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Tigers 경기 리뷰

[5/28] KIA : 키움 - 함평 타이거즈 대승

Lenore 2025. 5. 28. 23:51

 

승리의 요인

 

5회에 양현종이 2사 이후에 집중타를 맞고 제구력을 잃어 계속 반대 투구 실투를 던지며 4실점을 해 6대2로 질 때만 해도 오늘 경기 어려울 거라고 봤습니다. 심지어 라인업에서 주전은 박찬호, 최형우가 전부이고. 김도영 마저 빠지면서 1군 라인업이 아니라 2군 라인업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죠. 하지만 함평 타이거즈는 강했습니다. 5회말에 3득점, 6회말에 타자 일순 5득점을 뽑는 등 무려 17안타 13득점을 뽑으며 대역전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함평 타이거즈의 중심타자들, 1군에서도 가능성 보이다.

 

함평 타이거즈의 중심타자는 윤도현, 오선우, 김석환, 황대인입니다. 얼마 전 함평으로 복귀(?)한 변우혁도 있지만, 변우혁이야 올해는 사실상 1군 멤버였고, 함평 타이거즈의 중심타선은 오선우, 김석환, 이영재에 오선우 1군 콜업 이후에는 김석환, 이영재, 황대인 정도라고 봐야겠죠.(황대인은 정말 간만에 1군 복귀)

 

 

윤도현은 함평 타이거즈에서도 중심타자는 아니었습니다. 올해 2군 스탯을 보면 .204의 타율에 OPS가 .600에도 못 미칩니다. 물론, 2군에서 소화한 경기가 18경기에 49타수 밖에 안 되어서 그렇지만, 작년에도 타율 .257에 출루율은 3할도 안 됐어요. 무..물론, 작년에도 윤도현은 2군 소화한 경기가 22경기(78타수)에 불과합니다. 윤도현이 1군에 올라온 건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활약이 컸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2군은 시시하다고 생각해서 대충했거나

 

오늘 윤도현은 떨어지는 변화구를 공략해서 시즌 첫 홈런을 쳤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역시 바깥쪽으로 빠져 나가는 원종현의 슬라이더를 공략해서 동점 적시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가기도 했습니다. 다만, 윤도현이 1루 밟고 허벅지 안쪽을 만지길래 또 햄스트링의 악몽인가 싶었지만, 다행히 근육 뭉침 증상에 보호 차원에서의 교체라고 하니 한숨 돌렸습니다. 다만, 윤도현도 자주 다치는 타입이라 조심조심 쓸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다리가 빠른 선수라지만, 올해는 도루 안 했으면 좋겠거요.

 

 

오선우는 오늘도 좋은 활약을 보였죠. 어제는 밀어서 대형 홈런을 치더니, 자신감이 붙었는 지 오늘은 존에서 떨어지지 않고 밀려 들어간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우측 담장, 장외 홈런을 날려 버립니다. 네 번째 타석에서도 강한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갔고, 마지막 타석도 변화구 잘 공략해서 우익수 쪽으로 잘 맞은 타구를 날리기도 했죠.

 

 

그리고 가장 활약이 고무적인 선수가 김석환입니다.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는데 두 번째 타석에서 3루 땅볼은 쉬프트에 잡힌 타구였고, 세 번째 타석 우전 안타는 엄청난 타구 속도를 보였으며, 마지막 타석에서는 기어코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지만, 챔피언스 필드 가장 먼 쪽 담장 최상단을 때린 2루타였죠. 맞는 순간 홈런이라고 봤는데 참 아쉬운 타구였습니다.

 

김석환은 일요일 경기부터 배럴 타구를 보이기 시작했어요. 원태인의 빠른 공을 강한 스윙으로 대응해 3-유간을 가르는 장면부터 고무적이었는데, 오늘 정말 좋은 타구를 많이 날려줬습니다. 

 

오선우와 김석환이 한창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때, 둘 중 한 명만이라도 1군 자원이 되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경기는 둘 다 1군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습니다. 

 

 

좌석환, 우선우의 꿈을 이룬 경기

 

코너 외야수는 좌타 거포의 상징과도 같은 포지션입니다. KIA만 해도 전성기 최형우는 좌익수, 전성기 나성범은 우익수였죠. 둘 다 소속팀은 KIA가 아니었지만. 왼손 잡이는 1루수와 외야수 밖에 볼 수 없고, 코너 외야수는 수비력보다는 공격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이니, 코너 외야수가 장타력이 없으면 많이 아쉽습니다. 그런데 좌석환, 우선우라는 팬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포메이션이 오늘 이상적으로 구현이 됐죠.

 

 

1군에서 자리 잡으려는 듯 하다가 부진과 큰 부상을 당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황대인의 활약도 반갑습니다. 변우혁의 등장과 위즈덤의 영입으로 1루에 더 이상 자리가 없어 보였는데, 부상 복귀 후 2군에서 좋은 선구안을 보이더니, 1군 복귀해서 3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네요. 타석에서 여전히 욕심이 많아 보이긴 했지만, 모처럼 만에 잡은 1군 기회이니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여기까지 아주 좋은 이야기지만, 하나 초치는 이야기를 하자면 타자의 활약은 반대로 상대 투수의 부진과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오늘 윤도현, 오선우, 김석환, 황대인이 상대한 투수들 중 1군에서 이름값을 증명한 선수는 원종현 한 명이고, 그마저도 선수 생활 황혼기입니다. 김연주, 박윤성의 ERA는 5점대, 원종현은 6점대, 이준우만이 3점대(하지만 최근 잦은 등판으로 오늘 ERA가 폭등), 이강준 6점대. 그리고 마지막 이닝에서 던진 임진묵은 프로 첫 등판이었죠.

 

냉정히 평가하면 1군 상위 기량의 투수들을 상대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1군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자신감을 보이면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죠. 앞으로 이보다 더 빠른 직구와 이보다 더 날카롭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들을 상대하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란 어려울 겁니다. 야구는 '힘'이 아닌 '기술'의 스포츠이니까 경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1군에 적응하기란 굉장히 힘든 일이죠.

 

하지만 적어도 '내 스윙이 1군에서 통한다'는 자신감을 심어 줬으니 이런 자신감이 '실력'으로 까지 발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윤도현, 오선우(이미 레귤러 멤버가 된 느낌이지만), 김석환, 황대인은 주전들의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못 올 수도 있어요. 이 기회를 잘 살려서, 1군 레귤러 멤버로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안 그래도 KIA 타선은 늙어가고 있고, 최형우, 김선빈, 나성범의 에이징 이슈, 그리고 김도영(이렇게 자주 다치면 종신 KIA 할 듯)의 메이저 진출 이슈도 있으니 어찌됐든 가능성을 보인 타자들에게 경험을 많이 쌓게 해줘야 합니다.

 

 

수비에서 맹활약한 김규성, 오늘 경기의 진정한 MVP

 

오늘 김도영이 빠진 3번 타자 자리도 오선우가 2경기 연속 홈런을 치는 등 잘 매꿔줬지만, 김도영이 빠진 3루수 자리는 메꿔진 정도가 아니라 '2배 업그레이드' 였습니다.

 

1회에 양현종이 빗맞은 안타를 잇달아 허용하면서 흔들릴 때, 김건희의 애매한 3루수 앞 땅볼 타구가 나왔는데 3루수 김규성이 이걸 잡자마자 홈으로 태그하기 딱 좋게 송구하는 장면에서 수비의 클래스가 느껴졌습니다. 계속 억까 타구가 나오면서 양현종이 흔들리고 있었는데 이때 홈송구로 주자를 잡지 못 했으면, 오늘 경기 시작부터 더 어려울 뻔했어요.

 

수비 쉬프트를 빠져 나간 이주형의 선두 타자 안타 이후(이 친구는 왜 KIA만 패나요) 양현종의 천적 이원석의 3루 땅볼이 유격수 쪽으로 깊은 위치였음에도 잘 잡고, 빠른 송구로 병살타로 연결시킨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김도영이었다면 이렇게 기민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었을까 싶은 순간이었고, 김건희의 잘 맞은 라인 드라이브 타구도 굉장한 점프 캐치로 이닝을 끝내 버렸죠.

 

 

타석에서도 득점의 실마리를 풀어 주는 역할을 했죠. 황대인의 2루타와 김호령의 사구로 만들어 진 1사 1, 2루 상황에서 김연주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존에서 잘 떨어졌는데 그걸 우익수 앞 안타로 만들어내는 타격 기술을 보여 줍니다. 4회에는 좌중간 2루타를 치고, 6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대량 득점의 시발점이 된 내야안타까지 만들었죠. 역시 존에서 낮게 잘 떨어진 포크볼을 컨택 잘 해냈습니다.

 

전, 여전히 김규성에게 타격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통산 OPS가 .600에 못 미치고, 올해 초반에 잠깐 번뜩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BABIP 빨이었지, 결국 OPS .563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죠. 그나마 김호령과 마찬가지로 1군 짬밥을 먹은 덕분인지 작년 2군에서는 8개의 홈런을 치긴 했습니다. 그래봐야 OPS는 .800에 못 미쳤지만, 김규성은 내야 전 포지션 수비를 준수하게 하는 지라 이 정도 타격만 해도 1군에 붙어 있을 자격은 되죠.

 

김호령도 타격 재능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중견수 수비 능력 하나만으로 1군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듯이, 김규성은 은퇴 때까지 좋은 타격을 못 하더라도, 1군에서 계속 붙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타팀에서 트레이드 카드로도 탐낼 수도 있어요.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전부 평균 이상으로 잘 해주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재능입니다. 김규성 덕분에 KIA도 내야 엔트리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요. 주루 센스도 있어서, 대주자로서도 기본 이상은 해주는 선수죠.

 

오늘 윤도현, 김석환, 황대인의 활약은 상대 투수가 1군 붙박이 투수라고 보긴 어렵다는 점에서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지만, 김규성의 오늘 수비에서의 모습은 냉정하게 볼 필요도 없죠. 정말 수비 능력이 우수합니다. 앞으로도 내야 전 포지션 백업 역할을 잘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김규성이 타율 .250. 출루율 .330 정도만 기록해줘도 1군에서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수비에서 신뢰가 많이 갑니다.

 

김도영의 긴 이탈은 수비에서 김규성이 보완해주고, 공격에서는 오선우와 윤도현 등이 보완해주면 이상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KIA가 우승은 커녕, 가을 야구를 하지 못 한다고 하더라도 오선우, 윤도현, 김규성, 김석환 등이 1군에 안착하는 시즌만 되더라도 얻는 게 많은 시즌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지금 KIA 야수진의 세대 교체는 필요한 시기이니까요.

 

오늘 대활약해 준 함평 타이거즈 일원들이 앞으로도 꽃길만 걷길 기대해 봅니다.

 

 


선수 단평

 

박찬호 - 땅 부지런히 파는 그 시기가 왔다. 타석에서 머리를 조금만 더 차갑게 하자

최형우 - 전성기 최형우였으면, 5회 타구는 무조건 홈런이었다. 그런데 전성기에서 내려왔는데 리그 OPS 1위네?

한준수 - 뭐야, 내가 없어도 점수 잘 뽑잖아?

김태군 - 자, 이제 누가 공격형 포수지?

김호령 - 김호령 다웠던 멋진 수비와 피날레를 장식한 2루타

양현종 - 제구가 엉망진창, 구위도 무뎠고, 커맨드도 없었다.

성영탁 - 어찌됐든 추가 실점은 없었으니까

이준영 - 이주형을 삼진으로 잡을 때는 정말 후련했다.

윤중현 - 전성기 박준표의 모습을 보는 듯. 임창용 모습도 20% 정도 보였음

최지민 - 제발 오늘처럼만 가운데에 때려 박자. 

김현수 - 1군에서 쓰기엔 너무나도 허약한 포심의 위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