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7] KIA : SSG - 수비로 버티면서 이기다
승리의 요인
오늘 선발 매치업이 WAR 4위 앤더슨과 후반기 부진의 늪에 빠진 김도현이었기에 시작부터 패색이 짙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앤더슨 오늘 컨디션이 좋아서 공이 그야말로 쩔더군요. 그럼에도 타자들은 쉽게 안 물러나고 앤더슨을 컨택으로 끈질기게 괴롭힌 결과 7회부터는 앤더슨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큰 의미가 없는 게 SSG 불펜은 10개 구단 최고 수준이지요. 실제로 정규이닝에서는 SSG 불펜을 공략하지 못 하기도 했고.
결국, 오늘 경기 잡으려면 김도현의 호투 말곤 답이 없었는데 김도현이 6이닝 동안 0실점으로 SSG 타선을 막아서 11회까지 승부를 끌고 갈 수 있었어요. 여기에는 수비의 뒷받침이 컸고요.
수비 잘 하는 선수가 수비 잘 한다는 당연한 논리
오늘 김도현은 6이닝을 투구하면서 무려 4차례나 선두 타자를 1루로 내보냈습니다. 1회에는 선두타자 박성한이 견제 아웃으로 잡혔고 2회에는 어제 오늘 감이 좋았던 류호승을 상대로 투심을 던져서 병살로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이닝이라고 생각되는 이닝이 4회와 6회 수비였어요.
4회에 최정에게 코스 안타를 맞은 이후, 에레디아와 한유섬을 뜬공으로 잡고 류효승에게 안타를 맞아서 2사 1, 2루 위기에 몰렸죠. 이때 빛이 났던 구종이 체인지업입니다. 안상현을 상대로 커브와 슬라이더로 카운트 잡은 이후에 체인지업 2개를 낮게 던져서 파울과 헛스윙을 유도하며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6회에는 최지훈에게 깔끔하게 안타를 맞은 이후에 최정이 2-1 유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존으로 들어오는 체인지업을 받아 쳤는데 유격수 쪽으로 총알 같은 타구가 갔죠. 다행히 박찬호가 감각적인 핸들링으로 최정의 빠른 타구를 잡아 내 병살타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앞서 5회에는 2사 이후라지만, 분명히 KIA 자동차 타다가 사고 난 게 틀림 없는 박성한의 잘 맞은 중견수 앞 안타성 타구를 김호령이 다이빙 캐치로 걷어 내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박찬호 쪽으로 타구가 많이 갔는데 이걸 모두 다 잡아 내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6회 최정의 병살 이후에 에레디아의 볼넷으로 또 주자가 나갔지만, 한유섬의 잘 맞은 타구가 수비 쉬프트로 2루에서 섰던 박찬호의 글러브에 들어가기도 했고요.

김호령은 9회에도 좋은 수비를 했죠. 전상현이 마운드에 올라 1사 이후에 한유섬에게 볼넷을 내줬고 오태곤이 도루에 성공하며 2사 2루 상황에 안상현의 타구가 조금 늦게 맞았는데 타구음이 경쾌했습니다. 전상현은 끝내기 아니면 아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타구도 안 보고 덕아웃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고요.
게다가 2사 2루 상황이라 외야수들이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죠. 김호령이 뒤로 전력 질주를 하면서 안상현의 타구를 걷어 낸 덕분에 끝내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래서 센터라인 수비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많은 타구들이 가니까요. KIA가 수비 약한 포지션이 많아서 그렇지, 포수(한준수 말고 김태군이 나올 경우), 유격수, 중견수 수비는 믿을만 하죠. 박찬호는 3년 연속 수비상이 유력해 보이고, 김호령이 중견수를 맡아주면서 광활했던 외야 공간이좁아진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도 KIA는 라인업에 유격수 박찬호, 중견수 김호령 이름은 박고 시작해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김호령과 박찬호가 하위 타순에 위치해 있는 건대, 팀내에 톱타자 감이 없어서 박찬호가 1번으로 시작하는 게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하죠. 그래도 박찬호 올해 출루율 .362를 기록하고 있고, 순출루율은 .079를 기록하면서 2022년 이후 가장 좋은 기록을 보여주고 있긴 합니다.

돌아 온 정해영, 다시 뒤를 지켜줄 수 있을까
오늘 경기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정해영의 복귀였죠. 7회에 김도현 다음으로 올라 왔는데 비록 안타 1개 맞았지만, 삼진과 병살로 8개의 공으로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 했죠.
무엇보다도 구속이나 공 끝이 좋아 진 게 보였습니다. 류효승을 삼진으로 잡았을 때 커맨드가 좋았는데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만 연거푸 3개 던져서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이후에 비슷한 높이에서 바깥쪽 높은 존에 박히는 149km/h 포심으로 류효승의 방망이가 늦게 나오게 만들었죠.
다만, 오늘 변화구 구사 비율이 지나치게 높았고(8개의 투구 중 변화구가 6개) 고명준을 병살로 잡아 낸 포심은 144km/h에 불과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류효승을 상대할 때의 구속과 커맨드만 기억해둬도 좋을 것 같아요.

정해영만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면 처참했던 후반기 불펜에서 반등할 수는 있어 보입니다. 조상우는 여전히 노답이지만(오늘 맞은 2루타는 운이 없는 타구였어도) 기본적으로 포심으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니 계속 불리한 카운트에서 승부를 하니까 노림수에 당하는 경우가 많죠.
조상우는 지금은 추격조로 쓰는 게 맞아 보이고, 성영탁 - 전상현 - 정해영만 뒤를 잘 지켜주면, 그래도 최악 수준이었던 승리계투조는 반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정해영이 앞으로도 계속 좋은 투구를 해줄 수 있느냐는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이겠죠. 정해영이 부진을 못 벗어나면, 그냥 8위로 시즌 끝난다고 봐야 합니다.(두산은 KIA 잘 잡고 잘 나가더니 갑자기 왜...?)
참 웃긴 상황인게 3위와 아직 3.5경기 차이입니다. 남은 경기가 26경기인데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경기 차이긴 하죠. 후반기 최악의 경기력으로 8위까지 떨어진 상황이 웃기긴 한대, 확실히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긴 합니다. 결국, 남은 시즌 관건은 양현종, 이의리, 김도현, 정해영, 전상현, 성영탁, 조상우, 최지민 등 국내 투수들이 얼마나 좋은 피칭을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즌 후면 몰라도, 이번 시즌 박찬호 유격수는 계속 쓸 수밖에 없죠. 팀내 유격수 경쟁자 중에서 공수주 모두 박찬호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안 보입니다. 박민은 수비는 좋으나 공격과 주루가 약하고. 김규성은 주루는 좋으나 공격과 수비가 약하고, 나머지는 모두 미지수죠.
선수 단평
- 위즈덤 - 5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너무나도 값진 2타점 적시타
- 김선빈 - 역시 5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컨택으로 앤더슨 투구수 빼 줌
- 최형우 - 후반기 부진(OPS .733)으로 3할 무너지기 직전
- 나성범 - 타율 2할 8푼? 언제 이렇게 쳤지
- 김기훈 - 그래 그냥 계속 투수하자.
- 오선우 - 큰 활약 없었음
- 박민 - 2할도 못 치고 있음
- 김석환 - 안타는 못 쳤지만,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나가며 결승점에 디딤돌 역할
- 김태군 - 에레디아 놀리더니 에레디아의 호수비에 당했네
- 한준수 - 번트요? 저 한준수인데요?
- 성영탁 - 제2의 전상현
- 전상현 - 언제나 든든한 국밥 같은 선수
- 이준영 - 우타자만 줄줄이 나왔는데 2아웃 잡은 게 어디냐, 그래도 볼넷은 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