오래 잡아놔야 한다고 봅니다.
완패했지만 라인업은 좋았다.
오늘 이범호 감독이 드디어 2번 위즈덤 - 5번 김선빈으로 라인업을 냈죠. 결과는 3안타 2볼넷으로 주자 5명 나갔습니다. 점수도 실책과 폭투 덕분에 났고요.
그런데 상대를 생각해야죠. 위에도 언급했지만 폰세는 올 시즌 치리노스, 네일과 함께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고(던지는 거 보면 도대체 한국 왜 왔나 싶은 수준) 김서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공을 던지고 있죠. 그나마 변수를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한승혁인데 한승혁은 우리가 알던 그 한승혁이 아니었고요.(사실, 일하느라 던지는 건 못 봄 ㅋㅋ)
그냥 오늘은 메이저리그 투수 2명이 던져서 졌다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그리고 김도영과 위즈덤의 비교적 정타 마저도 폰세의 구위에 밀려서 중견수 정면으로 가기도 하는 등, 타구 운이 안 따르기도 했고요.(하지만, 운보다는 폰세 구위가 그만큼 위력적이었습니다.)
라인업 변화 시도는 좋았어요. 실제로 박찬호는 오늘 볼넷으로 두 차례 출루했고, 위즈덤은 비록 출루는 못 했어도 타석에서 공은 많이 봐줬습니다. 누누히 이야기하지만 상대가 강했어요. 이런 게임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잡으려면 우리도 상대 타선을 최소 실점으로 막는 방법 밖에 없어요.
오늘 빈타에 허덕였다고 라인업에 또 변화는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튼, 전 오늘 패배는 납득이 갑니다. 최소한 금요일에 임기영 올려서 경기 내준 것보다는 나은 경기에요. 오늘 경기는 그냥 아래짤로 요악 가능합니다.
KIA가 이번 주에 3번 졌는데, NC에게 진 패배는 라일리의 슬라이더가 긁혔고, 한화에게 금요일에 진 건 KIA에 강한 엄상백을 이겨내지 못 했으며(여기에 막판 임기영 똥뿌리기) 오늘은 KBO 최고의 광속구들이 총출동하면서 변수를 만들 여지가 없었죠.
하지만 다음 3연전은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투수력이 좋지 못한 키움과의 3연전이니까요.(압도적인 리그 최악의 투수진입니다. 아직도 투수 WAR이 마이너스값임) 여기에 키움에서 그나마 쓸만한 선발투수가 로젠버그와 하영민인데, 하영민은 어제 던져서 이번 3연전에서는 등판을 안 하고, 5월 2일에 던진 로젠버그도 굳이 4일 쉬고 수요일 경기에 등판할 이유가 없죠.
이런 상황이기에 이번 3연전에서 KIA는 위닝 시리즈를 해도 손해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임해야 합니다. 설마, 이 중요한 3연전에서 윤영철을 내진 않겠죠? 그죠?
※ 제가 일요일에는 늘 근무라 지는 경기까지 모든 타석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 선수 단평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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