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Tigers 경기 리뷰

[6/18] KIA : KT - 대타 이창진의 결정적인 역전 적시타

Lenore 2025. 6. 18. 23:35

 

승리의 요인

 

경기 초반 소형준과 윤영철 둘 다 좋은 제구력으로 3회까지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갔는데, 윤영철은 4회에 안현민의 안타, 장성우의 볼넷(1루 비었으니 나쁘지 않았다고 봄) 문상철의 적시타로 1실점을 먼저 했고, 허경민의 타구는 잘 맞긴 했으나 중견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였는데 하필 오늘 김호령이 아니라 최원준이 나오는 바람에 첫 발 스타트를 잘 못 끊어서 1타점 2루타가 됐죠.

 

만약, 오늘 수비가 최원준이 아니라 김호령이었으면 타구음 듣고 뒤로 먼저 스타트를 끊었을 겁니다.(그리고 김호령 수비하는 모습을 보면, 애매할 땐 뒤로 스타트 겁니다.) 그럼 허경민의 타구는 중견수 플라이로 끝났을테고, 그럼 1실점으로 이닝 마쳤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죠. 잘못된 수비 하나 때문에 3실점을 하게 된겁니다.

 

그래 오늘 경기는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5회말 공격에서 최원준, 고종욱, 박찬호의 3연속 안타로 2득점, 그리고 찬스에서 내내 삽질하던 위즈덤이 3번째 타석에서야 소형준의 투심 궤적을 읽었다는 듯이 몸쪽 낮은 코스를 큰 스윙이 아닌 정확한 스윙으로 우중간으로 타구를 날리며 동점 2루타를 때렸죠.(다리도 참 빠름)

 

 

이창진이 아니었으면 나오지 않았을 역전 적시타

 

계속된 찬스에서 한준수는 소형준의 투심을 이겨내지 못 해 5회에 동점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고, 6회에 올라 온 전상현이 2이닝을 완벽하게 막은 가운데 7회 선두타자 박찬호가 친 타구가 묘하게 투수 앞으로 느리게 굴러가 내야 안타로 무사 1루의 찬스를 잡았죠.(그냥 뛰어갔어도 여유있게 세이프인데, 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니)

 

전용주(아니, 이 선수 공이 왜 이렇게 빨라 졌죠.) 위력적인 투구에 좌타자 오선우와 최형우는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고(오선우는 쓰리 볼 상황에서 번트 자세 취하면 안 됐습니다.) 위즈덤이 타석에 나오자 이강철 감독은 최근 안 좋은 원상현을 마운드에 올립니다. 

 

전 전용주를 계속 끌고 가지 않은 게 좀 의외였어요. 박찬호의 안타는 명백히 빗맞은 안타였고, 오선우와 최형우를 상대할 때 보니 공이 정말 좋더군요. 물론, 위즈덤이 좌투수 상대로 조금 더 정확한 타격을 하긴 하지만(좌투 상대 타율 .289, 단 OPS는 우투 상대할 때가 더 좋음) 원상현은 최근 폼이 안 좋았으니까요. 차라리 이상동을 올릴 거였으면 1이닝 더 빨리 올렸어야...

 

여튼, 위즈덤은 특유의 선구안으로 원상현의 체인지업을 모조리 다 골라 냈고, 다음 타자 김태군을 상대할 때도 원상현은 제구를 잡지 못하고(그래도 서서히 잡혀 가긴 했음) 김태군을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 상황에 몰리죠. 타석엔 활약이 미진한 황대인. 대타가 나오는데, 누가 나올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우투 상대임에도 이창진이 나가더라고요.

 

 

원상현은 김태군에게 던진 4구째부터 제구가 잡혔는데, 1구 체인지업은 이창진이 잘 골랐고, 2구 포심과 3구 체인지업을 보더라인 절묘하게 집어 넣어서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합니다. 4구 커브는 많이 빠졌고, 5구 체인지업도 많이 빠져서 기어코 풀카운트를 만들었죠. 

 

투수는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원상현은 어쩔 수 없이 가운데로 포심을 집어 넣습니다. 그리고 이창진은 이 실투를 놓치지 않았고요.

 

선구안이 좋은 이창진이 아니었다면, 1구, 2구, 3구는 모두 보더라인 근처로 커맨드가 잘 된 공들이라 괜히 건드려서 범타로 끝났을 가능성이 컸을 겁니다. 그런데 선구안과 침착성이 좋은 이창진이니까 나쁜 공을 억지로 건들지 않았고, 5구째까지 끈질기게 보면서, 자신의 스윙 타이밍을 가져갔고, 그 결과가 3-유간을 빠르게 꿰뚫는 적시타였습니다.

 

 

이창진이 1번을 맡아 주면서 박찬호도 좋아지다.

 

이창진이 돌아오면서 외야수에서 수비 밸런스가 좋아졌고, 1번 타자로 부담감을 느껴 보였던 박찬호(억지로 공을 오래 봐야 했으니까요)가 2번 타자로 내려오면서, 자기 존에 오는 공을 주저하지 않고 휘두르고 있고 그게 좋은 결과로 연결되고 있죠.

 

제가 얼마 전에 박찬호가 2번 타석에서는 '볼을 골라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계속 나쁜 공을 건드리고 빠른 승부를 하면서 타석에서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4연승 기간 박찬호는 2번 타자로 계속 나오면서 20타수 7안타를 치고 있어요. 그 결과 최악이었던 2번 타석에서의 성적이 OPS .650까지 좋아졌습니다. 

 

박찬호 이야기를 하는 김에 덧붙이면, 올해 박찬호는 공격력에서도 작년보다 나아졌는데(WRC+ 작년 95.7, 올해 109.6) 수비와 주루에서 정말 너무나도 좋아졌죠.

 

지난해 악성 박찬호 비판자들이 박찬호를 깠던 지표가 '실책'이었어요. 작년에 23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유격수 최악 공동 1위(박성한과 동률)이었으니까요. 1위는 김도영의 30실책. 그런데 이렇게 실책이 많았던 이유는 1루수를 서건창과 이우성이라는 함량 미달의 선수들이 맡았기 때문입니다.

 

 

올해 박찬호는 여전히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실책이 6개 밖에 안 됩니다. 현재 10개 구단에서 유격수로 가장 많이 뛴 선수들 중에 박찬호보다 실책이 적은 선수는 오지환(3개)이 유일합니다. 오지환이나 박찬호를 보면 이게 바로 '유격수 수비 클래스'라는 걸 알 수가 있죠. 아래는 300이닝 이상 유격수로 뛴 선수들의 실책 수

 

  • 김주원 16개 (548.0이닝)
  • 박성한 12개 (577.2이닝)
  • 이재현 11개 (556.0이닝)
  • 권동진 10개 (381.0이닝)
  • 전민재 7개 (388.0이닝)
  • 박찬호 6개 (505.2이닝)
  • 오지환 3개 (418.1이닝)

 

공수주 밸런스로 따지면 박찬호만큼 유격수에서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는 몇 명 없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악성까들이 존재해서, 필요 없다느니 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죠. 저 역시, 박찬호를 오버 페이 할 정도로 잡을 필요 없다는 스탠스이긴 합니다. 팀내 유격수 유망주(김도영 때문에 박찬호 유격수를 치워야 한다는 소리가 많은데, 전 김도영 유격수는 큰 가능성 없다고 보는 쪽입니다.)가 그래도 몇 명 있으니까요.(수비능력만 놓고 보면 김규성에게 아마 우선권이 가겠죠.)

 

박찬호가 공격력에서 압도적인 선수는 아니긴 합니다만, 지금 4년 연속 WRC+ 90 이상(94.1 - 109.5 - 95.7 - 109.6)을 찍고 있고, 수비력은 KIA 타이거즈 역사상 이보다 수비가 좋았던 유격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뛰어나죠.

 

시즌 끝나면 FA 자격 획득이라 타팀 이적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이는데(제가 박찬호면 악성까들 때문에 돈 더 줘도 잔류 안 함) 박찬호가 라인업에서 빠지면, 아마 수비 때문에 골머리를 썪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입니다. 지금 유격수 유망주 중에 박찬호만큼 칠 만한 선수는 있을 수도 있지만(김도영이 정말로 유격수로 간다면) 수비와 주루 면에서 박찬호를 넘을 유망주는 키워내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6월에 KIA가 잘 나가는 이유는 불펜 덕분

 

시즌 초에 KIA가 꼬라 박은 이유는 '부상자'가 가장 크지만, 이에 못지 않게 컸던 게 불펜 투수들의 문제였죠. 그런데 6월에는 모두가 잘 던져주고 있습니다. (피OPS .948인 정해영 빼고) 특히, 부진했던 전상현이 좋아진 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되고 있죠. 아래는 전상현과 조상우의 월별 기록입니다.

 

[전상현]

3월 : 02.2이닝 WHIP 1.13 피OPS .717

4월 : 09.0이닝 WHIP 1.33 피OPS .655

5월 : 13.0이닝 WHIP 1.85 피OPS .778

6월 : 11.0이닝 WHIP 0.73 피OPS .508

 

[조상우]

3월 : 03.2이닝 WHIP 1.91 피OPS .764

4월 : 09.1이닝 WHIP 1.07 피OPS .452

5월 : 12.2이닝 WHIP 2.05 피OPS .970

6월 : 07.0이닝 WHIP 1.00 피OPS .550

 

전상현과 조상우 둘 다 5월에 처박았는데, 6월에 둘 다 잘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상현이 많은 이닝까지 소화해주면서 불펜 안정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어요. 오늘 경기 잡은 것도 전상현이 KT 타선을 2이닝 퍼펙트로 막은 게 컸다고 보고요.

 

그리고 곽도규와 황동하가 빠지면서 불펜 뎁스가 약해진 게 팀에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봤는데, 이 문제점도 성영탁이 등장하고, 최지민이 좋아지면서 나아지고 있어요. 원래도 선발투수들은 양현종, 윤영철 빼고는 괜찮았고, 윤영철이 좋아지면서 더 좋아졌는데, 불펜까지 안정이 되니 높은 승률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잡은 것도 투수들이 KT 타선을 상대로 단 5개의 안타 밖에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삼성 마운드를 그야말로 맹폭했는데 말이죠. 

 

다만, 6월에 전상현과 정해영 두 명의 투수의 과부하가 심해지고 있는데, 이 부분만 각별히 신경을 써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투수 마운드 쪽에 최지민이 더 힘을 내줘야 하고, 성영탁은 지금의 기량을 유지해야 해요. 여기에 한 두 명 정도 더 마운드에 보탬이 되면 이상적일 것 같네요.

 

후반기에는 빠져 있던 주축 타자들이 하나 둘 복귀를 앞두고 있죠. 그때까지 마운드가 잘 버텨주면 타자들이 투수들을 보호하는 경기가 나오면서, 전상현, 조상우, 정해영의 이닝 부담도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 봅니다.

 

 

 


선수 단평

 

  • 고종욱 - 1루수 펑고 3개 치더니 기어코 안타 하나 만들어 냄
  • 오선우 - 늘어나는 삼진, 좌투수에게는 확실히 약한 모습
  • 최형우 - 장타가 안 나오면 똑딱질로
  • 위즈덤 - 1회에 욕 나왔는데, 그래도 기어코 하나는 치는 구나
  • 한준수 - 땅볼만 3개 침
  • 김태군 - 요즘 선구안 왜 이렇게 좋지?
  • 황대인 - 오늘이 마지막 기회 같았는데... 마지막 타석 타구는 좀 아쉽네
  • 박민 - 어제 오늘 수비 정말 잘 해줬다.
  • 김규성 - 첫 두 타석은 최근의 김규성, 마지막 두 타석은 원래의 김규성
  • 최원준 - 그래도 안타 2개 치면서 실책은 60% 정도 만회함
  • 윤영철 - 구속이 안 나오니까, 커브와 슬라이더로 KT 타자들을 요리함
  • 정해영 - 2일 쉬니까 확실히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