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2] KIA : 삼성 - 레퍼토리가 다양해진 제임스 네일
승리의 요인
네일에, 네일의 의한, 네일을 위한 경기였습니다. 무려 7이닝 동안 한 방이 있는 삼성 타선을 맞아 4피안타 1사구 9탈삼진의 완벽한 투구로 시즌 7번째 승리를 거뒀습니다. 여기에 타선에서 중요한 순간에 오선우의 투런, 나성범의 솔로와 김선빈의 주자 일소 2루타가 나오면서 시종일관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네요.

제임스 네일, 퀵 체인지업의 발견
시즌 초에 올러가 잘 던질 때 저는 올러가 네일보다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이유로 네일의 구위가 올러보다 못 하고, 네일 구종이 단순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여기에 부족한 스태미너도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고요.
그런데 올해 네일은 구종을 추가하면서 작년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투수가 됐습니다. 아래는 제임스 네일의 작년과 올해 구종별 구사율입니다.
[2024년]
- 투심 : 42.1%
- 커터 : 9.6%
- 스위퍼 : 34.3%
- 체인지업 : 11.5%
[2025년]
- 투심 : 39.1%
- 커터 : 7.1%
- 스위퍼 : 31.1%
- 체인지업 : 19.6%
지난해 11.5%에 그쳤던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이 올해 19.6%까지 거의 두 배 상승했죠. 단순히 구사비율만 달라진 게 아닙니다. 구종별 피OPS도 달라 졌습니다.
[2024년]
- 투심 : .883
- 커터 : .933
- 스위퍼 : .447
- 체인지업 : .827
[2025년]
- 투심 : .655
- 커터 : .895
- 스위퍼 : .429
- 체인지업 : .592
체인지업의 피OPS가 크게 나아졌다는 점을 알 수 있고, 체인지업이 좋아지면서 투심의 피OPS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스위퍼는 작년이나 올해나 마구급이고, 커터는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안 던지는 게 낫다는 걸 지표로 알 수 있죠.
오늘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던진 체인지업이 아주 제대로 먹혔습니다. 가장 큰 위기가 6회에 찾아 왔는데 첫 타자 박승규에게 안타(커터)를 맞고, 강민호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지만, 네일의 송구가 빗나가고 김선빈이 간신히 1루 주자는 태그했지만(옷깃에 스친 ㄷㄷㄷ) 악송구가 되면서 1수 2루 위기에 삼성 중심타선이 걸렸죠.
그런데 디아즈 상대로 1볼 이후에 던진 체인지업이 절묘하게 떨어지면서 또 투수 앞 땅볼이 됐고(2루 주자 강민호 아웃) 최근 감이 좋은 김영웅을 상대로 헛스윙을 잡아 낸 투구도 체인지업이었습니다.

네일은 투구 수 80개가 넘어가면 악력이 떨어지면서 스위퍼가 날리는데, 7회에는 결정구를 스위퍼가 아닌 체인지업을 활용하면서 구자욱(3구 체인지업 2루 땅볼), 김헌곤(9구 체인지업 헛스윙), 이재현(4구 체인지업 헛스윙) 3명을 타자를 모두 범타로 잡아 내면서 마지막 이닝도 끝냈습니다.
KBO에서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구종을 늘려서 발전한 네일이 대단하긴 하지만 전, 솔직히 국내 다른 투수들은 뭘 하고 있나 싶어요. 최고의 외국인 투수 중 한 명도 끊임없이 발전을 꾀하는데, 아직도 자기가 잘 던지는 공 2~3개만 가지고 고집하는 국내 투수들을 보고 있으니 이러니 국대에서 맨날 깨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가 잠깐 다른 데로 샜는데, 지난해 시즌 끝나고 네일은 MLB 오퍼를 받지 못 했습니다. 전 불펜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봤지만, 네일을 불펜으로 쓰기에도 스위퍼는 MLB에서는 너무 주류 구종이고, 좌타자 잡는 구종이 없으며 MLB에서는 느린 구속(?) 때문에 진출이 어려울 거라고 봤고 실제로 그렇게 됐어요.
올해도 전 따지자면 국내 잔류 확률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구종의 다양성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 1년 뿐이고, 여전히 스태미너 문제는 안고 있으며, 타고 난 구위는 어쩔 수 없다는 점 때문이죠. 구위가 압도적인 폰세는 무조건 MLB 간다고 보지만 올시즌 No.2의 외국인 투수 네일은 구위 때문에 MLB 진출은 어렵다고 봅니다. 가더라도 선발 자리는 보장받기 어렵다고 생각하고요.
그만큼 MLB에는 괴물들이 넘쳐 나죠.

나성범, 이제는 정말 좋아졌다.
오늘 승리의 주역 중 한 명은 나성범이죠. 물론, 결정적인 홈런을 날린 건 오선우이고, 더 임팩트 있었던 타점은 삼진 아웃으로 물러날 뻔 했던 김선빈이 비디오 판독 끝에 회생해서(그런데 비디오로도 분간이 어려움, 아마 심판이 소리나 공 자국 보고 판단했을 거라고 봅니다.) 우측 라인선상으로 때린 2루타 였습니다.
하지만 나성범도 달아 나는 솔로 홈런과 앞 타석에 2루타로 존재감을 알렸죠. 게다가 올 시즌 좌투수 상대로 극도로 약했는데, 이승현의 커브를 노리고 받아 쳐서 우측 선상으로 떨어뜨렸고 3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서 나성범이 가장 좋아하고 잘 치는 코스인 몸쪽 낮은 포심을 받아 쳐서 팀의 마지막 점수를 만들어 줬습니다.
후반기에 나성범은 .304 / .381 / .482 / .863 을 치고 있습니다. 여전히 나성범의 이름값에는 뭔가 아쉬운 성적인데 그래도 올 시즌 투고 타저 성향을 감안하면 굉장히 훌륭한 성적이죠. 스몰 샘플이지만, 8월에는 28타석에서 OPS가 1.091 입니다. 김도영의 공백을 중심타선에서 아주 잘 보완해주고 있어요.

최형우와 오선우가 후반기 들어서 주춤한 모양새(최형우 후반기 OPS .727, 오선우 후반기 OPS .665)인데, 최형우는 나이에 따른 체력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오선우는 아직 1군에서 여름을 버텨낸 적이 없죠. 그래도 날씨가 좀 선선해지니까 오선우 오늘 좋은 홈런과 안타까지 치는 등 1군 풀타임 경험치를 쌓는 보람은 있어 보입니다.
최형우가 내년까지는 뛰겠지만, 당장에 부진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니 최형우 이후에는 나성범이 지명 타자 자리로 가야죠. 어차피 지금 수비와 주루가 안 되는 상황이라 나성범도 타격에만 집중하면 조금 더 오래 기량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도 타순도 조정해야죠. 후반기 최고의 타자인 나성범이 6번 치고 있는 게 말이 안 됩니다. 3번으로 다시 복귀 시켜야 하고, 김선빈을 6번으로 쓰는 게 낫다고 봐요. 위즈덤은 5번 또는 7번으로 쓰다가 반등 못 하면 시즌 끝나고 재계약 안 하면 되는 거고요.
선수 단평
- 이창진 - 지난 일요일 수비를 만회하는 타석에서의 맹활약
- 박찬호 - 너도 위즈덤 닮아 가는구나. 골든글러브 2연패는 물건너 감
- 김선빈 - 지난 일요일 수비를 만회하는 결정적인 타점
- 김규성 - 9회 김영웅의 배럴 타구를 건져 내며 대수비로 투입된 가치를 증명
- 최형우 - 몸으로 떼운(?) 날
- 위즈덤 - 첫 타석 타구 보고 설렜는데...
- 박정우 - 아직 실전 감각이 부족해 보임
- 박민 - 마지막 타구 한 번에 포구 못 했지만, 침착하게 처리하는 걸 보면 수비에서 믿음이 감
- 김태군 - 수비형 포수라고? 사실은 공격형 포수(후반기 타율 .415)
- 김호령 - 착실한 9번 타자의 모습
- 최지민 - 어제 김기훈보다 낫다고 해서 긁혔나?
- 김기훈 - 지난 경기 잘 던졌다고 이기는 경기에 넣을 투수가 아니에요. 운으로 겨우 막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