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 KIA : 삼성 - 팀을 구한 오선우의 어깨
승리의 요인
'네일'과 '황동재' 선발 매치업만 보면 잡았어야 할 경기였는데, 네일이 위기 상황마다 던진 공이 실투가 되면서 어려운 경기가 되었고, 7회에는 역전 위기 직전까지 몰렸는데, 오선우의 대단한 홈송구 하나가 역전을 막고 팀을 구했습니다.
1아웃 이후 이재현과 김지찬의 연속 안타로 1사 1, 3루 상황이 됐고, 마운드는 2군에서 조정을 끝낸 최지민이 올라왔습니다. 김성윤을 상대로 빠른 공을 존에 적극적으로 투구하면서 평범한 뜬공을 유도했는데 이 타구가 3루 주자의 홈 득점을 막을 정도로 짧은 거리가 아니었죠.
게다가 타구가 라인드라이브성이 아니라 각도 크게 떨어지는 지라 달려 오면서 송구를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3루 주자도 다리가 느리지 않은 이재현이었고요. 오선우가 잡자마자 홈으로 강하게 송구했는데 이 송구가 노바운드로 김태군의 글러브에 들어갔고, 김태군도 집중력있게 이재현을 태그하면서 한끗 차이로 아웃을 잡아냈습니다.
역전을 당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오선우의 이 홈송구가 게임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놨죠. 이어 다음 이닝에서 김규성의 기적의 안타 이후, 김재윤의 한가운데 145km/h 포심을 놓치지 않고 휘둘러 라팍 외야 2층 상단에 꽂아 넣어 버리는 김도영의 대형 2점 홈런으로 승기를 잡았습니다.
비록, 8회말에 최지민이 김영웅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면서 다시 또 위기에 몰리나 했지만, 정해영이 9회를 단타 1개만 맞고 2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세이브를 달성해 다시 5할 승률에 복귀했습니다.
완연히 살아 나는 이우성, 수비 감안하면 3할 쳐아지
최근 KIA 팬들 비난의 화살이 '이우성'에게 꽂혀 있는데 그럴만 합니다. 작년에 1루수로 뛰면서 박찬호와 김도영의 많은 실책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했고, 외야수로 쓰기에는 다리도 빠르지 않고 어깨가 너무 약해서 좌익수로 쓰는 게 한계죠. 좌익수면 외야수 중에 공격 역할이 가장 요구되는 포지션입니다. 그런데 2할 초반 치고 있으니...
하지만 수요일 경기에서 박영현을 상대로 담장을 다이렉트로 맞추는 2루타... 가 아니라(2루에서 아웃되었으니) 장타를 치더니 그 이후에 좋은 타격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3타수 1안타 2타점 1볼넷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오늘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타율을 .252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8회에 이우성의 안타가 없었더라면, 김영웅의 홈런은 동점 홈런이 되었겠죠. 그만큼 귀중한 적시타였습니다.
다만, 이우성은 엉성한 수비 능력을 감안하면 좌익수에서 WRC+ 120 이상은 쳐줘야 합니다. 지금 WRC+가 110.78을 치고 있으니, OPS .850 이상을 기록하면 WRC+ 120 이상도 가능하죠. 참고로 현재 리그에서 WRC+ 120 이상 치는 선수는 김성윤, 권희동, 손아섭, 로하스, 구자욱, 정수빈, 홍창기, 윤동희까지 8명에 불과합니다. (규정 타석 기준)
좀 가혹할 수는 있어도 이우성 수비 능력 감안하면 120은 쳐줘야 참아줄 수 있죠. 지금 그래도 110.8을 기록하면서 규정이닝 70% 이상 소화한 외야수 중에서는 리그 15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우성은 실제로 2023년에 400타석에서 WRC+ 122.4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무리한 요구라고 할 수 없죠.
점점 1군 멤버가 되고 있는 오선우
전, 오선우가 현재 타격 슬럼프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이 .361을 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는데 최근 5경기에서 삼진을 무려 8개나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17타석에서 삼진 9개를 당하며 삼진율이 50%를 훌쩍 넘어가죠. 그 와중에 볼넷은 단 1개도 얻어내지 못 하고 있어요.
그래도 어제 멀티 히트, 오늘 2루타를 치고 있긴 한대, 컨택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건 감이 안 좋다는 뜻입니다. 오선우에게는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 1군 무대를 본격적으로 돌아보고 있으니 모든 공들이 낯설 겁니다. 김도영도 첫 해에는 헤맸는데 나이가 아무리 더 많아도 오선우는 모든 게 낯설죠. 게다가 스윙이 큰 선수이니까 더욱 변화구 적응이 어렵습니다.(그렇다고 스윙을 작게 하면 변우혁 꼴 나는 거죠.)
그래서 '수비가 되는 게' 중요합니다. 야수는 수비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공격력 잠재력이 좋아도 써먹을 수가 없습니다. 김범석이나 이재원, 한동희가 자리를 못 잡는 이유에 이런 것도 있죠.(이재원의 수비 능력은 잘 모르겠지만) 수비라도 되면 참고 쓰겠는데 수비에서 마이너스 능력을 보이면 '경험치'를 줄 수가 없습니다.
오선우가 1군에서 수비력이 얼마나 좋은 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난 번 송구도 그렇고 오늘 송구도 그렇고 적어도 '어깨는 강견' 이네요. 송구를 위한 자세를 취하지 않았는데 홈까지 다이렉트로 던지는 외야수는 흔치 않습니다. 이런 선수가 왜 그동안 2군에서는 1루수로 육성되었는 지 모르겠네요. 어깨가 이렇게 좋은데 말이죠.
오선우 주력이 엄청 떨어지는 것 같지도 않고, 타구 판단 능력에서 심각한 하자를 보이지만 않으면 주자 억제 능력 때문에라도 외야수로 써먹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최근처럼 타격 슬럼프에 빠져도 라인업에서 빠지지 않죠. '수비가 되니까요.'
김도영, 홈런포 가동 중
부상으로 시즌 초 많은 경기에 결장했던 김도영, 어제 오늘 대형 홈런을 치면서 슬슬 작년의 포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성적은 타율 .315 / OPS .954 / WRC+ 160.8을 기록하고 있어요. 작년 타고투저에서 WRC+ 172.5를 기록했으니, 조금 더 분발하면 충분히 작년 성적은 찍어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김도영이 중요한 상황에서 홈런포 포함, 장타를 치고 있고, 최형우가 5월에 리그 최고 타자의 모습을 보이니까 3-4번에서 확실한 득점 루트가 만들어 졌죠. 그리고 박찬호 5월 출루율이 .395 입니다. 1번 타자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김도영과 최형우에게 타점 기회를 제공하고 있죠.
현재 KIA 타선은 위즈덤과 나성범, 김선빈이 빠져 있습니다. 위즈덤이야 다음 주에 복귀하겠지만. 나성범과 김선빈은 돌아 오더라도 6월 중순이나 6월 말 정도로 봐야죠. 그런 상황에서 김도영과 최형우가 확실하게 중심을 지켜주니까 득점력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리그 최강이었던 작년 포쓰에는 많이 못 미치죠. 무엇보다도 2번 타자 자리가 문제입니다. 오늘 윤도현이 2번 타자로 나와서 2타점 적시타를 치긴 했지만, 꾸준함에서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고, 오선우를 2번으로 쓰기에는 역시 컨택 능력이 좋지 못 해 최적의 2번 타자인지는 장담할 수 없죠.
김석환에게는 이번 주말까지 기회가 주어질 것 같은데 그 안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위즈덤이 올라 오더라도 내려가는 건 변우혁이 될 테고, 김석환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 한다면, 김석환이 내려가고 위즈덤이 올라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주전들이 해줘야죠. 이창진, 최원준, 나성범, 김선빈이 모두 돌아와 여름에 합류를 해줘야 치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현재 팀 타선의 가장 큰 문제는 하위타선의 공격력이죠. 새 얼굴이 들어와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고 해도 정말 많이 부족합니다.
현재 KIA의 하위 타선(6-9번) OPS는 .615를 기록하며 리그 평균(.660)에 한참 못 미칩니다. 지난해 KIA 하위 타선의 OPS는 .765를 기록하며 리그 1위였어요.(평균은 .712) 젊은 타자들이 생산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경험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최형우가 김선빈, 나성범, 이창진 등이 건강하게 복귀할 때까지 잘 버텨주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선수 단평
- 박찬호 - 안타는 치지 못 했지만, 2개의 볼넷과 희생번트로 기여함
- 윤도현 - 안타도 좋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았던 구자욱 잡아 낸 2루 수비
- 김규성 - 김재윤의 떨어지는 포크볼을 정확히 컨택해내다니...
- 최형우 - 하루만 일찍 태어났으면 홈런이었는데, 도거최는 나중에 설욕하자
- 김호령 - 아무리 오선우 감이 안 좋다해도 김호령이 대타라니...
- 김석환 - 운이 따른 안타. 그래도 이렇게라도 치면서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
- 변우혁 - 존재감 제로
- 김태군 - 라팍에 오면 신이 나나?
- 박정우 - 이재현의 타구를 잡아 낸 멋진 수비
- 네일 - 삼진은 많이 잡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투가 발목을 잡았다. 메이저감은 확실히 아님
- 최지민 - 좌절하지 마라. 볼넷은 없었고(오히려 스트라이크 너무 많이 던짐) 홈런은 상대가 잘 친거다.
- 조상우 - 아주 완벽한 투구
- 정해영 - 기적을 던지는 사나이에서 삼진을 잡는 마무리로 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