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Tigers 경기 리뷰

[5/21] KIA : KT - 무수한 잔루, 그리고 최원준

Lenore 2025. 5. 21. 22:08

 

패배의 요인

 

가장 큰 원인은 11명이나 주자가 나갔지만, 1득점 밖에 뽑아내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쉬운 순간이 4회초 공격이었는데 한준수와 김호령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는데 박정우의 번트가 포수 바로 앞에 떨어지면서 2루 주자 한준수가 3루에서 아웃됐죠. 이후 김규성의 굉장히 잘 맞은 우익수 플라이가 나왔는데 번트만 성공했어도 득점 성공했습니다.

 

5회초도 아쉽죠. 홍종표가 안타를 치고 나갔고, 최형우가 2루타를 치면서 1사 2, 3루 찬스가 됐는데 이때 타석에 오선우가 나옵니다. 그런데 오선우는 오늘 고영표의 체인지업에 8번 방망이를 휘둘러 8번의 헛스윙을 했고, 3개의 아웃 카운트를 헌납하는 동안 공을 9개 밖에 못 던지게 합니다. 고영표의 체인지업과 오선우의 스윙에 상성이 안 맞은 셈이죠.

 

앞 두 타석에서 오선우의 스윙이 고영표의 체인지업에 대응이 안 됐기 때문에 경기를 잡을 생각이 있었다면 대타를 기용했어야 했습니다. 대타감이 없었다고 해도 오선우 아닌 그 누구라도 썼어야 했죠. 이우성이라도 말이죠. 그런데 그대로 밀고 갔다가 역시 3구 삼진. 1사 2, 3루 좋은 찬스가 또 2사가 되면서 찬스를 무산시킵니다. 6회부터는 고영표의 체인지업이 살아 났죠. 이후에는 기회도 못 잡고 경기를 내주게 됩니다.

 

최원준, 이제 인내심의 한계다.

 

어제 게임을 망친 선수들이 이우성과 최원준이었는데 이우성은 그나마 마지막 타석에서 박영현을 상대로 7구 승부 끝에 체인지업을 잘 공략해서 펜스를 다이렉트로 때리는 타구를 날렸습니다. 비록 2루에서 아웃되긴 했지만, 장진혁의 송구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지 충분히 해볼만한 주루 플레이였습니다. 이우성을 탓할 게 아니죠. 코치도 2루로 뛰라고 했고요.

 

아무튼 이 타구로 2군행이 유력했던 이우성은 생명 연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원준은 오늘 수비 실책을 하자마자 경기에서 빠졌으니 내일 경기에서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2군행이 유력합니다. 타격이 되는 것도 아니고 수비도 완전히 얼 타고 있는데 1군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실책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1사 1, 3루에서 3루 주자 황재균의 홈 진루를 막기 위해서 송구 동작을 빨리 하려다가 완전 포구도 안 하고 글러브를 오므리는 바람에 실책을 저지른 것 같은데, 최원준의 어깨가 강하고 경기 초반인데다가 타구도 멀리 가지 않아서(심지어 우익수가 뛰어 들어 오면서 잡을 수 있었음) KT에서는 황재균이 홈 태그 플레이를 할 의도가 없었죠.

 

박재현 같은 신인급 선수가 이런 플레이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원준은 프로 입단 10년차의 베테랑입니다. 10년 째 1군 무대에서 뛰는 선수가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면, 1군에 왜 있어야 할까요?

 

마침, 최원준은 중복 자원이기도 합니다. 지금 1군에 외야수가 최원준, 오선우, 김호령, 박정우, 이우성이 있는데 최원준은 박정우와 역할이 겹치죠. 둘 다 장타력 없는 발 빠른 똑딱이 입니다. 발 빠른 똑딱이가 엔트리에 2명 이상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내리는 게 맞고, 김석환을 올려서 공격력을 차라리 극대화 해보는 게 나아 보입니다.

 

물론, 김석환이 올라 온다고 공격력이 올라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만. 비슷한 자원의 선수가 공수가 다 안 되는데, 2군 무대를 주름 잡고 있는 김석환을 올리지 못 할 이유는 없죠. 최원준은 손목을 빨리 덮는 스윙 교정할 때까지는 1군 무대에서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주자 억제력을 제외하면 수비로 팀에 기여도 못 하는 선수가 아무리 발이 빨라도 출루율이 .261이면 존재 이유가 없죠.

 

 

김선빈의 부상, 이제는 상수

 

오늘 김선빈이 주루 중에 주루 플레이를 포기하면서 벤치로 빠졌죠. 다리가 빠른 선수였다면 1루에서 세이프도 가능한 타구였는데 부상 때문이라지만, 이 주루 플레이도 팀에 찬물을 뿌린 셈입니다. 하지만 아프다니 어쩌겠어요.

 

김선빈에게 좀 가혹한 말일 수 있는데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 이번 시즌에서 보여지고 있으니 선발 출장 기회를 줄이고 체력을 보존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2군에서 현재 좋지 못 하다지만, 윤도현을 올릴 타이밍이 잡혀 있는 것 같아요.

 

어차피 지금 타선이 잘 안 돌아가고 있는데 윤도현을 못 쓸 이유는 뭘까 싶습니다. 게다가 송구 문제가 있는 윤도현이니까 2루수면 상대적으로 송구 부담을 덜어낼 수가 있죠.

 

지금 라인업에 주전이 많이 빠져 있죠. 위즈덤, 나성범이 빠져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김선빈 마저 아웃입니다. 절뚝이는 걸 보니, 부상이 가볍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다행히 부상이 가볍게 끝나더라도, 김선빈의 다음을 슬슬 생각할 필요가 있죠. 최형우처럼 몸이 튼튼하지 않으니 대비는 해야 합니다.

 

 

오선우, 타격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오늘 타선에서 가장 안 좋은 선수가 오선우였죠. 고영표의 체인지업에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했는데, 이런 모습이면 타석에서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고, 타격 밸런스가 흐뜨러질 우려도 있습니다. 게다가 오선우는 아직 1군 경험이 매우 적은 선수죠.

 

오선우에게는 가장 큰 고비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승엽, 양준혁, 장성호 같은 대단한 타자들도 이혜천 같은 좌타 저승사자 투수가 나오면 라인업에서 빼달라고 했다고 하죠. 다음 경기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오선우도 현재 이런 상황이라고 봐요. 스윙할 때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거든요.

 

이걸 빨리 수습할 수 있느냐... 아니, 무너진 스윙 밸런스를 다시 '찾을 수 있느냐'가 오선우의 앞으로 커리어를 가늠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일단 단기간에 수습하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빨리 스윙 밸런스를 찾으면 올 시즌 끝까지 1군에 남을 가능성도 있어 보여요.

 

 


선수 단평

 

  • 박찬호 - 경기가 안 풀려서 답답한 건 이해하겠는데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하지 마라
  • 홍종표 - 수비 범위는 확실히 인상적임
  • 김도영 - 역시 사이드암 투수에게는 안 좋구만. 하지만 운도 안 따름
  • 최형우 - 40대 중반을 달려 가는데 리그 최고 타자
  • 한준수 - 지독하게 안 풀리는 타구 운
  • 김호령 - 기적의 안타. 하지만 7번 타순에 들어서기엔 함량 미달
  • 박정우 - 경기를 망친 번트 실패
  • 김규성 - 안타는 없었지만, 타구질은 정말 좋았다. 그 놈의 타구질도르...
  • 올러 - 올 시즌 가장 제구력이 좋지 못 했다. 그럼에도 삼진 8개 잡음.
  • 이준영 - 우타자 상대 실험. 처참하게 실패
  • 전상현 - 이런 경기도 깔끔하게 못 막네
  • 윤중현 - 어제의 부진을 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