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KIA : 한화 - 함평 타이거즈 멤버들의 활약으로 역전승
승리의 요인
폰세와 양현종의 맞대결, 이기는 방법은 양현종의 무실점 피칭 밖에 없다고 봤는데 오늘 양현종은 배팅볼을 던졌죠. 빠른 공을 던졌는데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를 전혀 이겨내지 못 했습니다. 좌타자 상대로 던지는 슬라이더와 커브는 계속 밋밋하게 들어 갔고요. 위즈덤의 실책으로 수비 도움을 못 받은 것도 맞지만(박찬호의 경우, 잡았으면 호수비라 위즈덤은 잡았으면 병살타였죠.) 기본적으로 정타를 너무 많이 허용했어요.
양현종 오늘 2.1이닝 동안 안타를 무려 8개를 맞았는데 이진영의 2타점 적시타를 제외하면 타구들이 다 잘 맞았고, 심지어 노시환에게 홈런성 타구를 허용하기도 했죠. 김석환의 집중력 있는 수비로 대량 실점의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합니다. 5월에 반등하긴 했는데 날이 더워지니까 구위가 더 무뎌지는 게 아닌가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양현종의 초반 대량 실점(5점)으로 어려운 경기가 될 거라고 봤는데, 양현종 다음에 올라 온 성영탁이 2.2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 준 게 컸고, 오선우의 역전 투런, 황대인의 추격하는 솔로포가 역전승의 발판이 됐습니다.
양팀 모두 공방전을 벌이다가 전상현이 갑자기 실투를 남발하며 리드를 빼앗겼는데 8회 공격에서 곧바로 최원준의 안타와 한준수의 안타 때 스타트를 끊은 최원준이 플로리얼이 공을 더듬는 사이 홈까지 들어 오면서 동점에 성공했죠. 플로리얼이 더듬지 않았더라도 홈까지 들어왔을 것 같은데, 만약 더듬지 않고 한 번에 송구가 됐다면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운이 따랐습니다.
한화의 결정적인 실책은 10회에도 나왔죠. 최원준의 선두타자 2루타 이후에, 홍종표의 번트 실패로, 1사 2루. 빠른 공을 잘 치는 한준수이기에 기대를 걸었는데 허무하게 사구로 1사 1, 2루. 1루가 채워져 있으니 오히려 병살타에 대한 위험이 컸고, 고종욱는 정우주의 빠른 공에 계속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그래서 볼넷 아니면 어렵겠다 싶었는데 어찌됐든 높은 빠른 공에 타구가 밀려 맞으며 3루수 쪽으로 인플레이가 됐고, 노시환이 잡아서 빠르게 병살타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너무 강한 송구를 하려다 보니(2루수가 들어 오는 속도도 조금 늦긴 했죠.) 악송구가 됐고, 이게 끝내기 점수가 됐습니다.
사실, 송구가 제대로 갔어도 2루수가 잡고 몸을 틀어서 송구를 해야 하며, 고종욱 발이 나름 빠른 편이라 병살타는 안된다고 봤습니다. 그냥 안전하게 2루부터 잡겠다는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이 상황에서 그런 생각까지 하기엔 너무 어렵긴 하죠.
어찌됐든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 앞에 둔, 사실상 메이저리그 투수 폰세와 양현종의 맞대결이라서 1점이라도 내고 지라는 심정이었는데, 선수들의 '이기려고 하는 의지'가 이런 경기를 잡게 하지 않았나 싶고, 어제의 불운이 오늘의 행운(사실은, 플로리얼과 노시환의 실책 때문이지만)으로 돌아온 걸 보면, 운은 돌고 돕니다.
폰세의 메이저리그급 포심을 담장으로 넘겨 버린 오선우와 황대인
1회에 대형 투런 포를 친 오선우는 4구째 몸쪽으로 들어 오는 폰세의 154km/h 포심이었습니다.(네이버엔 투심으로 찍힘) 최재훈은 바깥쪽 높은 코스로 유도했는데, 몸쪽으로 들어 온 실투였죠. 하지만, 실투라고 해도 폰세의 빠른 공을 완벽한 타이밍으로 넘겨 버리는 건 쉽지 않죠.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퓨처 파워 히터 다운 굉장한 스윙이었습니다. 올해 나온 KIA 타자들 홈런 중 가장 멋진 궤적이 아니었나 싶어요.
5실점을 하며,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나온 황대인의 4회 솔로 홈런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죠. 최재훈은 몸쪽 하이 패스트볼을 요구했는데, 하이 패스트볼로 들어가긴 했지만, 살짝 가운데 쪽으로 들어가면서 황대인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습니다. 역시 맞자마자 알 수 있는 대형 홈런, 이때 폰세의 구종은 155km/h의 포심이었습니다. 폰세의 하이 패스트볼은 정말 치기 어려운 데, 이것도 정말 잘 공략했죠.
참고로 올해 폰세가 던진 포심의 피OPS가 .574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오늘 오선우와 황대인에게 홈런을 맞아서 올라간 수치에요. 이런 위력적인 구속과 무브먼트 때문에 폰세의 올 시즌 포심 구종 가치는 19.2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리그 1등입니다.(2위는 헤이수스의 14.9) 즉, 오선우와 황대인은. 아니, 1군 멤버라고 할 수도 없는(오선우는 1군 멤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두 명의 선수가 폰세의 빠른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긴 건 정말 대단한 스윙이죠.
황대인은 오늘 경기 MVP죠. 6회 1사 1, 3루. 1-2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박상원의 포크볼이 밋밋하게 존으로 들어오는 걸 놓치지 않고 받아 쳐서 좌중간을 가르는 동점 2타점 2루타까지 칩니다. 실투라고는 해도 불리한 카운트에서 이렇게 자기 스윙을 하며 장타를 만드는 건 쉽지 않죠. 그래도 1군 짬밥을 좀 먹어 본 티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황대인이 오늘 좋은 활약을 하긴 했지만, 1루 수비에서는 위즈덤의 평범한 송구를 포구하지 못 하는 실책을 저지르기도 했죠. 덩치도 갈수록 커지는 느낌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1루수 수비를 세워서는 안 됩니다. 결국 최형우 은퇴 이후에 지명 타자 자리를 노리거나(그런데 나성범이 대기표를 들고 있는 걸) 가끔 1루수들의 체력 세이브 또는 대타 요원 정도로 활용은 가능할 것 같아요.
마운드의 MVP 성영탁
오늘 마운드에서는 성영탁의 피칭이 가장 좋았죠. 양현종을 두들기면서 컨디션이 좋아 보였던 한화 타선을 상대로 2 2/3이닝 동안 11명의 타자를 상대해 안타를 2개 밖에 맞지 않았습니다. 볼넷은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았고요. 양현종 다음에 성영탁이 3이닝 가깝게 완벽하게 막아 준 덕분에 반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죠.
다만, 개인적으론 성영탁의 피칭 퀄리티를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불펜 우완투수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공(투심)의 평균 구속이 143.1km/h에 불과하고, 10이닝을 투구하면서 ERA 0.00, WHIP 0.80으로 굉장히 좋은 성적을 찍고 있지만 FIP는 4.03으로 좋은 수치는 아닙니다. 즉, 현재까지는 운이 좀 많이 따랐다고 봐야죠.
실제로 불펜투수의 가장 큰 덕목은 삼진율인데, 10이닝 동안 탈삼진은 3개 밖에 잡지 못 했습니다. 헛스윙률도 매우 낮아서 맞춰 잡는 피칭을 하고 있다고 봐야죠. 결국, 운이 따르지 않으면 대량 실점의 위험성도 다분하게 있다고 판단되요. 이런 피칭을 하는 대표적인 투수가 KIA의 이형범이죠.
이형범의 경우 두산으로 이적한 첫 해(2019년) 61이닝 동안 10홀드 19세이브 ERA 2.66으로 팀의 마무리를 맡긴 했지만, 결국 구속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 하고, 2020년 이후에는 변변찮은 성적을 내지 못 하고 있습니다. 구위가 약한 투수들은 '낯설음'이 깨지면 공략을 당한다고 봐야죠.
하지만 성영탁은 이제 프로 데뷔한 투수이고. KT 원상현과 함께 부산고 마운드를 이끌었지만, 느린 구속 때문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마지막 순위(10라운드 96순위)에 지명됐죠. 타자는 가끔 하위 라운드에서 대박이 터지지만, 투수는 하위 라운드에서 대박을 건지기 어려운데, 10라운드에서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굉장한 발전입니다.
그리고 오늘 투구를 보니, 갈수록 좋아질 거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첫 한 두 경기는 빠지는 볼이 눈에 띠었는데, 오늘은 빠지는 공 없이 포수의 요구대로 정확한 게 공을 넣었습니다.(최재훈에게 허용한 큰 타구 빼곤) 성영탁이 부산고 시절에 좋은 투수로 활약한 이유도 이런 정교한 제구 덕분이죠.
다만, 지금보다 더 좋은 역할을 하고 싶다면 구속이 조금 더 붙어야 합니다. 지금은 '초심자의 행운'이 따랐다고 보여지지만, 이런 운들이 언제까지 계속될 순 없죠. 올해 1군 무대에서 많은 걸 배우고, 구위를 조금 더 끌어 올리는 과정을 차분히 밟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단평
- 윤도현 - 극심한 슬럼프를 깨부순 빗맞은 안타, 그 이후에 좋은 2개의 안타까지.
- 박찬호 - 2번으로 내렸다고 막 휘두르기 있기 없기?
- 최형우 - 잠잠하다 싶다가도 2번의 출루를 만들어 냄
- 위즈덤 - 위력적인 투수를 만나니 컨택 조차 안 되는 군
- 최원준 - 경기 후반부 빠른 발과 강한 타격으로 팀 승리에 일조함
- 김석환 - 첫 타석 안타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2차례의 호수비
- 홍종표 - 번트 연습 많이 하자. 그래도 운이 좀 따랐다면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도 될 수 있었음
- 한준수 - 점점 올라오고 있는 중
- 김호령 - 존재감 없었음
- 고종욱 - 끝내기 실책 유도보다 더 좋았던 정확한 홈송구
- 양현종 - 아무리 5선발이라고 해도 이렇게 던지면 곤란하다.
- 최지민 - 그거 아세요? 이번 주 4경기에서 5이닝 동안 볼넷을 단 1개도 안 줬답니다.
- 전상현 - 실투가 너무 많았음
- 정해영 - 투구 내용은 칭찬할 수 없지만, 정말 많이 고생했다. 3일 정도는 푹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