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 KIA : KT - 양현종, 온갖 억까를 이겨내며 호투
승리의 요인
오늘 KIA 타선은 6회부터 8회까지는 잠잠했지만(우규민, 문용인 구위는 추격조 수준이 아니던) 5회까지 KT 선발 쿠에바스를 상대로 11안타를 치는 등 맹폭하면서 경기를 쉽게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KT에서 병살타를 무려 5개를 치면서(1회 윤도현의 이상한 수비만 아니었다면 6개의 병살타도 가능했음) 5회부터는 편안하게 경기를 했죠.
양현종, 5선발이라고 비하해서 미안하다
오늘 양현종의 투구는 올 시즌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줬습니다. 6.2이닝 동안 4피안타 3실점(0자책) 4볼넷 4탈삼진으로 KT 타선을 막았는데, 포심이 힘있게 보더라인에 형성됐고, 체인지업도 존에서 낮게 떨어지는 등, 완벽한 커맨드 능력을 보였습니다. 4개의 볼넷이 좀 많긴 했는데 ABS에서 모두 살짝살짝 벗어난 수준이었어요.
그리고 구위가 전성기만 못 한 양현종은 지금처럼 던지는 게 맞죠. 오늘처럼 커맨드가 잘 이루어지면, 5선발이 아니라 3선발 정도의 역할도 다시 기대해봄직 합니다.
지난 양현종 등판 경기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양현종이 좋아진 데에는 포심이 다시 위력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4월까지 매 경기 피OPS 1.0이 넘어갔던 양현종의 포심은 5월 들어 4경기에서 .641, .648, 773, .656 으로 위력을 되찾았습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낮고 날카롭게 떨어지면서 피OPS가 .455에 불과하고요.
4월에 헤맬 때만 해도 구종의 추가나 포심을 버리고 투심이나 커터 등 변형 패스트볼을 던져야 한다고 했는데 5월에 회복하는 걸 보면, 아직 포심과 체인지업 조합이 한 시즌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어 보입니다. 물론, 여름을 잘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이죠.
5월 4경기에서 양현종은 24이닝 동안 ERA 1.88, 피안타율 .207, 피OPS .554의 호투를 이어가면서, 시즌 ERA도 4.61까지 낮췄습니다. 올 시즌 끝까지 3점대 후반에서 4점대 초반 정도만 유지해줘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라인업 황폐화, 그 와중에 주전 3인방이 다 해 줌
김선빈이 또 한 달 정도의 이탈이 유력한 상황에서 오늘 라인업을 보면, 작년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던 선수는 1번 박찬호(유격수), 3번 김도영(3루수), 4번 최형우(지명타자) 이렇게 3명 밖에 없었습니다. 이우성은 이창진과 번갈아 나왔고, 김태군도 한준수와 번갈아 나왔으니까 붙박이 주전이라고는 할 수 없고요.
그리고 박찬호가 5타수 3안타(홈런 아까비), 김도영이 5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최형우가 4타수 2안타로 맹활약하면서 많은 득점을 만들어 줬죠.
박찬호나 김도영도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긴 와중에 최형우가 정말 대단합니다. 현역 최고령 타자가 리그 WRC+ 1위(196.5)를 기록하고 있어요. 43살의 타자가 이게 말이 되는 성적인가 싶습니다. 작년에 골글을 탔다지만, 커리어에 비하면 잘했다고 하긴 뭐한 기록이었는데 현재까지 리그 최고의 생산성을 보여주는 타자라는 점이 정말이지 존경의 마음을 금할 수 없네요.
오늘 최형우 마지막 타석을 보면, 타격 기술의 정점을 확인할 수 있어요. 2-2 카운트에서 생각하고 있지 않던 몸쪽 잘 파고 들어 간 슬라이더를 짧고 빠른 스윙으로 우익수 앞으로 강한 타구를 만들어 냈는데 20년 넘게 야구하면 이게 가능한 것이구나 싶습니다. 이런 걸 보면, 야구는 힘보다는 기술의 스포츠가 맞는 것 같네요.
지금 최형우가 리그 최고의 타격 기술을 보여주고 있긴 한대, 아직 시즌은 100경기 가까이 남았죠. 기계로 만들지 않는 한, 아무리 지명타자로 뛰어도 체력적인 부침이 오는 시기가 올 거라고 봅니다. 즉, 6월말, 7월초 쯤에 김선빈과 나성범이 복귀하면서 최형우의 부담을 줄여줘야죠. 여기에 다음 주에 복귀하는 위즈덤도 득점권에서 약한 모습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기대했던 젊은 피는 부족한 모습만 노출
오늘 김기훈, 최원준, 김선빈이 1군 엔트리에 제외되었고(3명 다 예상했던 수순) 최지민, 김석환, 윤도현이 1군에 올라 왔죠. 참고로 3명의 2군 성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 최지민 - 3.0이닝 1피안타 0사사구 2탈삼진 0실점
- 김석환 - 113타수 39안타 10홈런 19볼넷 32삼진 .345 / .441 / .717
- 윤도현 - 49타수 10안타 1홈런 6볼넷 8삼진 .204 / .298 / .306
2군 성적에 불과하지만 최지민은 3이닝 동안 볼넷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밸런스를 찾은 건가 싶고. 김석환은 1군 안 올리면 선수가 섭섭해 할 성적이죠. 퓨처스리그에서 한동희(.711)보다 높은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물론, 한동희는 26볼넷 15삼진을 당하고 있으니 김석환은 아직은 공갈포)
그런데 윤도현은 저 성적에 왜 1군 올리나 싶죠. 아무리 스몰샘플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처참한 기록입니다. 무엇보다도 출루율이 3할도 안 되는 건 좀 문제가 있다 싶어요.
물론, 윤도현을 저 성적에도 1군 올린 이유는 '파워 포텐' 때문이죠. 1군에서 스몰 샘플이지만, 40타석에서 장타율 .526을 찍었고, 현장 평가도 좋은 선수입니다. 하지만 기록을 보면 이게 맞나 싶긴 해요. 2군 경기 뛴 자체가 많지 않긴 하지만(161타수) 통산 2군 출루율이 .286에 불과합니다. 파워는 확실히 보여주고 있지만, 타석에서 나쁜 공도 건드리는 건 문제가 있다 싶거든요.
뭐, 2군 성적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SSG의 붙박이 유격수인 박성한은 1군 올라오기 전인 2020년 2군에서 153타수를 나오면서 타율이 .235에 불과했습니다.(다만, 출루율은 .370으로 괜찮았음) 하지만 윤도현의 2군 스탯은 박성한의 사례를 생각하더라도 문제가 있죠.
여튼, 오늘 윤도현의 모습을 보면 타격에서도 계속 초구를 치면서 아웃 당하는 등 좋지 못했지만, 수비가 1군에 있으면 안 될 수준이었습니다. 1회에 로하스 타구 놓친 것도 자신감 부족과 콜 플레이 미숙으로 보이고, 이 모습보다 더 심했던 게 3점 째를 만들어 이상한 수비였죠.
배정대의 타구가 비교적 빠르게 김도영의 글러브에 들어갔습니다. 직선타인 줄 알고 2루 주자와 3루 주자가 모두 스타트가 늦었어요. 그래서 김도영이 3루 베이스를 밟고 홈으로 던져서 협살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평범한 상황은 타구가 빨랐기에 2루에 던지고 2루수는 1루에 던져서 병살타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협살 플레이는 실패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김도영이 타구를 원바운드로 잡고 2루로 던졌는데 송구가 이쁘게 날아가지 않긴 했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윤도현이 송구를 받는 자세부터 잘 못 되었어요. 송구를 받았을 때 한 쪽 발은 1루 쪽으로 턴하기 쉽게 디뎌야 했는데 1루 송구 자세를 포기하는 포구를 했죠.
이는 두 가지 상황 중 하나입니다. 김도영이 직선타로 배정대의 타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뒤늦게 땅볼이라는 걸 깨달았거나(이게 가장 합리적인 의심이긴 하죠) 아니면 김도영의 송구를 받고 몸을 돌려서 1루로 던지는 자신감이 없거나. 만약, 후자 상황이라면 1군에서 더 이상 내야수를 하면 안 됩니다. 내야수가 외야수보다 어려운 건 '모험적인 플레이'를 많이 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요.
박찬호 스스로 이야기했죠. 자기는 수비를 공격적으로 한다고, 그러다 보니 실책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실제로 박찬호 실책이 많지만, 이런 공격적인 수비를 하니까 수비 범위가 넓고 호수비로 상대를 잡아내는 경우도 종종 나옵니다. 그러니까 KBO에서 세이버 지표와 투표 등을 통해 유격수 수비왕을 2년 연속 줬고요.
정리하면, 윤도현은 공수에서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솔직히, 내일 당장 2군으로 내려 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렇게 하진 않겠죠.) 게다가 2루에 경쟁자도 많습니다. 수비력은 가장 좋은 김규성이 있고, 지난해 공수 균형이 가장 좋았던 홍종표도 있으며, 수비는 약하지만 2군에서 더 보여줄 게 없는 최정용(그런데 최정용은 감독 신뢰를 많이 잃은 듯)도 있죠.
김선빈의 내구성 문제로 2루수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긴 한대, 윤도현이 수비와 공격에서 어느 하나의 장점을 보이지 못 하면, 1군에 자리 잡는 데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고 최악의 경우 최원준처럼 포지션 못 찾고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아니면 1루수를 두드려 보는 것도 방법인데, 1루수를 보기엔 키가 좀 아쉽긴 하죠. (프로필상 181cm)
김석환도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좋은 모습은 못 보였고 좋은 타구도 못 보냈지만, 첫 타석은 좀 얼어 있어서 안 좋은 코스에 방망이가 나갔지만, 적어도 윤도현과 달리 타석에서 끈질긴 편이었고 많이 벗어난 공에 스윙이 함부로 나가지도 않았고, 볼넷도 하나 얻었습니다. 마지막 타석 삼진은 3-0 카운트에서 가운데 포심을 놓친 건 문제였지만, 이후 2개의 공은 상대 투수의 볼배합(당연히 직구 던질 줄 알았는데 변화구 2개)과 커맨드가 좋았죠.
윤도현은 컨택은 되는데, 자꾸 치기 어려운 코스를 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롯데의 손호영이 생각난달까... 둘 다 수비가 안 좋고 타석에서 지나치게 적극적이라는 공통점은 있네요. 다만, 나이는 손호영이 윤도현보다 거의 9살 많은 게 다를 뿐. 여튼, 오늘 경기만 놓고 보면 윤도현은 매우 많이 실망. 그리고 김석환은 최원준 정신 차릴 때까지 대타 등 뭐든 써볼 수는 있다 싶습니다. 아직 기회를 많이 준 것도 아니고요.
선수 단평
- 박찬호 - 임시 주장직을 맡더니 타석에서 펄펄 날아 다니다. 5cm 모자랐던 홈런은 아쉽
- 김도영 - 하수 : 김도영 수비 너무 불안하네 / 고수 : 오늘 홈런 치겠네
- 오선우 - 고영표의 투구에 타격 밸런스 무너졌다고 생각했지만, 3타석 만에 안타를 치며 우려를 불식시키다.
- 이우성 - 전날 마지막 타석에서 생명 연장 2루타를 치더니, 오늘은 중요한 적시타까지
- 김태군 - 유격수 땅볼 2개 치더니 기어이 병살타까지
- 박정우 - 최원준 자리 없다. 그런데 부상 아니지?
- 전상현 - 공 3개로 모처럼 깔끔하게
- 조상우 - 볼질만 좀 줄여주면 안 될까
- 정해영 - 안타 2개 맞았지만, 1개는 빗맞은 안타고, 병살타와 삼진으로 ERA 1점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