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KIA : KT - 아담 올러는 재계약을 해야 할까?
패배의 요인
어제 경기는 생각대로 다 이루어진 경기였다면, 오늘 경기는 생각대로 모두 다 이루어지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선발 매치업이 아담 올러와 땜방 선발인 문용인 맞대결이라서 당연히 쉽게 이길 거라고 봤는데 KIA 타자들은 8회까지 단 1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 했고, 문용익에게는 5이닝 8K로 압도 당했습니다.
반면, 아담 올러는 KT 타선을 상대로 제구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5회도 못 채우고 4.1이닝 5피안타 5사사구 4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고요. 심지어 올러 뿐만 아니라 이어서 나온 조상우, 최지민, 김기훈, 이호민 모두 볼질을 해대면서 KIA 투수진은 무려 11개의 사사구를 남발했습니다. 오늘 같은 경기를 야구장에서 본 팬들은 고문을 당한 셈이죠.
경기 이야기를 더 하자면, 문용익 오늘처럼 던지면 KT 1선발입니다. 최고 150km/h을 상회하는 포심과 날카롭게 떨어지는 포크볼 두 구종을 주로 던졌고, 거의 던지지 않았던 커브를 간간히 던졌는데, 오늘 뻥 좀 보태서 매덕스의 제구력이 강림한 날이었어요. 오늘 가족 행사 때문에 주의깊게 보진 않았는데, 포크볼은 존에서 떨어지거나 높은 존 ABS 라인을 타고 들어갔고, 포심도 낮게 커맨드가 잘 이루어졌어요.

상대 투수가 이렇게 긁혀 버리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마치 지난 번 두산 전에서 최승용의 부상으로 갑자기 등판한 윤태호에게 4이닝 동안 4탈삼진 당하면서 안타 1개 치고 볼넷 1개 얻은 그 경기가 생각났는데 그때보다 오늘 문용익의 공이 더 좋았습니다. 조영우처럼 살살 던지는 투수에게 당하면 열 받는데, 오늘 문용익처럼 공이 긁혀 버리면 어쩔 수가 없단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윤태호는 KIA전 이후에는 6.1이닝 동안 피안타 9개(피홈런 1개) 3사사구 5탈삼진 9자책으로 실점을 거듭하고 있는데, KIA전에만 잘 긁혔던 게 참 아이러니하네요. 문용익도 오늘 경기 이전까지 14.2이닝 동안 11피안타 7볼넷 11탈삼진으로 좋다고 할 수 없는 피칭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속구 투수가 공이 긁히면 얼마나 무서운 지를 윤태호와 문용익의 사례에서 알 수 있죠. 이래서 강속구 투수를 최대한 많이 모으고 육성해야 합니다. 긁히면 못 치니까요.
아무튼 이런 경기는 그냥 자연재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게다가 잘 맞은 타구들이 전부 KT 수비에 걸리기도 했고. KT 쪽에서는 부러진 배트가 2루수한테 가서 평범한 땅볼이 내야 안타가 되질 않나, 여러모로 운이 안 따르는 경기이기도 했어요. 물론, 운보다는 실력이 더 형편없었고요.

그래도 막판에 노히트 면하고(이 타구도 잡히는 줄) 대타로 나온 신인 정현창(데뷔 첫 안타)과 박재현의 연속 안타로 2득점을 뽑은 장면은 작은 위로가 되네요. 정현창은 운이 따른 코스 안타였지만, 이렇게 커리어 시작하는 거죠.
타자들은 뭐, 자연재해에 당했다고 해도 투수들은 오늘 정말 한심하더라고요. 최지민, 김기훈 둘 다 '꾸준함'을 모르는 피칭이고, 조상우는 왜 올렸는 지 모르겠습니다. 3연투 하고 하루 쉬고 올렸는데 한 타자 상대하고 볼넷 주니까 바로 교체. 그리고 안현민에게만 4개의 볼넷 주는 걸 보면, 이 놈들은 자존심도 없나 싶고요. 누누히 이야기하는 거지만, 올 시즌 끝나면 다른 코칭스태프는 몰라도 투수 코치진은 싹 다 교체하고, 투수 코치진 영입에 사활을 걸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공도 느린데, 제구도 안 좋은 투수들이 왜 이리 많은 지 모르겠습니다.

아담 올러, 후반기 들어 퐁당퐁당의 연속
문용익이 긁히는 날, 아담 올러라도 정신 차리고 던지면 시소 게임이 가능할텐데, 올러가 오늘 볼이 너무 많았습니다. 1회부터 볼이 너무 많았는데 특히 포심 제구가 전혀 안 되더군요. 올러가 한 달 정도 부상으로 빠지고 돌아 온 이후에 기복이 심합니다. 아래는 올러의 월별 성적
- 3월 - 11.0이닝 ERA 4.09, WHIP 1.00, 피OPS .649
- 4월 - 25.0이닝 ERA 3.24, WHIP 0.88, 피OPS .562
- 5월 - 29.0이닝 ERA 2.17, WHIP 1.03, 피OPS .551
- 6월 - 30.0이닝 ERA 3.30, WHIP 1.23, 피OPS .609
- 7월 - 부상 휴식
- 8월 - 23.0이닝 ERA 6.26, WHIP 1.83, 피OPS .776
6월까지는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의 모습이었습니다. 세부 스탯에 비하면 ERA가 안 좋은 게 흠이었지, 피OPS가 4월부터 6월까지 탑 클래스였고, 볼넷도 거의 없었어요. 다만, 6월에는 그 전보다 볼넷이 늘긴 했습니다.
문제는 8월 성적입니다. 23이닝 동안 볼넷이 16개나 됩니다. 6월에는 30이닝 동안 볼넷을 7개 밖에 안 주고 삼진을 35개나 잡는 등 삼진과 볼넷 비율이 5대1이었던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8월에 볼넷이 급격하게 늘었죠. 오늘도 사사구가 5개나 됐고요.

8월의 부진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체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올러의 문제는 갑자기 늘어 난 '볼넷'이지, '구위'가 아닙니다. 올 시즌 올러의 포심 평균 구속은 150km/h 인데, 8월 4경기에서 포심 평균 구속은 최고 151.4km/h, 최저 149.4km/h(오늘 경기) 입니다. 구위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다만, 제구가 안 될 뿐이죠.
제구가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생각해볼 수 있죠. 한 달 쉬고 나서 피칭 감각을 잃어 버린 게 아마 가장 큰 이유가 될 겁니다. 그거 외에는 딱히 이유를 찾기 어렵기도 하고요.
그리고 어느 투수든 한 달 정도 흔들릴 수는 있어요. 당장에 올 시즌 폰세 다음으로 뛰어난 투수인 제임스 네일만 하더라도 작년에 타고투저였다고 해도 6월 피OPS가 .755, 7월 피OPS가 .749로 여름에 성적이 안 좋았어요. 마침 스태미너가 약한 선수이기도 해서, 여름철에 약한 타입인가 했는데 올해는 7월 피OPS .519, 8월 피OPS .510으로 시즌 중 가장 좋습니다. KBO 1년차의 약점으로 지적 받은 '부족한 스태미너' '단순한 구종'을 올해 네일은 모두 개선하고 있죠.

올러는 오히려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큰일날 유형'의 투수입니다. 올러의 단점은 슬라이드 스텝 동작이 느려서 도루를 쉽게 허용하고, 그 때문에 주자를 지나치게 신경을 써서인지, 주자 있을 때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 뿐입니다. 이마저도 엄청난 약점이라고 생각하긴 어렵고, 올 시즌 끝나고 KBO 타자들의 특성(파워 없고, 우투좌타 많고,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둔다는 거)을 파악하면 내년에 더 좋은 피칭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94년생으로 나이도 젊고요.
올러의 가장 큰 장점은 '결정구'가 있다는 겁니다. 올해 좋은 외국인 투수가 많아서 그렇지, 규정이닝 70% 이상을 기준으로 올러의 9이닝 당 탈삼진은 9.99개로 리그 5위 입니다.(앤더슨, 폰세, 라일리, 와이스 다음) 삼진을 잘 잡고, 8월 이전에는 볼넷도 적어서 FIP 순위가 4위(폰세, 앤더슨, 문동주 다음)이고요. 이런 선수인데 재계약을 포기한다? 말이 안 되죠. 투구 밸런스를 유치한 채 슬라이드 스텝만 조금 개선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결정적으로 '올러'보다 더 나은 투수를 데리고 올 가능성이 높지 않아요. 아래는 최근 5년간 KIA 외국인 투수들 WAR 입니다.
- 2021년 - 멩덴 3.28 / 브룩스 2.27
- 2022년 - 놀린 4.61 / 파노니 2.75
- 2023년 - 파노니 2.04 / 앤더슨 1.57
- 2024년 - 네일 4.90 / 알드레드 1.37
- 2025년 - 네일 6.75 / 올러 3.24
시즌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올러의 WAR이 5년 간 뛴 외국인 투수 중에서 네일, 놀린, 멩덴 다음으로 높습니다. 오늘 같은 피칭을 계속 하지 않는 한, 멩덴은 앞지를 수 있고요. 이런 선수를 떠나 보낸다? 말이 안 되죠.
작년에 초반 잘 해줬지만 부상으로 아웃된 윌 크로우를 대체 영입 선수로 생각할 수 있는데 윌 크로우 지금 AAA에서 ERA 11.57이고 AA에서 ERA가 7.00입니다. 부상 복귀 시즌이라서 그렇다는 걸 감안해야 겠지만, 어찌됐든 윌 크로우는 '부상'이 항상 문제가 되는 선수죠.
지금 토론토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3.21의 ERA와 1.13의 WHIP을 기록하고 있는 에릭 라우어가 MLB에서 방출되고, '나 다시 KIA로 돌아갈래~'라고 하지 않는 한, 올러 재계약은 고민의 여지가 없습니다. 무조건 지켜야 하는 투수입니다.
북경오리 먹으면서 경기를 제대로 본 게 아니라 선수 단평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