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Tigers 경기 리뷰

156km 이의리 데뷔 첫 세이브, 그래도 마무리보다 선발이어야 하는 이유|KIA 3-1 삼성 리뷰(08/11)

Lenore 2026. 8. 12. 00:25

김태군, 이의리 대활

 

오늘 경기의 가장 큰 관심사는 더위 먹은 올러가 더위를 극복하고, 잘 던져줄 수 있느냐였죠. 그리고 올러는 우려를 씻는 완벽한 피칭으로 돌아 왔습니다. 부진할 때 가장 큰 문제가 '볼이 많았다는 점'이었는데 오늘은 볼넷을 단 1개도 주지 않았습니다.

 

페덱의 공도 좋았습니다. 지난 번에 KIA 타선이 페덱을 완벽하게 공략했는데 이번에는 7이닝 동안 안타 4개 밖에 못 쳤어요. 삼진은 무려 9개나 당했고요. 진짜 '김태군' 아니었으면 페덱 상대로 1득점도 못 했을 겁니다. 괜히 메이저리거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반적으로 양팀 타자들이 긴 휴식 때문인지 타격감이 안 좋긴 했습니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투수들의 공에 타이밍이 늦었어요. 반면, 투수들은 긴 휴식을 해서인지, 평소보다 공이 더 힘이 있게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공격 혼자 다 한 김태군

 

오늘의 MVP는 당연히 김태군입니다. 2회말 공격, 나성범의 행운의 안타(디아즈의 실책성이었는데 타구가 빠르기도 했고 막판에 바운드가 튀었죠. 그래서 기록원도 실책에서 안타로 정정)와 오늘 경기 KIA 타자 중 가장 감이 좋았던 김선빈의 안타가 연달아 나오며 찬스를 잡습니다.

 

하주석은 당연히 번트 작전을 했고, 1루와 2루에 느린 주자들이 있어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주자가 안전하게 진루하는데 충분하도고 남을 좋은 번트로 1사 2, 3루의 찬스를 잡습니다. 

 

타석에서는 오선우가 들어섰는덴, 초구 그냥 보낸 게 너무 아쉬웠어요. 해설이었던 박용택도 초구 놓친 걸 너무 아쉬워 하더라고요. 심지어 삼성에서 압박 수비를 한 것도 아니라, 컨택이 되어서 인플레이만 됐어도 높은 확률로 선취점을 뽑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죠.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있을 때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휘둘러어야 했는데 초구 커터가 밋밋하게 들어왔음에도 그냥 보낸 오선우가 너무 큰 실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페덱의 빠른 공에 계속 타이밍이 늦으며 결국 삼진 아웃.

 

2사 2, 3루에서 이대로 찬스가 무산되나 했는데, 지난 경기 페덱의 커브를 노려 치면서 쓰리런 홈런을 쳤던 김태군이 오선우와 달리, 초구 볼 이후에, 카운트 잡으로 들어 오는 하이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고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스윙하면서 2타점 2루타를 쳤습니다. 베테랑의 품격을 김태군이 잘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4회에도 김선빈의 볼넷, 하주석의 안타로 만들어 진 무사 1, 2루 상황에서 이번에 또 오선우가 타석에 들어서자, 이범호 감독이 과감하게 오선우를 일찌감치 빼고 번트 작전을 위해 박정우를 대타로 기용합니다. 앞 타석에서 오선우가 페덱의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은 게 확연하게 보였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고, 박정우는 침착하게 번트를 잘 대고, 임무에 성공합니다.

 

또 다시 김태군이 타석에 들어 섰는데, 초구 헛스윙 이후에, 지난 번 홈런을 만들었던 커브를 또 다시 받아 치며 짧은 안타가 되나 했는데 중견수 김지찬에게 잡혔죠. 타구가 짧고 3루 주자 김선빈이 느려서 쉽지 않겠다고 봤는데 김지찬의 송구가 2루수에게 가면서 어렵지 않게 추가 점을 뽑을 수 있었습니다.

 

한준수가 여름 들어서 성적이 곤두박칠 쳤는데(7월 성적 .200 / .282 / .357) 김태군이 다행히 한준수가 부진할 때 돌아 와서 너무나도 잘 해주고 있습니다. 스몰샘플이지만, 후반기 김태군의 성적은 .400 / .417 / .800 / 1.217을 치고 있어요.

 

한준수가 김태군보다 선구안과 파워는 더 낫지만,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하고 있는 현재, 잘 치고 있는 김태군을 후보로 빼는 건 말이 안 되죠. 당분간 김태군이 주전 포수 자리에 앉고 한준수는 가끔 선발 출장하거나 대타가 필요한 상황에서 나오면 될 것 같습니다. 

 

페덱 킬러 김태군

 

이의리의 성공적인 데뷔 첫 마무리 등판

 

올러는 지난 번에 자신에게 1회 8실점을 안겨 준 삼성 타선을 6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고(그 실점마저도 나성범 수비 미스) 내려왔는데, 7회에는 예상대로 전상현이 등판해서 깔끔하게 삼성 타선을 막고, 8회에 이의리가 올라오는건가 싶었는데 조상우가 올라 오는 걸 보고, 아, 오늘 마무리는 이의리구나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이의리가 일본 다녀오고 나서 제구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한들, 3번 구자욱, 4번 최형우, 5번 디아즈라는 리그 상위급 좌타 클린업을 보유한 삼성 타선 상대라 쉽지 않겠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8회말에 추가 득점이 나오길 바랬는데, KIA 타자들도 오래 쉬워서 방망이가 무뎠죠.

 

아무튼 2점이라는 적은 점수 차이에 이의리가 올라왔고, 초구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봤는데, 구자욱을 상대로 던진 초구가 바깥쪽 보더라인에 153km/h 구속으로 꽂히는 걸 보고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초구가 볼이 됐더라면, 이의리도 크게 긴장했을 것 같은데, 첫 공이 완벽한 스트라이크가 되면서 이의리도 자신감을 얻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구자욱 상대로 던진 2구째 로케이션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구자욱이 건드렸는데, 타구 궤적이 딱 유격수 키 살짝 넘기는 빗맞은 안타 삘이 나는 겁니다. 마침, 정현창이 이 공을 못 잡는 모션을 취해서, 아 운이 안 따르는 구나 싶었지만, KIA에는 '김호령'이라는 중견수가 있었죠. 너무나도 평온하게 구자욱의 타구를 잡아 내서 이의리에게 엄청 중요한 첫 아웃 카운트를 잡아줬습니다.

 

최형우를 상대로는 초구 볼이 됐고, 2구째 진짜 최형우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153km/h 포심이 벨트 라인으로 들어갔는데, 전 솔직히 이 타구 나오자마자 '아 잡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투이긴 했는데, 이의리의 구속이니까 구위로 밀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투수가 이 코스로 던졌으면 장타가 됐을 거에요.

 

디아즈를 상대로는 이의리의 빠른 공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었죠. 초구 156km/h 포심이 파울이 되니까 디아즈는 '아, 이 공을 치려면 히팅 포인트를 굉장히 앞에 둬야 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여기서 던진 슬라이더가 진짜 굉장히 앞에서 떨어졌는데 불구하고 체크 스윙이 되면서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고, 3구째 혼신의 156km/h 포심을 던진 다음에, 그 코스로 슬라이더를 굉장히 좋은 위치에서 떨어 뜨려서 삼진을 잡고 경기를 끝냅니다.

 

이의리에게 있어 프로 첫 세이브 상황 첫 단추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초구 스트라이크를 넣었다는 점, 구자욱의 빗맞은 안타성 타구가 김호령의 무심한 호수비에 잡힌 점 등이 좋았고 어찌됐든 최형우는 구위로 밀어냈고, 디아즈 상대로도 빠른 공으로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게 하고, 슬라이더를 좋은 쪽에서 떨어뜨려 정석적인 볼배합으로 잡았습니다.

 

오늘 잘 던졌기 때문에, 아마 다음 경기에서도 이의리는 마무리로 등판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구위만 보면 지금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마무리 투수감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어요. 좌완이 156km/h을 스트라이크로 던지니까요. 김태군 인터뷰 대로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됩니다. 

 

이의리 첫 세이브

 

 

이의리 좋은 투구를 했지만, 내년에는 다시 선발로 가야 한다.

 

이의리가 오늘 완벽한 마무리를 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의리를 마무리로 쓰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지금 KIA는 전업 마무리 투수가 없으니까요. 성영탁은 구위가 조금만 떨어져도 난타를 당하는 타입이고, 그동안 나름 잘 해줬던 정해영은 내년에는 상무 소속으로 던져야죠.

 

전상현, 조상우 둘 다 좋은 투수이긴 한대,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하는 투수들이 아닙니다. 성영탁과 비슷한 문제인데, '삼진 잡는 능력'이 이의리에 비하면 너무 떨어지죠.

 

이의리가 올해 성적이 굉장히 안 좋은 와중에도 9이닝 당 탈삼진은 9.41개입니다. 지금 팀에 이보다 높은 삼진율을 보이는 투수는 곽도규(9.53개), 올러(9.49개) 둘 밖에 없어요. 

 

조상우가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해도 9이닝 당 탈삼진은 6.48개에 불과하고, 전상현도 8개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리고 전상현은 스몰샘플이라, 투구 이닝이 더 쌓이면 이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더 크죠.

 

좌완이 156km/h을 존에 던진다? 정말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고요. 그래서 이의리가 마무리로 적응만 잘 해주면, 아마 KBO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의리가 마무리 투수로 굉장히 잘해준다고 해도, 이의리를 마무리로 쓰는 건 재능 낭비입니다. 선발로 나와서 포심 평균 구속이 지금보다 10km/h가 떨어진다고 해도(그리고 아무리 선발로 돌아도 평속이 10km/h 이상 떨어지지도 않을 겁니다.) 선발로 쓰는 게 맞아요. 

 

마무리 투수는 선발로 적응 못 했을 때나 하는 보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의리는 이미 신인 때부터 선발로 스태미너를 증명한 선수고, 3시즌이나 선발로 뛰면서 ERA 3점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에 9이닝 당 탈삼진은 최고 10.7개(23시즌), 최저 8.8개(21시즌)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KIA는 국내 선발 풀이 굉장히 얇은 팀입니다. 지금 올러와 네일 빨로 선발 마운드를 지탱하고 있지, 나머지 투수들 면면을 보세요. 양현종은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고, 황동하는 구위로 압도하는 타입이 전혀 아닙니다. 시라카와는 아시아쿼터인데다가 왕옌청 만큼 던지는 투수도 아니죠. 

 

파이어볼러 김태형이 있다? 김태형은 이제 고졸 2년차이고, 김태형이 설령 선발 마운드에서 자리 잡아도 그래도 부족합니다. 황동하는 지금 구위면 불펜 뛰는 게 더 낫고, 4-5선발이라 해도 포심 평속 145km/h는 찍어야 KBO 선발 마운드에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올해까지는 이의리를 마무리로 쓰는 건 저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딱 올해까지만 그렇게 쓰고, 내년에는 선발로 다시 뛰어야 합니다. 만약, 내년에 선발로 뛰는데, 또 볼질하고 못 한다? 그때는 다시 마무리 쓰면 되죠.

 

정해영이 올 시즌 끝나면 상무 입대하는데, 이의리가 마무리에서 내려오면 누구를 마무리로 쓰냐고요? 곽도규 쓰면 됩니다. 그리고 성영탁이 올해의 경험을 기반으로 내년에 체력적으로 더 단단해지면, 성영탁이 마무리 뛰어도 되고요.(다만, 증속이 먼저죠.) 

 

정해영 없다고 뒤부터 채울 생각하지 말고 양현종, 황동하 없다고 생각하고 앞부터 채워야 합니다. KIA 선발진의 가장 궁극적인 완성은 평속 145km/h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이의리, 김도현, 김태형 이렇게 3명으로 채우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황동하, 윤영철은 스윙맨으로 쓰는 게 전력 상 낫다고 생각하고요.

 

아, 그런데 이의리 고작 1경기 마무리 잘 했는데 저도 너무 설레발 치는 것 같네요. 아무튼, 마무리 이의리는 설령 잘 한다고 해도 딱 올해까지만 봤으면 좋겠고, KIA가 장기적인 강팀으로 군림하고 싶다면 이의리를 내년에는 반드시 선발로 돌려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 예상대로 이의리의 문제는 '기술적인 것'에 있지 않았네요. 본인도 인터뷰를 통해 마운드에서 생각이 너무 많았다고 한 걸 보니, 올해 마무리로 압박감을 있는 상황을 잘 이겨내면, 멘탈적인 부분에서 성장을 가져와 선발로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이야기하는 거지만, 이의리 마무리는 딱 올해까지만 보고 앞으로 KIA의 토종 에이스로 롱런하는 모습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의리 마무리는 올해까지만

 

 

선수 단평

 

  • 박재현 - 지독한 아홉 수, 스스로 극복해야 하고, 스트라이크존 좁히는 게 답이다.
  • 카스트로 - 1루수 수비가 너무 좋아서 놀랐음,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서 타격감 조율까지
  • 김도영 - 실투가 평범한 내야 플라이로. 오늘 타자들 중 타격감이 가장 안 좋아 보였다.
  • 나성범 - 아무리 안타 하나를 쳤어도 수비 그 따위로 하면 힘 빠진다.
  • 김선빈 - 후반기에 완전히 살아 남. 수비는 올해까지만 참아 보는 걸로
  • 하주석 - KIA의 가장 큰 약점인 유격수 공격력을 아직까지는 굉장히 잘 메워주고 있다.
  • 오선우 - 2군행을 부르는 타석에서의 소극적인 모습
  • 김호령 - 앞으로도 계속 9번 타자로만.
  • 올러 - 내년에는 폭염 경보 때는 등판 미루는 걸로.
  • 전상현 - 푹 쉬었더니 구위, 커맨드 모두 완벽했음
  • 조상우 - 힘들긴 했지만, 어찌됐든 실점 없이 잘 막음, 특히 류지혁 잡은 포심 커맨드는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