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Tigers 경기 리뷰

[8/14] KIA : 삼성 - 라팍의 짧은 담장을 잘 활용한 타자들

Lenore 2025. 8. 15. 00:14

 

승리의 요인

 

홈런포 덕분이었습니다. 오늘 KIA 타자들은 무려 5개의 홈런을 쳤습니다. 김호령의 선제 솔로, 김태군의 동점 홈런, 위즈덤의 결정적인 만루 홈런, 삼성에서 추격해 오자 이번엔 김선빈의 홈런, 그리고 8회에 또 위즈덤의 홈런. 이 중 김호령의 홈런을 제외한 김태군, 위즈덤의 홈런 2개, 김선빈의 홈런은 라팍이 아니었으면 넘어갔을까 싶은 홈런이었어요.

 

김호령의 홈런은 2층까지 갔지만, 나머지 홈런들은 다 라팍에서 가장 짧은 좌중간 우중간으로 갔죠. 참고로 네이버 중계에 뜨는 비거리 수치는 무시해도 되는게, 어차피 기록원이 눈짐작으로 말하는 115, 120 이런 수치는 믿을 게 못 됩니다. 트랙맨 데이터를 제공해야죠. 제가 누누히 이야기하는 건대, MLB처럼 '이 홈런은 몇 개 구장에서는 홈런이 안 됩니다.' 정도의 수치는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반면, KIA 투수들은 이번 시리즈에서 라팍에서 홈런을 무진장 쳐댔던 삼성 타자들을 상대로 3연전에서 홈런을 단 1개도 맞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오늘 뿐 아니라 KIA 타자들은 시리즈 첫 경기에서 홈런 2개(오선우, 나성범), 어제 경기에서도 결승 만루홈런(한준수)까지 홈런포 맛을 제대로 봤죠. 

 

 

 

 

위즈덤, 대구 3연전에서 제대로 살아나다.

 

퇴출 기로에 있었던 위즈덤이 이번 3연전에서 첫 경기만 4타수 무안타로 안 좋았고, 어제 5타수 2안타로 예열하더니, 오늘은 무려 5타수 4안타에 홈런 2방에 6타점을 올리는 대활약을 했습니다. 특히, 고무적인 부분은 그동안 위즈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코스(낮은 쪽 존에서 형성되는 무딘 변화구)를 공략해서 안타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모두 자신의 약점인 바깥쪽을 공략해서 만들어 낸 안타였다는 점이죠.

 

아래는 오늘 위즈덤의 안타 타구들의 존에서의 위치입니다.

 

 

두 번째 타석 원태인의 바깥쪽 떨어지는 커브를 공략해서 중견수 앞 안타

 

세 번째 타석 원태인의 초구 바깥쪽 존에서 살짝 벗어나는 포심을 뱃 중심에 맞추면서 우중간 담장 넘기는 만루 홈런

 

네 번째 타석 육선엽의 4구째 바깥쪽에서 형성되는 체인지업을 잡아 채서 좌중간 홈런 (이건 라팍에서만 넘어갔을 듯)

 

홍원표의 바깥쪽 존에서 벗어나는 스위퍼(?)를 정확하게 받아 쳐서 중전 적시타

 

전부 바깥쪽을 공략해서 만들어 낸 홈런과 안타들이었습니다. 최근 부진할 때 보면, 바깥쪽에서 횡으로 변하는 슬라이더 류의 변화구에 치명적인 약점을 보였는데, 오늘은 삼성 투수들이 던지는 바깥족에 전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죠.

 

하이라이트 끝나고 인터뷰를 봤는데 위즈덤 본인 말로는(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외국인 선수들 인터뷰는 늘 판에 박혀서 재미가 없음) 기술적인 변화보다는 멘탈적인 부분에서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차라리 '멘탈'이 문제였다면 고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 위즈덤이 다른 때와 달랐던 게 주자 있는 상황에서 초구부터 적극적인 타격을 한 거죠.

 

위 상황을 보시면, 주자 있었던 세 번의 상황에서 모두 초구에 스윙을 했습니다. 원태인은 볼을 거의 안 던지고 스트라이크를 적극적으로 던지는 투수이니까 이런 전략이 맞죠. 그리고 결과가 모두 좋았고요. 마지막 타석에서도 초구 슬라이더에 스윙을 가져갔죠. 파울이 되었을 뿐.

 

주자가 없을 때는 좋은 공을 골라 치는 게 맞는데, 주자가 있을 때는 오늘처럼 적극적인 타격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전에 위즈덤은 약점이 너무 많아서 교체하는 게 맞다고 평가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을 기점으로 멘탈 문제를 극복하고 남은 시즌에서라도 OPS 1.0을 넘긴다면, 재계약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재계약을 하고 싶다면 위즈덤이 앞으로도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야 겠죠.

 

그리고 위즈덤 홈런 2개가 모두 라팍이라서 넘어갔다고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챔피언스 필드였다면 설령 넘어 가지 않았더라도 담장을 때리거나 외야수 키를 넘길 수 있는 라인드라이브 타구였으니까요. 위즈덤도 생각을 해야 할 게, KBO에서는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때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조금 뒤에 두고 때리더라도 문제 없을 정도로 투수들의 구속이 떨어지고(물론, 요즘 외국인 투수들은 예외지만) 뱃 중심에 맞힌다는 생각으로 타격했으면 좋겠어요. 수비수들의 기량도 MLB에 비할 바 아니니까 인플레이 타구 비율을 높이겠다고 생각을 해야지,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양현종, 이보다 좋을 수 없는 5선발

 

오늘 경기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라팍에서 안 좋았던 양현종이 원태인을 상대로 어떤 피칭을 하느냐였는데, 결과는 원태인은 난타 당했고, 양현종은 6회까지 마운드에 올라 삼성 타선을 3실점(2자책)으로 잘 막아줬습니다. 수비 도움을 받기도 했고 운이 따르기도 했지만(다만, 수비 도움을 받지 못 해서 실점을 한 것도 있었죠) 어찌됐든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결과가 '승리'였죠.

 

후반기 양현종은 4경기 등판해서 23이닝 동안 ERA 1.17을 기록하며 호투하고 있습니다. 후반기 피OPS도 .543에 불과하고요. 무엇보다도 후반기 들어 홈런을 단 한 방도 맞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반기에 반등했다고 해도, 오늘만 봐도 투구 수가 80개 근방에 이르면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1회에는 타격 1위 다툼을 하고 있는 김성윤을 빠른 공으로 헛스윙 삼진을 돌려 세우는 등, 힘이 있는 포심을 던지지만, 6회에는 강민호 상대로 던진 포심이 136km/h 밖에 안 됐습니다. 당연히 안타로 연결이 됐고요. 심지어 6회에는 140km/h 넘기는 포심이 1개도 없었고, 최고 구속이 136km/h 이었어요.

 

그럼에도 양현종의 장점은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함에 있죠. 그러니 선수들의 호수비도 나오고 운도 따르고 그러는 겁니다. 이게 딱 5선발의 자세에요. 6이닝까지 던지면 좋지만, 5이닝을 2~3실점 내로 막아도 5선발이면 박수 쳐줄 수 있죠. 단지, 그 이름이 양현종이라 서글픈 거지.

 

 

올해 양현종은 포심 구위는 더 떨어졌지만, 체인지업 빨로 잘 버티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큰 위기였던 4회 2사 1, 3루에서 김헌곤을 상대로 볼 3개 연속으로 던졌지만, 결국 풀카운트에서 체인지업을 바깥쪽에서 잘 떨어뜨려서 평범한 유격수 땅볼로 위기를 벗어난 장면이 체인지업이 잘 긁힌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다만, 좌타자 상대로 던지는 슬라이더와 커브 위력은 영 좋지 못 합니다. 올해 양현종의 좌타 피안타율이 무려 .292(우타 피안타율 .262)인 이유가 여기에 있죠. (다만, 피OPS는 우타 상대로 장타를 많이 맞아서 비슷비슷함) 실제로 구종별 피안타율을 보면,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299,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은 .209 입니다. 오늘 구자욱에게 맞은 안타 3개가 모두 슬라이더와 커브였고요.

 

양현종 스스로도 포심 구위가 이전만 못해서 작년부터 포심 구사비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는데(2023년 53.3%, 2024년 48.1%, 2025년 49.2%) 슬라이더와 커브가 날카롭지 못 해서 좌타자들에게 조금 더 고전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슬라이더와 커브를 둘 다 잘 던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포심의 구위를 다시 회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내년에는 스태미너를 조금 더 길게 유지시켜줄 수 있는 피칭 디자인으로 바꾸던지, 아니면 체력 운동을 더 열심히 하든지 해야죠. 

 

양현종만한 5선발도 구하기 쉽지 않지만, LG와 KT처럼, 국내파 선발 3명이 든든해야 그 팀이 꾸준히 상위권 경쟁을 할 수 있습니다. LG가 올해 외국인 투수 농사 망한 편임에도 1위를 달리고 있는 건 타선의 힘도 있지만, 국내 3명의 선발(임찬규, 손주영, 송승기)가 탄탄한 덕분이 크죠. KIA도 KT나 LG처럼 똘똘한 국내파 선발 3명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나이가 젊다는 것 말고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 하는 점이 아쉽네요.

 

 


선수 단평

 

  • 고종욱 - 안타 2개 정도는 상대 호수비에 걸림
  • 박찬호 - 첫 타석 타구 말고는 치는 것마다 수비 정면
  • 김선빈 - 요즘처럼 홈런 꾸준히 치면 수비 못 하는 거 참고 씀
  • 김규성 - 경기 후반 김선빈을 무조건 빼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 줌
  • 나성범 - 정밀한 선구안, 좋은 타격감 
  • 오선우 - 긴 리치를 활용한 안타가 인상적이었음
  • 이창진 - 오늘 경기 최악의 타자
  • 김태군 - 라팍만 오면 신이 나는 것 같다.
  • 한준수 - 발사각 높이라고 하긴 했는데 너무 높였네, 홈런은 치고 싶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 김호령 - 타석에서 활약도 대단했지만, 진짜 대단한 건 디아즈의 타구를 잡아내는 수비
  • 성영탁 - 남의 주자 잘 막았으면 된 거지.
  • 이준영 - 돌아 온 슬라이더. 디아즈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 1개만 아쉬웠다.
  • 전상현 - 이젠 커브도 잘 던지네?
  • 한재승 - 부담 덜한 상황이니 공도 씩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