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KIA : 한화 - 무승부라도 하길 바랬어
패배의 요인
오늘 경기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드문드문 휴대폰으로 보는 바람에 짧게 씁니다.
경기를 내준 가장 큰 이유는 11이닝 동안 안타를 3개 밖에 못 쳤기 때문입니다. 특히, 함평 타이거즈 멤버들이 친 안타가 단 1개도 없었습니다.(박찬호가 2개, 최형우가 1개)
10회말 1사 만루에서 오선우의 타구가 끝내기 타구가 되는 건가 싶었는데 한화에서 만루 작전을 펼친 게 제대로 들어 맞았죠. 1사 2, 3루 상황에서 1사 만루 상황이 되면서, 1루수 위치가 변경이 됐고(다만, 정상 수비였으면 더 쉽게 잡았을 지도?) 1루에 주자가 있는 바람에 더블 아웃이 되었으니까요. 1회에는 정말 운이 안 따랐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11회의 아쉬운 투수 교체
11회의 투수 운용도 여러모로 아쉽죠. 최지민은 투구 밸런스가 오락가락하는 선수라서 오늘처럼 투구 밸런스가 좋은 날에는 끝까지 밀고 가야 합니다. 심지어 최지민의 장점이라면, 구위가 강하기 때문에 정타를 허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죠.
최지민의 문제는 많은 볼넷으로 인한 피출루율이지, 오늘처럼 1점으로 승부가 갈리는 상황에서는 구위로 윽박지를 수 있는 타입이기 때문에 끝까지 갔어야 했다고 봅니다. 아무리 이진영이 광주에서 미친 듯이 잘 치더라도, 구위를 이기는 타자는 많지 않으니까요.
최지민의 구위가 돋보이는 장면이 채은성을 잡았을 때였죠. 한가운데 높게 포심이 들어 갔음에도 구위에 밀려서 최근 타격감이 좋은 채은성의 타구가 평범한 외야수 뜬공이 됩니다. 제가 누누히 이야기하는 거지만, 최지민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런 구위에 있어요.
최지민은 통산 130.2이닝을 투구했는데 피홈런이 단 8개에 불과합니다. 작년에 2개 맞았고, 올해도 1개 밖에 안 맞은 상황이었어요. 볼넷이 많은 게 문제지, 통산 피장타율이 .344에 불과할 정도로 장타는 잘 억제하는 투수입니다.
이진영이 이번 시리즈에서 감이 좋았어도 최지민으로 밀고 갔어야 했습니다. 이진영이 우타자이긴 해도, 좌타와 우타를 상대했을 때 기록에 큰 차이가 없는 선수입니다.(좌투 OPS .855 / 우투 OPS .845) 사이드암에 OPS .606으로 약하긴 했는데, 윤중현은 맞춰 잡는 타입이지, 구위로 윽박지르는 타입이라고 보긴 어렵죠.
최지민이 얻어 맞았더라면, 1.2이닝 동안 볼넷 없이 3개의 탈삼진을 잡아냈기 때문에, 그냥 아쉽다고 할 수 있었는데, 윤중현이 올라와서 적시타를 맞았으니 투수 교체 탓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에 앞서 볼배합이나 김태군의 포구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죠. 2사 1루 상황이었는데 득점권이 된 이유는 2구째 투심을 포구하지 못 한 김태군의 미스였으니까요. 폭투로 기록되긴 했지만, 원바운드로 들어온 투구도 아니었는데 전 포일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볼배합의 경우 1-2 상황에서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커브 볼을 던졌는데 또 다시 5구째 커브 볼을 던진 것도 아쉬웠고요. 이진영이 마치 볼배합을 예상이라도 했듯이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커브 볼을 짧은 컨택으로 안타를 만들어 냈죠. 3구째 빠른 공에 미동 조차 없었는데, 몸쪽으로 빠른 공을 붙였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올러의 가장 큰 단점, 1이닝에 몰아 맞기
올러는 아주 좋은 투수입니다. 오늘도 전상현과 정해영이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무려 7이닝을 소화해줬고, 주자는 8명 밖에 내보내지 않았죠.
문제는 내보낸 8명의 주자 중 5명이 4회초 한 이닝에 몰아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김호령의 홈 송구가 잘 들어가서 2실점에 그쳤지, 명백히 3실점 짜리 이닝이었죠. 이렇게 한 이닝에 몰아서 맞는 게 오늘 경기만 그런 게 아니고 늘 위기 대응 능력이 참 아쉽습니다.
아래는 올러의 주자 상황에 따른 피안타율과 피OPS 입니다.
- 득점권 - .288 / .708
- 주자 있음 - .296 / .756
- 주자 없음 - .166 / .463
- 주자 1루 - .308 / .828
- 주자 2루 - .269 / .629
- 주자 3루 - .333 / .917
- 주자 1, 2루 - .273 / .749
- 주자 1, 3루 - .429 / .804
- 주자 2, 3루 - .125 / .583
- 주자 만루 - .500 / 1.000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특히, 기록이 나빠지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는 올러의 느린 슬라이드 스텝(퀵모션)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투구 동작이 느리다보니, 12개의 도루를 허용하며 리그에서 가장 도루 허용이 많은 3명의 투수(헤이수스, 잭로그) 중 한 명입니다. 그래서 본인도 주자 1루에 있을 때 제구력이 흔들리고 가운데 들어가는 실투가 많은 게 아닐까 싶어요.
주자가 없을 때의 기록을 보면, 페드로 마르티네스 저리 가라죠. 지금 올러의 유일한 단점이 바로 주자가 있을 때 피칭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점인데, 이 문제는 슬라이드 스텝을 개선할 수 있는 지, 개선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주자가 있을 때 평정심을 갖고 던질 수 있는 지가 향후 성적에서 관건이 될 듯 싶어요.
함평 타이거즈 멤버들, 강한 투수들을 만나면 흔들릴 수밖에
이번 주에 함평 타이거즈 주요 멤버들 성적이 별로 안 좋습니다. 아래는 이번 주 화요일부터 오늘 경기까지 함평 타이거즈 멤버들의 기록입니다.
- 김호령 - .333 / .500 / .500
- 오선우 - .278 / .435 / .333
- 윤도현 - .100 / .143 / .100
- 김석환 - .077 / .143 / .077
- 황대인 - .000 / .286 / .000
김호령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기록을 못 내고 있고, 특히 지난 주 맹활약한 윤도현이 굉장히 부진하고 있죠. 다만, 윤도현은 타구 운도 좀 안 따르는 것 같긴 해요. 어제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좋은 타이밍에 타구가 나왔는데 수비 정면으로 갔고, 오늘도 첫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정면으로 갔죠.
하지만 윤도현의 문제는 역시 선구안이죠. 오늘 2번 타자로 나와서 삼진만 2개 먹었는데, 모두 존에서 많이 빠진 공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탓할 수가 없어요. 윤도현이 평소에 보지 못 한 변화구니까요. 이런 것들을 헛스윙 하면서 배워나가면 되는 겁니다.
함평 타이거즈 멤버들이 못 치는 것도 당연합니다. 한화는 리그에서 가장 투수력이 좋은 팀입니다. 오늘만 해도 황준서의 포크볼이 정말 좋은 위치에서 떨어 지더라고요. 공략하기 쉽지 않았고,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성장해 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오늘 경기 놓친 게 너무 아쉬운 게, 선발 매치업에서 우위에 있었던 경기여서 그렇죠. 내일은 양현종과 폰세의 맞대결이니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둔 폰세의 경기이니, 양현종이 긁히길 바라는 수밖에 없어 보여요. 한화 수비진에서 에러가 나오길 바라든지요.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 해서 선수 단평은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