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 KIA : 롯데 -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명확한 경기
승리의 요인
3회말 공격에서 대량 득점을 하면서 '간신히' 경기를 잡았습니다. 사실, 더 쉽게 이겼어야 하는 경기인데, 승리계투조인 전상현과 조상우가 크게 흔들리면서 하마트면 경기를 내줄 뻔 했죠. 딱 지난 주 목요일 키움 경기가 재현될 뻔 했습니다.
3회 대량득점 과정에서는 운이 따랐죠. 오선우의 적시타까지는 실력이 작용한 부분이지만, 김도영의 빗맞은 땅볼이 내야 안타가 되고, 최형우가 친 타구도 2루수 고승민의 글러브에 걸렸지만, 완전 포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안타가 되면서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지 않았죠. 최근 땅 파고 있던 김선빈이 친 타구는 병살타라고 봤는데 유격수 글러브를 살짝 스치면서 안타가 됐습니다.
이런 행운이 3연속으로 터지니 대량득점으로 갈 수밖에 없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좋은 타격을 한 선수는 오선우라고 봅니다. 이번 롯데 3연전은 오선우의 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타선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한 오선우
어제도 한현희 상대로 가장 좋은 타구를 날렸던 오선우인데, 1회에는 나균안의 절묘한 커맨드에 당하면서 3구 삼진을 당했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첫 타석 삼진의 기운을 없앤 우익수 앞 안타를 쳤죠. 두 번째 타석에서도 포크와 커터에 당하면서 0볼 2스트라이크라는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존으로 들어오는 나균안의 실투를 흔들리지 않고 강한 스윙으로 받아 쳤습니다.
여기서 오선우와 변우혁의 차이가 보이는데, 변우혁은 2스트라이크에 몰리는 상황에서 극단적으로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면서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는 스윙을 하죠. 그래서 컨택은 되어도 타구에 힘이 없으니 장타가 잘 안 나옵니다. 그 와중에 삼진율은 작년 25.7%에서 올해 28.3%로 더 나빠졌고요.
변우혁도 오선우처럼 타격을 해야 합니다. 삼진을 무서워하지 말고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자기 존에 온 공은 놓치면 안 되요. 상대 투수가 잘 던지는 공을 공략 하지 못 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야구는 투수가 압도적인 확률로 이기는 싸움이에요. 그 싸움에서 졌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죠.
제가 시즌 초에는 변우혁의 컨택 스윙에 대해서 1군 적응 과정이라서 봐주는 거지만, 궁극적으로는 강한 스윙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아마도?) 오선우가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자기 스윙을 하는 걸 변우혁도 좀 본 받았으면 좋겠어요. 2군 성적은 변우혁이 오선우보다 더 좋기도 하고요.(지난해 2군 OPS 변우혁 1.088, 오선우 .775)
물론, 시즌 끝까지 오선우가 지금과 비슷한 활약을 할 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컨택이 안 좋은 선수(성장했다고 해도 여전히 리그 하위권 수준입니다.)이기에 슬럼프가 한 번 오면 세게 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의 좋은 모습을 적어도 한 달 이상 유지할 수 있다면, 올해의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 스텝업할 가능성이 크죠. 원래 장타자는 키우기 어려운 법입니다.
올러, 리그 종료 시에는 네일보다 나을 지도?
오늘 마운드에서는 올러와 정해영이 정말 잘 해줬죠.(이준영도 나승엽을 삼진으로 잘 막았고) 특히, 올러의 피칭이 좋았는데 롯데 타선을 상대로 6이닝 동안 안타를 4개 밖에 안 맞았습니다. 삼진을 7개 잡는 동안 볼넷은 단 1개도 내주지 않았고요.
올러가 다른 투수보다 안 좋은 건 ERA 뿐입니다. 오늘도 안타 4개에 2실점이면 참 운이 없다고 봐야죠. 첫 실점은 연속 단타 이후 번트, 희생타로 인한 실점. 두 번째 실점은 첫 타자 2루타 이후 땅볼과 희생타로 실점. 삼진 능력이 뛰어난 선수인데 롯데 타자들 컨택이 좋으니까 실점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네일이 한창 잘 나갈 때도 삼진 잡는 능력은 올러보다 떨어져서 운이 안 따르는 날에는 네일의 실점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봤는데, 올러는 삼진 잡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뛰어나니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죠. 실제로 현재까지 네일-올러 두 투수의 주요 스탯을 비교해보면. (괄호 안은 리그 내 순위)
[ERA]
네일 2.18 (4위)
올러 3.00 (15위)
[FIP]
네일 2.75 (7위)
올러 2.76 (8위)
[WHIP]
네일 1.06 (6위)
올러 0.89 (1위)
[K/9]
네일 8.05 (16위)
올러 9.50 (9위)
[BB/9]
네일 2.52 (10위)
올러 2.00 (4위)
[피안타율]
네일 .216 (11위)
올러 .188 (4위)
[피OPS]
네일 .548 (4위)
올러 .552 (5위)
둘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네일은 올러에 비해 위기 상황에서 땅볼 유도 능력을 통해 실점을 억제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올러는 네일에 비해 포심 구위가 좋고 이 때문에 삼진 능력이 뛰어나며 스태미너도 올러가 더 좋아요. 그래서 시즌 끝나면 제 생각엔 올러가 네일보다 조금 위에 위치할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고보니, KIA 타이거즈 역사상 이렇게 외국인 투수 2명이 완벽한 시즌이 있었나 싶네요. 당장 떠올릴 수 있는 게 로페즈와 구톰슨이 있던 2009년인데, 로페즈에 비하면 구톰슨은 이닝 소화능력이 너무 떨어졌죠.(로페즈 190.1이닝, 구톰슨 161.1이닝) 2017년 헥터와 팻딘도 생각나는데 팻딘이 헥터보다 차이나게 부족하고요.
물론, 시즌 끝까지 네일과 올러가 부상 없이 완주해야 겠지만, 시즌 초반 분위기만 보면 로페즈-구톰슨 이후로 가장 뛰어난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팀 승률은 5할이 안 되다니... 이것도 참 아이러니하네요.
믿을 건 정해영 뿐? 흔들리는 전상현과 조상우
정해영은 지난 주 키움전에 크게 혼나긴 했지만, 천적 최주환을 상대했으니 이해해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천적 타자는 있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오늘 경기도 이준영, 정해영이 아니었으면 동점 일보 직전이었죠.
게다가 계속 이야기하는 건대 올해 정해영은 포심 평균 구속이 148.2km/h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입니다. 작년보다 구속이 3km/h가 더 붙었으니 삼진율도 당연히 올라갔죠. 현재까지 11.44개로 작년 8.88개를 2개 이상 넘는 기록입니다. 정해영은 데뷔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요. 나이 24살에 정말 대단하죠.
그리고 불안불안하다고 하지만, 최주환에게 두 차례나 임팩트 있게 털려서 그렇지, 올해 정해영의 피OPS는 .646을 기록하며 작년(.709)보다 훨씬 나아 졌습니다.(물론, 작년엔 타고 투저였지만요)
10개 구단 주전 마무리 투수들의 피OPS를 정리해보면(작년 순위 순서)
정해영 .646
김재윤 .796
장현식 .628
박영현 .656
김택연 .601
조병현 .505
김원중 .621
김서현 .441
류진욱 .832
주승우 .693
정해영보다 확실하게 위에 있다고 할 투수는 조병현, 김서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올해 정해영은 불펜에서 가장 믿을맨이죠. 두 번이나 결정적으로 최주환에게 얻어 맞은 거 빼면 상당히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상현과 조상우죠. 둘 다 안 좋지만, 진짜 안 좋은 투수는 조상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볼넷이 너무 많아요. 오늘 경기는 전상현의 제구가 흔들리면서 한 가운데 공이 몰려서 전상현이 더 큰 미스를 했다고 생각하고, 조상우가 7회에는 전상현이 싼 똥을 잘 치워주긴 했어요.
그런데 8회 투구를 보면, 요행수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습니다. 레이예스에게 홈런을 허용하고 전준우를 상대로 3-1까지 카운트가 몰려 한가운데 직구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잘 맞은 타구가 박찬호의 정면으로 가면서 간신히 위기를 넘겼죠.(여기에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이 인정된 아슬아슬한 상황)
조상우의 가장 큰 문제는 '볼넷' 입니다. 오늘도 8회에 고승민에게 볼넷을 준 게 문제였고, 레이예스에게도 1볼 상황에서 가운데 변화구 넣다가 2점 홈런 맞았습니다. 전준우 상대로도 볼이 스트라이크보다 더 많았고요.
올해 조상우의 9이닝 당 볼넷은 6.16개입니다. 작년에도 4.54개로 많았는데, 여기서 더 늘었죠. 이렇게 볼이 늘어난 이유는 '완벽하게 보더라인에 넣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구속이 전성기 시절보다 10km/h 가까이 하락했으니 어쩔 수 없는 변화죠.
결국, 조상우가 제몫을 못 해주고, 2군에서도 치고 올라오는 투수가 없는 바람에 장현식의 공백만 더 커진 셈입니다. 장현식이 있었으면 조상우를 영입하지 않았겠지만, 장현식도 잔류시키고 조상우까지 영입했으면 불펜은 더 튼튼했겠죠. 여기에 곽도규 이탈, 황동하 이탈. 최지민은 투구 폼이 무너진 상태고... 불펜이 참 깝깝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금 현 상황에서 불펜에 믿을 투수는 '정해영' 단 한 명이에요.
방망이는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행복회로를 돌려 봅니다. 김도영이 돌아온 지 얼마 안 됐고, 위즈덤도 완벽히 나아서 복귀해 시즌 초의 모습을 보이면 타격 생산성은 올라갈 거에요. 이창진과 나성범이 복귀해주면 외야 뎁쓰도 조금 더 두터워질테고요.(하지만 비관적인 상황도 예측 가능합니다.)
그런데 불펜진은 도무지 답이 안 나옵니다. 전상현이 폼을 회복해도 조상우가 폼을 회복할 지 모르겠어요. 가장 큰 이유는 '구속' 입니다. 전상현의 포심 구속은 작년과 동일합니다. (작년과 올해 모두 144.1km/h) 회전 수가 떨어졌는 지는 체크해 봐야겠지만, 전상현의 문제는 커맨드가 작년만큼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지 구위 문제는 아니죠.
그런데 조상우는 '구위' 문제입니다. 군대 가기 전에 포심 평균 147.6km/h를 던졌고, 2019년에는 포심 평균 구속이 152.3km/h 였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구속이 떨어져서 올해는 포심 평균 구속이 145.4km/h에 불과해요. 이러니 투수는 더 정교한 피칭을 하려다보니 볼넷이 늘어나죠.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결국, 2군에서 누구든 튀어 나와야 하는데 참 미래가 보이지 않네요. 조대현 대신 원상현을 뽑았으면 이런 고생도 안 할텐데 하는 죽은 자식 XX 만지기 같은 생각도 들고. 팀에 쓸만한 불펜투수가 정말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장현식 빠지면 임기영, 김기훈, 유승철이 어느 정도 해줄 지 알았는데, 셋이 합쳐서 플러스도 아니고 마이너스네요. 허허.
여튼, 전상현과 조상우가 좋아지든, 불펜에 새얼굴이 딱 튀어나오든 이런 상황이 없으면, 올해 KIA는 상위권은 물론이고 5강 경쟁도 힘들 것 같습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두 번의 출루로 톱타자 역할은 했지만, 8회 수비는 너무 여유부렸다. 세이프였으면 멸망이었음
- 김도영 - 좋았던 화요일, 부진했던 수요일, 초반 부진했지만 후반 좋아진 목요일.
- 최형우 - 3타수 3안타. 아직도 노친네가 팀 타선의 중심
- 김선빈 - 적시타가 하나 나왔어도 여전히 타구 질이 별로
- 이우성 - 임팩트 없었음.
- 한준수 - 잘 맞은 건 수비 정면. 빗맞은 건 안타.
- 김호령 - 지명수비수니까 못 쳐도 이해 가능(끄덕)
- 최원준 - 나아졌는지 아직 모르겠음
- 이준영 -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유도,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 완벽한 피칭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