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2] KIA : LG - 정해영이 또... 수비가 또...
패배의 요인
오늘 패배의 절대 지분은 정해영이죠. 4대1로 지고 있던 경기를 8회말에만 무려 6득점을 뽑으면 그 경기는 잡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9회초 수비에서 정해영 혼자 3실점을 홀랑 하는 바람에 리드를 다 빼앗겼죠. 조상우도 리드를 허용하는 점수를 내주긴 했습니다만, 정해영의 임팩트와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왜 맞을까? 알 수 없는 정해영
전 올해 정해영이 스텝업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평균구속'과 '삼진율' 때문입니다. 아래는 정해영의 데뷔 이래 평균 구속과 상대 타자 대비 삼진율입니다.
- 2020년 - 143.1km/h, 18.6%
- 2021년 - 144.0km/h, 18.0%
- 2022년 - 144.6km/h, 18.1%
- 2023년 - 143.2km/h, 13.8%
- 2024년 - 145.5km/h, 23.8%
- 2025년 - 148.0km/h, 24.6%
올해가 커리어 하이입니다. 구속이 오르면서 삼진율이 증가했습니다. 전 정해영의 낮은 삼진율이 굉장히 불만이었는데 작년과 올해 정해영은 구속을 조금씩 끌어 올리면서 삼진율도 올렸습니다. 마무리 투수의 가장 큰 덕목인 '삼진율'에 발전이 왔다는 건 매우 긍정적인 변화죠.
문제는 피안타율입니다.
- 2020년 - .297
- 2021년 - .210
- 2022년 - .252
- 2023년 - .277
- 2024년 - .244
- 2025년 - .309
작년까지 정해영의 피안타율은 데뷔해를 제외하면 준수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정해영의 피안타율은 무려 .309를 넘어 갑니다. 올해 타고투저 시즌도 아님에도 말이죠. 이 때문에 피OPS도 데뷔 해(.792) 이래 가장 나쁜 .78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투수로 함량 미달인 기록이죠.
심지어 정해영은 볼넷 허용율도 줄었습니다. 올해 볼넷 허용율이 6.3%에 불과한대, 역시 커리어 하이 기록이고, 그 결과 삼진 대 볼넷 비율이 3.92라는 매우 준수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식의 발전을 보이면, 성적이 좋아지는 게 자연스러운 결과인데, 정해영은 오히려 성적이 나빠졌습니다.

높은 피안타율의 이유는 BABIP에 있습니다. 올해 정해영의 BABIP는 무려 .400 입니다. 데뷔해에 .365 다음으로 나쁘고 .289에 불과했던 작년 대비 1할 이상 나빠졌습니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올해 정해영은 운이 지독하게 없는 시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경기만 해도 정해영의 실투는 없었어요. 첫 타자 천성호를 빗맞은 투수 땅볼로 유도 잘 했고, 오지환 상대로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포크볼이 낮게 떨어졌는데 오지환은 그걸 걷어 내서 투수 스치는 중전 안타를 쳤죠. 박관우의 안타도 하이 패스트볼 경계에 잘 던진 공이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가 되었죠. 전, 여기까지 보고 이상하게 정해영의 공은 안타로 많이 연결이 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결정타는 박해민에게 던진 초구 포심이었는데 이 공은 가운데 조금 높은 존으로 들어가긴 했습니다. 그리고 구본혁에게도 박관우와 마찬가지로 높은 존에 던졌는데 안타가 됐죠.
정해영은 하이 패스트볼을 굉장히 잘 던지는 투수이고, 하이 패스트볼로 재미를 많이 봤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존으로 빠른 공을 우겨 넣으면 뜬공으로 쉽게 아웃 카운트를 잡아 냈는데 올해는 높은 존으로 공을 던지면 안타가 되고 있죠. 정말 지독하게도 운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구속이 상승하면서 하이 존의 볼의 움직임이 상대 타자에게 공략이 쉽게 변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구속이 상승한 정해영의 올해 포심 피안타율은 .341이나 됩니다. 작년에도 .327로 나빴는데 더 나빠졌죠. 그리고 정해영의 포심 피안타율은 매년 꾸준히 나빠지고 있긴 합니다. 2023년에는 .288, 2022년에는 .248이었습니다. 상대 팀에서 정해영의 빠른 공들의 들어가는 코스를 분석해서 공략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죠.

하나의 결과에는 여러 가지 원인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1) 올 시즌 억세게 운이 없다.
(2) 구속이 오르면서 오히려 하이 존의 들어가는 공들의 무브먼트가 변했다.
(3) 정해영의 하이 존에 상대 팀들이 분석을 완벽하게 해냈다.
이런 결론을 내리고 싶네요. 마냥 운이 없다고 하기엔 정해영의 포심은 너무 쉽게 클린 히트로 연결되고 있고, 포심 피타구속도도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데이터가 없어서 더 이상의 분석은 어렵지만요. 회전 수 같은 데이터도 알 수 없으니, 정해영의 포심이 왜 쉽게 공략을 당하는 지 알 수 없기도 하죠.
전, 정해영의 구위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피칭 디자인에는 변화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 투구폼에서 정해영에게 '야, 너 하이 존 이제 던지지 말고 낮게 던져'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데뷔하면서 지금까지 하이 존의 포심으로 재미를 많이 본 선수인데(작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아웃 카운트도 하이 패스트볼이었죠) 그걸 버리라고 하기에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이 듭니다.
여튼, 정해영을 마무리에서 내릴만한 상황도 아니죠. 지금은 단순히 볼배합을 바꿔 보거나 하이 패스트볼의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진짜 운이 나빠서라고 생각하고 지금처럼 계속 던져보던지요. 운은 어찌됐든 돌고 도니까요.
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게 올해 정해영의 FIP는 3.21을 기록하면서 커리어 하이 입니다. 지금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에 정해영보다 FIP가 좋은 선수는 김서현(2.72), 조병현(2.52) 둘 밖에 없습니다. 6시즌 동안 FIP가 4.0 미만인 적이 단 한 차례 밖에 없었는데 삼진 늘고 볼넷 줄었으니 FIP는 당연히 좋아지죠. 지금 마무리 투수 중에 FIP와 실제 성적 괴리감이 가장 큰 선수가 정해영이에요.

부상자들이 복귀하니 수비에서 구멍이...
오늘 KIA에서 실책이 2개가 나왔는데 모두 실점으로 연결된 클러치 에러였죠. 특히, 가장 큰 실책이 6회에 나온 김선빈의 실책이죠. 신민재의 억까 내야 안타가 나온 다음에 지금 LG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은 문성주가 친 타구가 위즈덤의 정면으로 가서 위즈덤이 2루에 빠른 송구를 했습니다. 런 앤 히트가 걸려서 신민재가 스타트를 끊은 상황이었으니까요.
위즈덤의 송구는 매우 정확하게 갔는데 김선빈이 포구를 하지 못했죠. 정확한 이유는 선수만 알겠지만, 전 김선빈이 신민재를 2루에서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포구를 할 준비를 하지 못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가 평범한 송구를 뒤로 흘린 결과이고요.
사실, 신민재도 위즈덤이 2루에 던질 것을 생각 못 했어요. 2루에 슬라이딩을 해서 들어간 게 아니라 발로 들어갔으니까요. 그래서 막판에 스피드를 죽였기에 김선빈이 포구만 제대로 했으면 2루에서 아웃이었습니다. 여기에 타구가 빠르고 문성주가 빠른 편이 아니라서 병살타도 충분히 가능했죠. 그 다음에 김현수의 삼진이 나왔고, 그 다음에 문보경의 홈런(네일이 못 던진 공이 아니라 문보경이 잘 쳤죠.)이 나왔으니 병살타로 잡기만 했어도 무실점으로 이닝이 끝날 수 있었습니다.
김선빈의 수비 문제는 해결이 안 됩니다. 그런데 그걸 초월하는 공격력이 있으니 쓸 수밖에 없죠. 지금 나성범은 복귀해서 빗맞은 안타 2개 친 게 전부이지만, 김선빈은 2경기에서 5출루(2안타 3볼넷)을 만들어 냈습니다. 김선빈 대신 썼던 선수들의 공격력을 생각하면 김선빈의 공격력은 약한 수비를 감안해도 쓸 수밖에 없긴 해요.
9회초에 문보경의 병살타를 악송구하는 바람에 추가 실점을 내 준 박찬호의 악송구도 있었지만, 박찬호는 원래 수비를 잘 하는 선수라서 이 정도 실수는 그러려니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선빈은 수비가 약해서 그러려니 하기 어렵죠.
특히, 김선빈은 2루수 말고는 쓸 수 있는 포지션이 없어요. 최형우 은퇴하더라도 지명타자는 나성범이 해야 하고, 중견수로 쓰기에는 주력이 떨어졌죠. 냉정히 표현하면 계륵이라는 생각이 들고, 김선빈의 컨택이 조금이라도 나빠지는 날에는 주전 자리를 유지하기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튼, 오늘 다 잡은 경기였는데 정해영의 화려한 불쇼로 전반기 마지막 경기가 생각날 정도로 임팩트 있는 패전을 기록했네요. 일요일도 블론 직전까지 갔던 걸 생각하면, 오늘 경기는 시즌 초의 수비 삽질과 불펜의 방화가 다시 생각날 수 밖에 없는 경기였습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타석에서는 3번의 출루를 만들어 냈지만, 마지막 이닝 수비가 너무 아프다.
- 위즈덤 - 득점권에서 하나라도 쳤으면 오늘 이겼음.
- 최형우 - 진짜 혼자 야구하네
- 나성범 - 너무 일찍 1군에 올라온 듯. 2경기 연속 정타가 안 나온다.
- 이우성 - 인내심의 언제까지...
- 고종욱 - 인플레이를 만들어 낼 줄 아니까 빗맞은 안타라도 나오는 것
- 이창진 - 허망한 삼진. 2군에서 4할 칠 때까지 올리면 안 될 듯
- 오선우 - 김호령은 꺾였지만, 오선우는 여전히 잘 하고 있다.
- 김태군 -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블로킹 미스
- 한준수 - 3-1에서 한가운데 포심을 놓칠 리가
- 김호령 - 이제 타격감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타석에서는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적시타를!
- 네일 - ERA 2.48인 투수가 5승 밖에 못 한 게 말이 됨?
- 최지민 - 항상 오늘처럼만 던져라
- 조상우 - 전상현을 올려야 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