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 KIA : 두산 - 스찌 홈런 3방 말곤 졸전 그 자체
패배의 요인
팀이 무기력증에 빠진 것 같습니다. 날씨가 아무리 덥다고 하지만, 그건 다른 팀도 동일한 조건입니다. 그런데 KIA 선수들만 더위 먹은 것 같네요.
초반에 최민석 공략 못 한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졸 신인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구종 완성도가 뛰어나고(투심과 슬라이더 커맨드가 프로 10년차 수준) 구위가 뛰어나지 않아도 낯선 투수를 상대하다보니 타자들도 어려워하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스트라이크존에 똑바로 오는 공이 거의 없고, 우타자에게는 바깥쪽 슬라이더로 낚거나 몸쪽 투심으로 땅볼 유도. 좌타자에게는 바깥쪽 투심으로 땅볼 유도하거나, 몸쪽 포크볼로 낚거나. 이렇게 던지는 투수가 고졸 신인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피칭을 잘 하더군요.
두산이 비록 지금 순위는 아래에 있지만, 우완 투수 유망주는 10개 구단 중 가장 넉넉한 것 같네요. 비록 오늘 흔들렸지만, 최지강 볼 때마다 탐나는 투수이고(몸쪽 150km/h 투심 던지니까) 이 외에도 150km/h 넘게 던지는 우완 투수는 제일 많은 것 같은데, 최민석 같은 투수도 건지는 걸 보면, 투수 뽑는 운은 10개 구단 중 최고 같아요.
여튼, 최민석에게 끌려 다니는 건 상대 투수의 공이 너무 좋았고(실제로 오늘 경기까지 45.2이닝 ERA 2.96에 WHIP 1.16인데 예년 같았으면 신인왕 후보죠.) KIA 타자들은 전력 분석이 안 된 모습인 것 같아서 그러려니 할 수 있어요. 문제는 김도현은 오늘 체인지업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고, 초반에 위즈덤이 정신 나간 송구 2개로 경기를 날려 먹었죠.
9대1까지 뒤졌던 경기를 고종욱, 나성범, 김태군의 홈런 등으로 3점 차이까지 좁혀서 김택연까지 올린 건 소득이긴 합니다만, 7연패 박고 있는 와중에 '졌잘싸'는 아무 의미가 없죠. 이기는 게 중요한데 말이죠.

외국인 타자도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빠지네?
오늘 야수 중에 가장 임팩트 있는 활약을 한 건, 단 한 타석도 들어서지 않은 패트릭 위즈덤입니다. 오늘 더위 먹은 거 아니면 이해가 안 가는 플레이만 계속 했죠.
먼저, 2회 박준순의 안타로 2루 주자 양의지가 홈으로 들어 왔을 때, 고종욱의 어깨가 약해서 사실상 잡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중계된 공 자체고 유격수 박찬호에게 향했지, 3루수 위즈덤에게 향한 송구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위즈덤이 잡은 순간 이미 늦은 상황이었죠. 그런데 굳이 송구를 했고, 송구조차 위로 던지는 바람에 1루 주자까지 3루로 갔고, 후속 타자의 희생타로 추가 실점을 했죠.
더 황당한 건 3회 상황입니다. 2회 상황은 양의지 발이 느리니까 억지로 이해해보고 싶은데, 3회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플레이를 했죠. 무사 1, 2루에서 케이브의 투수 앞 땅볼이 나왔는데 김도현은 타구 체공 시간이 좀 있고, 케이브 발이 빠르니까(심지어 좌타자) 병살타는 어차피 힘들다고 보고, 홈으로 들어 오는 3루 주자를 런 다운으로 몰고 갔습니다.

문제는 위즈덤이죠. 김도현의 송구를 받고 3루 주자 정수빈을 홈으로 몰고 갔는데, 이때 포수 한준수에게 바로 던지지 않고 훼이크를 한 번 씁니다. 정수빈은 여기에 안 낚인데다가 결정적으로 이 훼이크에 정작 속은 건 포수 한준수였죠. 위즈덤이 송구할 줄 알고 앞으로 튀어 나왔다가 홈을 지킬 선수가 빠져 버리게 됩니다.
당황한 위즈덤은 홈으로 던졌고, 김도현이 뒤에서 백업을 했다지만 송구도 느렸고, 김도현도 제대로 포구를 하지 못했죠. 제대로 포구 했어도 빠른 발의 정수빈을 홈에서 잡긴 쉽지 않았고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페이크 동작을 했는 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이런 플레이를 국내 선수가 했으면 경기에 바로 빠졌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외국인 타자이기 때문에 안 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범호 감독은 과감하게 이 수비 이후에 위즈덤을 수비에서 빼 버리고 변우혁을 투입합니다. 다음 타자 첫 타자가 위즈덤인데 말이죠.
제 뇌피셜이지만, 더위 때문에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면 확실히 멘탈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너무 잘 하려고 하다보니' 말도 안 되는 공에 헛스윙을 하고, '너무 잘 하려고 하다보니' 악송구가 나옵니다. 여유가 있는 상황이면 그렇게 모험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아요. 팀도 연패고, 본인도 최근 찬스에서 너무 해결을 못 하다보니 이런 모습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위즈덤이 리그에 적응을 할 거라고 믿었어요. 두산 케이브처럼 말이죠. 케이브도 위즈덤처럼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은 선수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523경기 1,564타석을 들어 섰으니까요. 통산 455경기와 1,473경기를 뛴 위즈덤보다 메이저리그 경험은 더 풍부하죠.
그런 케이브도 시즌 초반에는 5월까지는 OPS가 .736에 불과했습니다. 타율만 괜찮은 편(.287)이었지, 출루율이 낮고(.335) 결정적으로 장타가 너무 안 나와서 장타율이 .401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6월에 OPS .834로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7월 OPS가 1.061 입니다. 그리고 현재 OPS .827까지 끌어 올렸어요. 외야 수비도 좋죠.
위즈덤도 초반에 찬스 못 살리는 건 KBO 무대에 적응을 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00경기를 거의 다 하고 있는 현재 아직도 찬스에서 삽질을 하고 있습니다.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에요. 그러다가 오늘은 수비에서도 사고를 쳤고요. 막판에 반등 못 하면, KIA는 최원준, 이우성의 이적으로 얇아진 외야수 뎁쓰를 강화하고 1루는 그냥 오선우를 쓰는 식으로 내년 외국인 타자 조각을 변경할 것 같습니다.
정말, KBO 역사상 이렇게 장단점이 명확한 외국인 선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에요. 차라리 아파서 그런거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멘탈 문제가 맞다면 이걸 고치는 게 정말 쉽지가 않죠. 전문 상담사를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팀내 다른 동료들은 말도 안 통하고... 아마 선수 본인이 가장 괴로울 겁니다. 오늘 덕아웃에서 큰 눈망울로 괴로워 하는 모습 비춰주고 있는데 참 할 말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외국인 선수를 이렇게 중간에 뺀다고 선수가 얼마나 나아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메이저리그 안 본지 하도 오래 되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렇게 수비에서 본 헤드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중도에 교체하는 문화가 있는 지도 의문이고요.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에 따르라곤 하지만, 그래도 미국 문화에 익숙한 타자를 억지로 KBO 문화에 끼워 맞출 필요는 있나 싶어요.
그저, 오늘의 조치가 위즈덤 선수에게는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라야 겠지만. 모르겠네요. 정말.

결정구가 없었던 김도현, 그리고 김시훈의 실망스러운 투구
오늘 김도현은 5.1이닝 동안 안타를 9개나 맞았습니다. 수비 실책 때문에 4자책 밖에 안 됐지만, 배럴 타구를 너무 많이 허용했습니다. 그럴 수 있어요. 풀타임 선발이 처음이니 여름 넘기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결정구인 체인지업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아 고전하더라고요.
김이환 시절에는 '체인지업' 원툴 소리 듣던 선수였습니다. 140km/h을 간신히 넘는 느린 구속으로도 한화에서 꾸준히 선발 기회를 준 이유는 1군 실전에서 바로 통하는 체인지업 때문이었죠. 오늘 김도현이 던진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4할이었습니다. 그리고 두산 타자들이 의도적인지 몰라도 낮은 쪽에 체인지업을 모조리 골라 내더라고요. 전력 분석을 당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드는 생각이 왜 김도현은 포심보다 투심을 더 많이 던질까 싶습니다. 김도현의 투심 피안타율은 .313나 됩니다. 반면, 포심 피안타율은 .261에 불과하고요. 피OPS도 투심은 .884, 포심은 .715 입니다. 이쯤이면 포심, 체인지업, 커브 등으로 피칭 디자인을 다시 짜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네요.
좌타자 막으라고 올라 온 김대유는 좌타자들에게만 안타 허용하더니 경기 터뜨렸고(구속 느린 좌투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줌) 7회 시작하자마자 김시훈이 KIA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라 옵니다.

초구 138km/h 직구
'탄식'이 나오더군요. 아니나다를까 김인태는 어렵지 않게 김시훈의 포심을 타이밍이 조금 늦었음에도 배럴 타구로 좌중간을 갈랐고, 박준순은 포크볼로 삼진을 잡았으나 김재환에게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포크볼이 떨어지지 않고 존에서 높게 형성되는 바람에 우측 담장을 후울쩍 넘기는 대형 홈런을 허용합니다.
이어서 박계범은 포크볼로 투수 땅볼로 잡았으나 김민석에게도 잘 맞은 타구 허용했지만 수비 정면으로 가면서 뜬공 아웃. 스코어 차이가 크게 벌어졌는데 8회에 정수빈과 이유찬을 아웃으로 잡았어도 큰 의미는 없죠. 게다가 이유찬에게 2볼 상황에 던진 포심이 139km/h를 기록했는데 역시 잘 맞은 타구였습니다.
오늘의 김시훈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구속 더 느리고 변화구 구종이 1개 더 있는 조상우' 네요. 그냥 조상우 하위 호환입니다. 김시훈은 정수빈을 삼진으로 돌려 세운 커브 같은 매우 훌륭한 변화구가 있습니다만, 포심이 이렇게 느려서야 변화구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1999년생 투수가 왜 벌써 3년 전보다 구속이 5km/h나 떨어졌는 지 모르겠네요. 김시훈 구속 저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1군 자원이 되지 못 합니다. 그냥 변화구 잘 긁히면 어쩌다 운 좋게 2이닝을 1실점 정도로 막아줄 수 있는 추격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매우매우매우 실망스러운 피칭이었습니다.
아무튼, 오늘도 스찌 홈런 3방 말고는 아무 것도 못 하고 7연패를 당하며 5할에서 내려왔는데 그냥 이렇게 된 거 8위로 시즌 끝내고 신인 드래프트 전체 3번 픽으로 우수한 우완 정통파 투수나 지명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단평
- 고종욱 - 홈런 하나 쳤다지만, 최민석 같은 유형의 투수에게 고종욱 같은 베드볼 히터는 좋은 먹잇감
- 박찬호 - 볼넷 2개는 얻고 3개째 얻어낼 수 있는 상황에서 집중력이 결여된 모습
- 오선우 - 첫 풀타임인 걸 감안하면 퍼질 때가 되었음. 내일부터는 나성범과 자리 바꿀 것.
- 최형우 - 40대인 걸 감안하면 퍼질 때가 되었음. 아, 그런데 4번에서 못 내리네
- 나성범 - 마지막 찬스에서 삼진 당했다지만, 홈런 포함 2 안타가 어디냐 내일부터는 다시 3번이다.
- 김선빈 - 컨택은 다 했는데 결과가 영...
- 변우혁 - 위즈덤 대신 나와서 멀티 히트 쳤다지만 타구질은 너무나도 구리다. 시즌 첫 홈런은 언제 칠래?
- 한준수 - 존재감 없었음
- 김태군 - 존재감 있었음
- 김호령 - 좋은 수비 2개 한 것도 모자라 적시타까지
- 김대유 - KIA 역사상 최악의 보상 선수 픽이 될 징조.
- 최지민 - 볼질 없이 시원시원하게 던지니까 보기 좋네 (10개 던져서 아웃 카운트 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