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KIA : 두산 - 투타에서 젊은 선수들의 좋은 활약
승리의 요인
두산의 토종 에이스 곽빈의 복귀전이었는데, 초반에 제구력이 흔들린 틈을 잘 공략했습니다. 볼넷 3개가 나와서 무사 만루 상황이었는데 위즈덤은 볼 2개 이후 곽빈의 제구력이 잡히면서 루킹 삼진으로 물러 났지만, 오선우가 곽빈의 컨트롤이 잡혔다고 판단하고 초구부터 빠른 공을 노리고 과감하게 돌린 게 2타점 2루타가 됐습니다. 오선우마저 범타로 물러 났으면 오늘 경기 쉽지 않았을텐데, 1사 만루에서 오선우의 적시타가 굉장히 큰 역할을 했죠.
곽빈의 제구력이 2회부터 안정화가 됐고, 특유의 빠른 공과 커브, 체인지업 조합에 타자들이 압도 당하면서 3회까지 삼진을 6개나 당했는데, 4회에 올라 온 양재훈을 상대로 2사 이후에 좋은 집중력으로 추가 3득점을 뽑아내면서 경기를 쉽게 잡았어요. 양재훈 선수 생소한 선수였음에도 빠른 공이 낮게 잘 들어가서 공략이 쉽지 않겠다고 봤는데, 낯선 투수를 상대로 김호령이 좌중간 가르는 2루타를 날려준 것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결국, 오늘 경기 승리의 큰 역할을 한 타격은 1회 오선우의 2타점 2루타, 김호령의 좌중간 2루타, 그리고 수비에서는 큰 사고를 쳤지만, 모처럼 복귀해서 3회에 적시타를 날려 준 최원준의 안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젊은 타자들의 좋은 모습은 오늘도 계속 된다.
오늘 최형우가 휴식일이라서 빠졌고, 오선우가 지명으로, 황대인을 1루로(오선우에게도 휴식을 주고 싶었을 겁니다.) 기용했는데, 이들이 잘 해줬죠. 황대인은 비록 안타는 없었지만, 1회 희생타를 쳐줬고, 볼넷도 2개나 골라 나가는 등, 괜찮은 활약이었습니다. 다만, 수비는 오늘도 포구에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지 못 해서, 황대인의 1루 출장은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오늘 3번으로 나온 윤도현이 오늘도 실망시키지 않은 타격을 했죠. 오늘은 심지어 타석에서 여유도 보이더군요. 1회부터 곽빈의 공을 침착하게 골라 볼넷으로 걸어 나갔고, 4회에는 양재훈의 빠른 공이 들어가는 위치가 우타자 바깥쪽 낮은 코스라는 걸 알고, 초구부터 그 코스에 방망이를 돌려 추가 적시타를 날렸죠. 6회에도 외야수에게 잡히긴 했지만, 좋은 타이밍에서 외야 쪽으로 큰 타구를 날리는 등 여전히 감이 좋아 보입니다.
스몰 샘플이라 조금 더 지켜봐야 겠지만, 윤도현의 올 시즌 컨택률이 84%나 됩니다. 최형우(79.4%)보다 더 좋은 수준이에요.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타자임에도 매우 인상적인 기록이라고 할 수 있죠. 신인급 타자들이 제일 고생하는 게 변화구 공략 능력인데, 윤도현의 올해 구종별 타율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포심 .400
- 투심 .333
- 커브 .333
- 슬라 .667
- 첸접 .429
- 포크 .000
우타자가 제일 고생하는 구종이 슬라이더라고 할 수 있는데, 슬라이더 타율이 가장 높아요. 물론, 아직 극 스몰샘플이기 때문에 신뢰도는 떨어지지만, 초반에 윤도현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는 같은 손 타자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구종인 슬라이더 공략을 매우 잘 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 말 하면, 바깥쪽 흘러나가는 구종을 인플레이 시키는 스윙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고요.
1군 경기를 오래 뛰면서 수비도 점차 안정화되고 있는 모습이고, 지금 윤도현의 타격 능력을 생각하면 수비에서 미스를 좀 하더라도 세금이려니 해야죠. 오늘은 심지어 나쁜 공도 골라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점차 타석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게 인상적입니다.
최원준, 수비에서 사고는 쳤지만, 모처럼 타석에서 맹활약
오늘 최원준은 5회 2사 2루 케이브의 평범하디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를 놓치면서 실점으로 연결되는 큰 실책을 저질렀는데, 다음 타자 김재환의 타구가 담장을 넘겼거나, 우중간을 갈랐으면 경기 승패는 끝까지 알 수 없었을 겁니다. 다행히, 김재환의 타구가 맞바람을 맞아서 뻗지 않아 다행이죠. 맞는 순간, 점수 차이가 2점 차이로 좁혀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타석에서는 모처럼 좋은 모습을 보였어요. 2번 타자로 세웠길래 속에서 욕이 나왔는데(이범호 감독에게 2번은 9번과 같은 자리인건가) 4타수 3안타 3득점 2타점으로 맹활약을 해줬습니다. 심지어 바빕타도 아니었고, 타구 속도도 좋았어요. 최원준의 가장 큰 문제가 손목을 빨리 덮으면서 팝플라이를 만드는 타격이었는데, 오늘은 모든 타구들을 강한 땅볼 타구로 연결 시켰습니다.
최원준만 작년 모습으로 살아나도 외야수 공격력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죠. 김호령이 오늘 3안타(2루타 2개)를 치면서 깜짝 활약을 하긴 했지만, 김호령의 커리어를 보면 스텝업을 했다고 보기엔 아직 의심스럽고(여전히 스윙할 때 상하체가 따로 노는 느낌이...) 최원준이 좋아져야 중견수 쪽에서 공수 밸런스 좋은 선수를 쓸 수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김호령의 스탯이 최원준보다 더 좋긴 하지만요.
김석환도 희망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은 1군 경험을 더 먹어야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이우성이 계속 삽질을 하고 있으니, 외야수는 올 시즌 끝까지 고정된 주전 없이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긁어 볼만한 자원은 있다는 게 긍정적인 부분 같아요. 올해 외야수 쪽에 좋은 선수들이 튀어 나오면 최약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덜 수가 있으니까요.
홍원빈, 오늘의 투구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디딤돌이 되길
8회에 점수 차이를 벌리면서 홍원빈이 등판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졌죠. 홍원빈... KIA가 2017년 우승으로 드래프트 10픽이 되면서 '가능성'만 보고 뽑은 선수입니다. 아마추어 시절 기록이랄 게 없었죠. 그냥 하드웨어만 보고 1라운드 픽을 행사한 선수인데, 2019년 입단 후 무려 6년 만에 1군 마운드를 밟았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오늘 투구도 좋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150km/h을 상회하는 투심 패스트볼의 위력은 보여줬지만, 포수 요구대로 들어간 공은 반도 안 됐어요. 점수 차이가 커서 두산 타자들이 볼넷을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인 스윙을 해준 게 홍원빈에게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1이닝 1실점. 그리고 마지막 아웃 카운트는 두산에서 가장 뛰어난 대타 요원인 베테랑 김인태를 상대로 공 3개를 모두 존 근처에 넣어서 잡아낸 삼진이었죠. 처음 올라왔을 때부터 아마 제정신이 아니었을 겁니다. 잠실 만원 관중 앞에서 공을 던지는 데 떨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죠.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고, 관중석을 보면서 감격을 느끼는 표정을 보니까 이 선수 크게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환호성을 기다리기 위해서 얼마나 기다리고, 얼마나 투구폼을 고치고, 밸런스를 잡고, 마운드에서 타자를 압도하는 구종을 던지기 위해서 연마했을까요. 그런 노력의 결실이 오늘 프로 데뷔 첫 삼진까지 연결됐다고 생각합니다.
홍원빈이 가진 무기는 매우 매력적입니다. 150km/h을 상회하는 투심, 그리고 140km/h 슬라이더. 지금 두산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최지강 선수가 떠오릅니다. 계속 던지면서 커맨드를 갖추면 매우 위력적인 불펜 투수가 될 수도 있어 보여요. 물론,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터뜨리기만 하면, 뒷문 단속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성영탁도 좋은 피칭을 해줬죠. 그동안 지는 경기에서만 나오다가 양현종에 이어 6회 마운드에 오르길래 정말 의외다 싶었는데, 6회 피해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존을 공략한 결과 4명의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습니다.(김민혁의 타구는 유격수 실책) 성영탁도 1군에서 던지면 던질수록 자신감을 갖고 던지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임종성을 삼진으로 잡는 커브가 아주 좋더라고요.
오늘 타선이든 투수쪽이든 젊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해준 것에 얻은 게 많은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두산 쪽에서 감독이 교체되고 라인업의 상당수가 경험이 부족한 선수로 교체된 덕분도 봤다고 생각하지만.(솔직히 라인업만 보면 함평 타이거즈 대 이천 베이스였음) 이런 경기를 놓치면 타격은 두 배로 크죠. 대승으로 상대를 압도했으니 칭찬이 아깝지 않습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실책 하나는 있었지만, 3회에 양현종을 지켜준 수비 원맨쇼는 굉장히 멋졌다. 타격감도 올라오는 듯?
- 위즈덤 - 삼진 3개는 아쉽지만, 7회 안타는 위즈덤의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다는 신호 같았음
- 김석환 - 타이밍이 늦는 것에 대해 박용택 해설의 조언을 생각해볼 필요는 있음.
- 김태군 - 타석에서의 단점이 모두 노출된 경기(느린 주력, 병살타)
- 김호령 - 타석에서 스텝업 했다면, KIA의 가장 큰 고민이 사라짐.
- 양현종 - 한창 좋았을 때의 구위만 못 했지만, 타선이 폭발해준 덕분에 승리 달성
- 전상현 - 점점 좋아지는 피칭 퀄리티
- 최지민 - 점수 차이 크니까 스트라이크 잘만 던지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