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Tigers 경기 리뷰

[5/25] KIA : 삼성 - 주전이 빠져 있는 타선의 한계

Lenore 2025. 5. 25. 23:01

 

패배의 요인

 

9이닝 동안 점수를 2점 밖에 못 뽑았으니 져야죠. 투수들은 잘 했습니다. 9이닝 동안 안타를 4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 중 2개가 디아즈에게 맞은 2점 홈런과 끝내기 홈런이라는 점이었죠. 김태군의 동점 홈런도 라팍런이었는데 디아즈의 끝내기 홈런도 라팍런. 라팍런으로 당한 건 라팍런으로 갚음을 당했네요.

 

조상우가 못 던진 공도 아니었습니다. 바깥쪽 보더라인에 잘 붙였고 디아즈는 몸쪽은 잘 치지만, 바깥쪽에 약한 타자에요. 그래서 디아즈를 잡으려면 이준영처럼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왼손투수가 좋습니다. 실제로 올 시즌 디아즈의 좌투 상대 출루율은 .281에 불과합니다. 

 

 

조상우의 가장 큰 문제는 볼넷 허용도 있지만, 포심-슬라이더 투 피치에 좌타자 잡는 구질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조상우는 올해 우타 상대로는 피OPS가 .628에 불과하지만, 좌타 상대로는 피OPS가 .841까지 치솟습니다. 전성기 시절처럼 구위로 잡아내질 못 하니, 포심의 보더라인 피칭과 슬라이더의 무브먼트로 잡아 내는 데 이게 좌타 상대로는 잘 안 먹히죠.

 

여튼, 어쩔 수가 없어요. 곽도규만 있었으면 디아즈의 담당 일진으로 막을 수 있었는데(작년 한국시리즈에서 곽도규가 디아즈를 꽁꽁 묶은 게 승리의 요인이었죠.) 지금 불펜에 쓸만한 좌투수가 이준영 말곤 없습니다. 최지민은 2년 연속 볼넷이 삼진보다 더 많은데 승리계투조가 아니라 추격조로 써야 하는 선수고요.

 

왜 2점 밖에 못 뽑았을까... 일단, 상대 선발 투수가 원태인이기도 했고, KIA 라인업에 작년 주전이 4명(위즈덤, 나성범, 김선빈, 최원준)이나 빠졌는데 많은 득점을 뽑는 건 애초에 큰 기대를 하면 안 되는 상황이죠. 그나마 라팍에 강한 김태군이 미처 날뛰면서 시소 게임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전 대신 들어 온 선수들의 성적은?

 

나성범이 빠진 자리는 그래도 오선우가 '나쁘지 않게' 매워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즈덤과 김선빈이 빠진 자리는 전혀 대체가 안 되고 있고, 작년 최원준 만큼의 활약을 보이는 선수도 거의 없죠. 아래는 주전들이 빠지면서 기회를 받은 선수들의 올 시즌 성적입니다.

 

  • 오선우 OPS .805 / WRC+ 120.0
  • 변우혁 OPS .553 / WRC+ 51.4
  • 윤도현 OPS .666 / WRC+ 87.8
  • 김석환 OPS .398 / WRC+ 5.1
  • 김규성 OPS .517 / WRC+ 39.8
  • 박정우 OPS .730 / WRC+ 126.9
  • 김호령 OPS .568 / WRC+ 48.9

 

오선우와 박정우 만이 나성범(WRC+ 118.8)과 위즈덤(WRC+153)이 빠진 자리를 잘 해주고 있고, 나머지는 함량 미달입니다. 윤도현이나 김석환은 타석 자체가 많지 않아서 큰 의미가 없지만, 132타석이나 소화한 변우혁이 너무 못 해줬죠. 하위 타선이 이래버리니 주전들이 빠진 자리를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는 당연한 겁니다. 위 명단에서 풀타임 1군을 보낸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그나마 김규성 정도? 김규성도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되니까 1군에 오래 붙어 있었을 뿐이었죠. 어제도 이야기했지만 1군 투수와 2군 투수의 차이는 엄청나게 큽니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모르는 투수도 많고 변화구를 존에 못 넣는 투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러니 존에 형성되는 변화구를 놓치는 타자들이 너무나도 많죠.

 

오선우도 더 지켜봐야죠. 여전히 컨택률이 너무 낮습니다. 오선우의 컨택률은 65.8%에 불과한대 그보다 낮은 KIA 선수는 6타석 출장이 전부인 최정용(53.8%) 입니다. 적어도 컨택률을 10%p 이상 높여야 1군에서 버틸 수가 있어요. 하지만 이게 쉽게 되는 게 아니죠. 오선우는 지금 모든 공이 낯서니까요. 오히려 자기 스윙으로 컨택이 되는 공들은 안타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좋은 평가를 해줘야 합니다.

 

위즈덤이야 다음 주에 올라오니까 1루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 수 있지만, 여전히 외야수 문제가 많죠. 특히, 경험이 많은 이우성이 오늘도 중간에 들어와서 2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아무 것도 못 했는데 올시즌 이우성은 장타를 늘리기 위해 발사각도 조정하고 스윙도 크게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이우성의 컨택률은 늘 80%를 상회했습니다.(80.9%, 80.4%, 80.5%) 그런데 올해는 컨택률이 77.6%로 떨어졌어요. 이게 장타를 치기 위한 타자로 변하기 위한 적응 과정이면 모르겠는데, 순장타율은 작년 .113에서 올해 124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어제도 언급했지만, 주전들이 완전한 몸 상태로 복귀할 때까지는 2군에서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들을 돌아 가며 쓸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 와중에 오늘 잘 해주고 있던 박정우마저 햄스트링 부상(그 놈의 햄스트링)으로 빠지면서 외야 뎁쓰가 다시 또 얇아졌죠. 최원준의 부진을 타개할 유일한(?) 자원이었는데 박정우마저 빠지면서 이제 1군과 2군 통틀어서 중견수 자원은 최원준, 김호령 둘 밖에 없습니다.

 

 

좋아진 윤영철은 반갑다. 이의리가 복귀하면 불펜으로?

 

오늘 경기 지긴 했지만, 선발투수의 무게감만 따지면 더 쉽게 질 수도 있는 경기였는데 윤영철이 1회에 디아즈에게 허용한 홈런(아무리 초반에 포심이 힘 있게 들어갔지만, 디아즈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던지면 어떡하니) 이후에는 정말 매우 잘 던져줬죠. 특히 오늘도 1회에 143km/h 포심을 높게 던져 구자욱을 삼진으로 잡는 등 1회에만 삼진 3개를 잡으며 좋아진 구위를 자랑했습니다.

 

문제는 구속 유지력입니다. 1회에 140km/h을 상회했던 윤영철의 포심이 마지막 5회에는 급격하게 구속이 떨어졌죠. 아래는 오늘 경기 윤영철의 5회 포심 구속입니다.

 

  • 136km/h
  • 140km/h
  • 138km/h
  • 137km/h
  • 136km/h

 

총 5개의 공을 던졌는데 1개의 공만 빼면 모두 구속이 140km/h 아래였어요. 딱 봐도 5회에 힘겨워 하는 게 느껴지더군요. 1회에 좋은 공을 던지는 게 선발투수로서 체력 안배를 생각해서 던져서가 아니라 전력 피칭을 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그런데 전 1회 윤영철의 모습을 보면서, 이의리가 6월 중에 건강하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면 윤영철이 불펜으로 가서 작년 곽도규 역할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30개 정도 전력 피칭한다고 생각하면 구속도 145km/h까지는 찍어주지 않을까 싶은데, 이게 딱 오늘 상대한 삼성 백정현과 이승민이죠.

 

오늘 김태군에게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올해 백정현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좌완 계투 중 한 명입니다. 15이닝 이상 투구한 좌완 계투 요원의 WAR을 살펴보면, 백정현이 1.11을 기록해 압도적인 1위입니다.(2위 정현수 0.88, 3위 조동욱 0.78, 4위 이우찬 0.52, 5위 박시후 0.35, 6위 배찬승 0.33) 

 

 

개인적으로 젊은 투수들을 불펜으로 먼저 키우는 걸 굉장히 싫어하긴 하는데, 윤영철은 경우가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빠른 공이 없기 때문에 불펜으로 던지면 지금보다 피칭 퀄리티가 좋아질 가능성이 크고, 빠른 공이 없기 때문에 선발로 안착하더라도 3선발 이상의 활약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KIA는 올해 김도현이 선발로 안착하면서(물론, 풀시즌을 다 검증해야 겠지만) 선발 한 자리가 부족한 상황도 아니죠. 양현종이 5월 들어 부활하면서 아직 몇 년 더 뛸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고요. 윤영철의 선발 복귀는 양현종 은퇴 이후에 생각하더라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장하면서 구속을 더 끌어 올리면 로테이션에 합류할 기회는 얼마든지 주어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최지민이 투구 밸런스를 잡고 곽도규가 내년에 건강하게 복귀하면 선발 경쟁을 다시 할 수도 있죠. 김도현도 완전히 자기 자리를 차지한 것도 아니고, 김도현은 '낮은 삼진율'은 약점이기도 하니까요. 일단, 올해는 이의리 복귀 이후에 좋은 피칭을 한다면 윤영철은 불펜으로 빼서 작년 곽도규가 해줬던 룰을 맡기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의리는 선발로 쓰면서 왜 윤영철은 불펜으로 쓰려고 하냐고요? 이의리는 선발로 뛰면서 100구 이상 던져도 150km/h을 찍는 스태미너가 있는 선수고, 제구가 문제지 컨트롤만 완성하면 리그 에이스 자질을 갖춘 선수이니까요. 지금 선발 돌고 있는 좌완 투수 중에 평균 구속이 140km/h도 안 되는 좌완 투수는 거의 없습니다.

 

제가 일요일 낮에는 늘 근무인지라 풀경기를 보지 못 하고 하이라이트와 문자 중계만 챙겨 봐서 선수 단평은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