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Tigers 경기 리뷰

[05/19] KIA : LG 후기 - 신구 조화로 좋아지는 뎁쓰, 곽도규의 복귀

Lenore 2026. 5. 19. 23:49

 

오늘 경기는 뜻 하지 않게 톨허스트가 박상준에게 대형 홈런 허용한 이후 평정심을 잃었는 지 김도영의 헬멧을 스치는 헤드 샷으로 일찌감치 퇴장당했고, KIA는 초반 찬스를 잇달은 병살타 3개로 놓치나 했지만, 마운드에서 올러가 많은 공을 던졌어도 결정적인 상황마다 삼진으로 위기를 넘기고, 타선이 4회부터 대폭발하면서 쉽게 경기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6회 이후에는 완전한 가비지 게임이었죠. LG에서 경험이 부족한 투수들이 올라오면서, 타자들이 마운드를 자신있게 맹폭했고, 8회에는 곽도규의 건강한 복귀 투구까지 나오며 완벽한 승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주전이 이렇게나 빠졌는데 홈런 1위?

 

오늘 무려 6개의 홈런(김호령 3개, 박상준 1개, 박민 1개, 나성범 1개)이 나오면서, 팀 홈런이 54개로 리그 1위가 됐습니다. 1경기 덜한 한화가 51개의 홈런을 치고 있고, SSG가 46개를 치고 있으니, 이 3팀이 마지막까지 팀 홈런 1위를 다투지 않을까 싶어요.

 

올 시즌 전에 KIA에 전력 유출이 많았습니다. 타석의 생산성을 높이던 최형우가 빠졌고, 수비와 주루의 핵심인 박찬호가 빠졌습니다. 이우성과 최원준은 부족한 투수 뎁쓰를 보강하기 위한 카드로 사용되었고요. 지금 이 네 명의 선수들은 각자의 팀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죠. 핵심 야수 4명... 보통 이렇게 빠지면 그 팀은 암흑기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올해 KIA는 주전 야수 4명이 빠졌음에도 공격력에서 WAR 2위, 득점 4위, OPS 3위, WRC+ 4위를 찍고 있습니다. 결과만 놓고 봐도 대단하죠. 심지어 외국인 타자가 팀에 큰 도움이 안 되고 있음에도 이 성적입니다. 순수하게 국내 야수들의 기량으로 만들어 낸 결과라서 더 고무적입니다.

 

오늘은 부상으로 빠졌지만, 박재현이 뜻 하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고, 시즌 초 2군을 말 그대로 씹어 먹었던 박상준이 아직 스몰샘플이지만, 계속 아쉬웠던 2번 타자 자리와 1루수 자리에 주전을 꿰차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박상준이 데뷔 홈런을 날리며 오늘 경기 대승의 시발점 역할을 했죠. 

 

톨허스트의 실투도 아니었어요. 몸쪽으로 파고 드는 142km/h 커터를 그대로 걷어 올리면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대형 장외 홈런으로 장식했습니다. 작년까지 육성 선수에 전혀 기대주가 아니었던 선수가 이렇게 튀어 나오는 것이 놀랍습니다. 무엇보다도 경험이 적은 선수가 현재 출루율 .426을 찍으며, 순출루율이 .115가 넘습니다. 

 

올 시즌 시작 전 KIA 타선의 가장 큰 고민이 테이블 세터였는데, 박재현과 박상준이 튀어 나오면서 그 고민이 갑자기 해결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 선수들은 아직 경험이 적기 때문에 시즌 끝까지 이 기세를 이어갈 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지만, 지금까지의 활약만으로도 계속 주전으로 내세우며 경험치를 주기에 충분하죠.

 

박재현은 1번 타자 치곤 지나치게 적극적인 스윙이 아쉽고, 박상준은 좌투수 상대 성적이 안 좋다는 점이 아쉬운데(박상준은 퓨처스에서도 좌투수 상대 성적이 안 좋았습니다.) 박재현은 '스피드'와 '파워'라는 툴을 보여주고 있고, 박상준은 '선구안'과 '파워'라는 툴을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운이 따르긴 했지만, 오늘 왼손 투수 상대로 박상준은 안타를 치기도 했습니다. 그 전보다는 타석에서 좌투수의 공에 어느 정도 대응이 되는 모양새고요.

 

 

그리고 좀 건방진 소리일 수 있지만, 박상준 '플래툰'으로 써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KIA에 기회를 주고 싶은 야수 유망주가 많습니다. 아직은 실망스러운 모습이지만, 윤도현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고, 박상준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 초 퓨처스 무대를 씹어 먹고, 박상준과 마찬가지로 괜찮은 선구안을 보여 준 한승연도 있습니다. 여기에 계속해서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석환과 변우혁도 있죠.

 

여기서 이미 2024 시즌에 좌투수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인 변우혁까지 분발해주면, 1루수에 좌우타자 플래툰으로 선수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고르게 분배해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윤도현이 왼손투수가 나왔을 때 박상준 대신 1루수에 나와 경험치를 쌓고 김선빈 은퇴 이후에 자연스럽게 2루 자리를 물려 받으면 이상적인 시나리오고요.

 

이우성과 최원준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헐거워진 외야수 뎁쓰도 기대를 걸어 볼 자원들이 나오기 시작했죠. 박재현은 이미 레귤러로 자리 잡은 모양새고, 한승연도 나올 때마다 아직은 타석에서 괜찮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한승연은 지금은 조금 더 길게 볼 필요는 있어요. 지금 상황을 보면, 외국인 타자 한 자리는 외야수로 쓴다고 치면, 한승연에게 가는 기회도 제한적일 수 있고요.

 

 

야수진의 리툴링이 진행되고 있다.

 

올 시즌 시작 전에 어차피 KIA 성적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투수력은 여전히 이 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봤고, 야수진에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이 너무 많은데다가 잘 하는 선수들(김도영, 나성범, 김선빈)은 건강 이슈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특히 완전히 공석인 유격수 자리에 그동안 모아 둔 내야수 자원들이 성장하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매우 순조롭게 리툴링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래는 KIA 현재 야수진의 포지션별 선수들 뎁쓰입니다.

 

  • 포수 - 김태군, 한준수
  • 1루수 - 박상준, 윤도현 (오선우, 변우혁)
  • 2루수 - 김선빈, 김규성
  • 3루수 - 김도영, (박민)
  • 유격수 - 박민, 정현창
  • 좌익수 - 박재현, 한승연
  • 중견수 - 김호령, 박정우
  • 우익수 - 나성범

 

나름 신구조화가 잘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유격수 자리에 최근 박민이 '잃은 건 따서 갚는다'는 심정으로 활약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고요.

 

선수가 성장하지 못 하는 상황이 언제냐면, 실수하고 그 실수에 매몰되어 플레이에 자신감이 없어 지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는 겁니다. 일요일 경기 박민은 수비에서 안이한 플레이를 한 이후에, 빠르지도 않은 선수가 몸을 아끼지 않고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로 선수단에 활기를 불어 넣었고, 오늘은 병살타를 2번 연속 치면 타석에서 자신감이 떨어질 법한데, 존에 들어 오는 슬라이더 실투를 놓치지 않고 담장 밖으로 넘겨 버렸습니다.(다만, 스윙 자체는 좀 소극적이긴 했음 ㅋㅋㅋ)

 

선수가 성장할 때는 바로 이런 때입니다. 실수를 하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게 되죠. 전, 박민이 얼마나 뛰어난 유격수가 될 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유격수의 기본은 수비인데, 그 수비에서 100% 믿음이 가지 않거든요. 특히, 안정지향형의 수비가 개인적으로는 불만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타석에서 방망이 재능은 박찬호보다는 뛰어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드웨어가 좋은 선수이다보니 갭파워가 있어 보이고, 계속 자신있게 스윙 돌리면 분명 좋을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앞 타석에 병살타 2개도 나름 정타였습니다. "병살타도 잘 쳐야 나오는 겁니다."

 

 

1군 로스터 운영도 현재까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형우가 빠지면서 지명 자리에 베테랑들을 골고루 쓰면서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해주고 있고, 검증된 선수들과 아직 경험이 필요한 선수들을 적절하게 잘 섞어 가며 기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비가 중요한 센터 라인 포지션에는 타격보다는 수비 능력을 우선시 해서 선수를 기용하는 부분도 좋다고 생각하고요.

 

무엇보다도 제게 KIA 코칭스태프를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타자들의 육성 능력' 입니다. 경험 없는 선수들은 타석에 들어 서면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고 맞추는 스윙'을 하기 쉬운데, KIA 젊은 타자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없습니다. 삼진 먹더라도 자신있게. 타석에서 삼진을 많이 먹어도 '장타를 칠 수 있는 스윙'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참 보기 좋습니다. 진짜 이런 지침으로 야수들을 키우는 지 알 수 없지만, 성과가 나고 있죠. 

 

이범호 감독 다른 건 몰라도, 젊은 야수들에게 동기 부여하는 능력 만큼은 최고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자기 만의 '느낌'에 빠져서 라인업을 이상하게 짜는 부분은 부족한 점이지만, 생각하지도 않았던 젊은 야수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점은 코치와 감독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죠. 타격 코치로서는 이견이 없는 최고의 타격 코치라고 생각하고, 아직 젊은 감독이니만큼, 경험을 쌓으며 발전하는 성장형 감독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운드를 지배한 올러와 곽도규의 건강한 복귀

 

올러는 오늘 LG 타선을 6이닝 10K 무실점으로 막으며 3경기 연속 부진한 투구에서 벗어났죠. 하지만, 전 올러가 부진한 투구를 할 때도 딱히 큰 걱정을 하진 않았습니다. 구위가 죽은 건 아니었고, 어찌됐든 매 경기 5이닝 이상은 투구해줬으며, 실점이 많을 뿐, 세부 스탯은 여전히 좋았기 때문입니다.

 

실점을 몰아서 하고(이건 작년의 안 좋은 버릇) 그리고 투 피치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 하고, 주무기 슬러브가 존에서 크게 벗어나면 얻어 맞는 게 올러의 패턴이죠. 오늘은 올러의 주무기 슬러브가 정말 존에서 잘 떨어졌습니다. 가장 좋았던 공이 올 시즌 최고의 타자인 오스틴을 헛스윙으로 돌려 세운 슬러브였고, 마지막 아웃 카운트인 문정빈을 상대로 던진 슬러브도 정말 멋졌습니다.

 

올러가 제3의 구종을 개발하면 그때는 NPB든 MLB든 가는 겁니다. 그럴 바에는 지금처럼 투 피치 투수로 계속 활약해 주는 게 KIA 입장에선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최근 실점을 많이 했어도 올러의 FIP 순위는 3.21을 기록하며 리그 4위입니다. 

 

네일과 올러의 실점이 많아서 불안하다고요? 그냥 운이 없는 겁니다. 올러는 리그에서 피OPS가 가장 낮은 투수(.559)이고, 네일은 리그에서 3번째로 피OPS가 낮은 투수(.622) 입니다. 올러와 네일의 실점이 많을 때는 그냥 이 생각만 하면 됩니다.

 

"아, 오늘 운이 없네."

 

안정적인 제구력, 네일의 투심-스위퍼 조합과 올러의 포심-슬러브 조합은 상위 리그에서는 절대 안 통하는 무기이지만, KBO 무대에서는 통하고도 남습니다. 이 두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게 앞으로도 KIA가 5강 경쟁을 하는 데 큰 디딤돌이 되어 줄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올 시즌 KIA의 시즌 성적을 좌우할(너무 오바하는 건가?) 투수가 오랜만의 등판을 가졌죠.

 

완전히 스코어가 기울어진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이닝 2피안타라는 결과는 실망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147km/h까지 나오는 지저분한 투심, 그리고 좌타자 입장에서 등 뒤에서 날아온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각이 큰 변화구. 타이밍을 잡기 힘든 까다로운 투구폼 등. 제가 알고 있는 곽도규의 모습 그대로더군요.

 

오늘 볼이 많았는데 원래 곽도규는 볼이 많은 투수죠. 좋은 활약을 한 2024년에도 9이닝 당 볼넷이 5.5개나 됐습니다. 곽도규는 한가운데 실투가 없는 게 장점이고, 까다로운 투구폼 지저분한 볼 끝. 그게 바로 곽도규의 시그니처입니다. 

 

곽도규는 볼넷이 많은 게 단점이지만 삼진도 잘 잡고(통산 9이닝당 탈삼진 10.45개), 정타를 허용 안 하고(통산 피안타율 .229), 특히 좌타자에게는 지옥 그 자체입니다. 2024년 우승 시즌에 곽도규의 좌타자 상대 피OPS는 물과 .538 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준영처럼 좌/우타자 스플릿이 극단적이지도 않죠. 오늘도 마지막 삼진은 우타자 송찬의였어요.

 

 

1년 넘게 재활하다가 돌아왔기에 바로 승부처에 넣는 건 자제해야겠지만, 앞으로 계속 등판을 거듭할수록 더 잘 던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이상의 부상만 없다면, 올 시즌 KIA의 불펜은 역대 최고의 불펜진 구성이 되지 않을까 정도로 기대가 됩니다. 마무리 성영탁, 추격조로는 훌륭한 투수들인 조상우와 최지민. 좌타 셋업 곽도규와 김범수, 우타 셋업 전상현과 정해영. 아, 이 선수들이 모두 정상 컨디션이면 5회 이후 리드만 잡아도 그 뒤는 편하게 볼 수 있겠단 생각까지 드네요.

 

올 시즌 성적 큰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선발 마운드의 한 자리가 더 단단해지고(이의리가 정신 차리든 김도현이 돌아와서 던지든) 젊은 야수들이 큰 시행 착오 없이 체력적인 부분을 이겨내고, 불펜에서 더 이상의 부상 이탈자만 없다면 욕심도 내볼만한 시즌이 되지 않나...

 

 

설레발 쳐 봅니다.

 

 


선수 단평

 

  • 박재현 - 큰 부상 아니길 빌며, 내일 정도는 쉬어도 된다. 
  • 박정우 - 오늘처럼만 타석에서 치면, 김호령의 체력적인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
  • 김도영 - 아쉬운 수비 하나 나와서 홈런 하나 깔 줄 알았는데...
  • 김규성 - 많이 비판하지만, 그래도 내야 백업 요원으로는 이만한 선수도 없다.
  • 아데를린 - 하... 카스트로 생각나게 하네. 그냥 박상준 1루 쓰고 카스트로 기회 줍시다.
  • 윤도현 - 한가운데 실투도 못 치는 걸 보면, 감이 너무 안 좋음. 퓨처스 구경 시켜줍시다.
  • 김선빈 - 잠잠했음
  • 나성범 - 오늘 가장 결정적인 홈런을 날렸지만... 또 묻혔네?
  • 한승연 - 큰 점수 차이라 욕심이 날 법도 한대, 볼넷 고른 모습에서 박수를
  • 한준수 - 신민재의 수비 미스 덕분에 욕 안 먹게 되다.
  • 한재승 - 이렇게 던지다보면, 지금보다 타이트한 상황에서도 써먹을 수 있게 되겠지
  • 이형범 - 이 정도 점수 차이라면, 믿고 맡길만한 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