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KIA : 키움 - 또 볼넷, 또 최주환
패배의 요인
볼넷.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않으면 상황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오늘 KIA 투수들이 내준 볼넷은 6개 뿐(?) 입니다. 문제는 이 중 5개가 8회 한 이닝에 몰아서 나왔다는 점이죠. 황동하는 5이닝 동안 볼넷 딱 1개 줬습니다. 그런데 승리계투조라는 투수들이 올라와서 정면 승부 피하더니 결국 정면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싹쓸이 역전 2루타를 맞았죠.
오늘 경기 데자뷰 아닙니까? 올 시즌 초 키움하고 3연전에서도 정해영이 최주환에게 역전 2루타를 맞았고, 오늘도 똑같은 코스로 안타 맞았습니다. 전 진심으로 2사 만루 최주환 타석 볼 2개로 시작했을 때 제발 볼넷 밀어내기를 주라고 기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할 때는 볼질하다가 볼을 던져야 할 때 직구 우겨 넣고 3타점 싹쓸이를 맞았죠. 정해영은 올 시즌 초에도 최주환에게 당했는데 오늘 또 당했습니다. 똑같이 직구 가운데 넣다가 우측 라인으로 타구 보낸 것도 똑같죠.
정해영은 송성문에게 안타를 맞더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졌어야 했고, 조상우도 만루 홈런으로 주자가 싹 사라진 1사 이후에 첫 타자 김동헌을 볼넷으로 내보낼 이유가 하나도 없었죠. .211 타율에 홈런도 없는 선수가 뭐가 무섭다고 볼넷을 줄까요.
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불펜 투수 2명이 나왔는데 둘 다 정면 승부를 하지 못 하면서 볼넷을 내준 게 이 모양이 이 꼴이 됐습니다.
키움하고 시리즈 전에 키움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3연전을 모두 잡아야 했는데, 로젠버그와 황동하가 맞붙은 오늘 경기는 승리에 마음을 비운 상태이긴 했습니다. 그런데 8회까지 10대3이었던 경기를 내준 건 단순 1패 이상이죠. 3연전 다 담았어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상황이거늘...
만루 홈런 맞았다고 쫄았나?
왜 볼질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10대3에서 올라오자마자 볼넷 2개 연속 준 최지민이야 원래 밸런스가 오락가락하는 투수라서 화딱지는 나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조상우와 정해영은 왜 볼넷을 줬을까요? 특히, 조상우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앞서 김태진의 만루 홈런 효과가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김건국이 올라오긴 했는데 김건국은 사실 1군에 있으면 안 될 기록이죠. 9.2이닝 동안 피안타율 .357에 WHIP이 2.17 입니다. 그런데 김건국 대신 누굴 올려야 하나 생각하면 딱히 없기도 합니다. 제가 시즌 초부터 계속 지적하고 있는 투수 뎁쓰 문제가 진짜 원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 아무리 김건국이 만루 홈런을 쳐 맞았어도 아웃 카운트를 5개만 더 잡으면 되는 상황에서 타격이 강하지도 않은 김동헌과 이용규를 볼넷으로 내보낸 건 이해할 수가 없죠. 조상우가 그동안 잘 해주긴 했는데 오늘 경기는 친정팀한테 패작하려고 그러나 싶은 소리 들어도 할 말 없습니다.
김동헌과 이용규는 둘 다 홈런 타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가운데에 넣질 못 했을까요? 정해영이야 천적 최주환이고, 그 앞에 감이 좋은 송성문이라 애써 이해는 하겠는데(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이해가 되진 않음) 조상우는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네요.
그래도 오늘 경기 긍정적인 부분을 적어보자면
불펜진이 볼질하는 건 귀신 들렀다고 생각하렵니다. 김건국은 애초에 1군에 있으면 안 될 투수라고 누누히 이야기했지만, 투수 뎁쓰가 처참하니 어쩔 수 없다고 치고. 최지민, 조상우, 정해영이 똥볼을 던진 건 아니니까 오늘은 날이 안 좋아서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선수들도 그냥 한 번 졌다고 생각하고 툴툴 털어버려야 할 겁니다. 정해영이 최주환에게 맞은 건 그냥 자연재해니까.(차라리 밀어내기를 주지 ㅉㅉ)
그리고 저는 김태진을 KIA에 있을 때부터 정말 싫었던 게, 방망이를 짧게 잡는 태도였습니다. 거의 방망이 중간을 잡을 정도로 타격이 엉망이었던 선수였는데 오늘 보니 드디어 방망이를 정상적으로 잡더군요. 김태진은 왜 스스로 본인의 한계를 만들면서 스윙을 하는 걸까요? 짧게 쥐고 키움에서 3년간 홈런 하나 없었는데 길게 잡더니 벌써 홈런 2개 치고 있습니다. 애초에 이렇게 쳤어야죠.
여튼, 황동하는 오늘 정말 잘 던져줬습니다. 올해 KIA가 그나마 건지고 있는 게 있다면 선발 로테이션에서 김도현과 황동하라는 우완 정통파 투수들을 발굴해낸 거에요. 물론, 키움 상태가 안 좋긴 하지만 상대가 약해도 5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이라는 기록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황동하는 올 시즌 보면 평균 구속도 141.7km/h에서 144.1km/h 으로 상승했고, 작년에 황동하의 성적을 지탱해준 결정구 슬라이더는 올해도 좋죠. 구속만 늘어났을 뿐 아니라, 삼진율도 17.5%에서 18.1%로 나아졌고, 볼넷율도 9.5%에서 7.9%로 좋아졌습니다. 그 덕분에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도 4.59를 기록하며 5.30이었던 작년보다 나아졌고요.
오늘 황동하를 일찍 내린 선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는데 전 내리는 건 문제 없었다고 봅니다. 올 시즌 선발로 몸을 만들었던 선수도 아니었고, 황동하 다음에 나온 이준영과 전상현이 비록 실점은 했으나 8회초에 KIA 타선이 5득점을 하면서 이들의 실점은 승패에 영향을 끼치진 않았죠. (그래도 실점한 게 문제라고 지적할 순 있지만, 2이닝 동안 8점 준 투수들이 ㅄ 입니다.)
전 황동하는 계속 로테이션을 돌리는 게 맞다고 봐요. 올해 KIA 상황을 보면 리핏은 굉장히 힘들어 보이고, 투수 뎁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5강 다툼도 힘들 것 같습니다. 작년에도 개선되지 않은 수비가 올해도 마찬가지고, 리그가 투고 타저 현상을 보이면서 압도적인 공격력이 강점이었던 KIA의 장점이 퇴색됐죠.
그래서 김도현, 황동하 두 명이라도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 시키면 소득이라고 보고, 이의리가 건강하게 복귀해야 투수 뎁쓰 문제는 그나마 해결 기미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곽도규가 이탈할 때도 언급한 내용인데, 장현식 이탈보다 곽도규 이탈이 정말 타격이 큽니다. 곽도규도 볼넷은 많지만, 최지민과 달리 삼진 능력이 뛰어나서 '운'이 작용하는 영역을 줄여주는 투수였거든요.
작년 곽도규의 절반 수준의 활약이라도 해 줄 투수가 나와야 올 시즌 순위 경쟁이 가능할 것 같네요. 리핏은 투고타저 현상이 지속되면 포기하는 게 맞습니다. 여기에 오선우 같은 새로운 얼굴들이 자리 잡아준다면, 늙어가고 있는 타선(최형우, 김선빈, 나성범)에 희망이라도 던져주지 않을까 싶네요.
3연전을 다 쓸어 담았으면 KIA 아직, 모른다라고 하고 싶지만, 다 잡은 경기를 투수들의 새가슴 때문에 놓쳐 버리는 경기를 보니, 올해는 텄다라는 생각을 지우지 않을 수 없네요. 이의리가 돌아와서 여전히 볼질 해대면 5강도 힘들다고 봅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ㅄ 같은 경기를 화려하게 마무리한 피날레
- 김선빈 - 4번이나 출루했는데 뭘 더 해줘야 할까?
- 김도영 - 마지막 두 타석에서 타격감 조율
- 위즈덤 - 지독한 아홉수.
- 이우성 - 로젠버그를 무너뜨린 2루타
- 변우혁 - 2루타 하나 쳤다지만 참 애매하네...
- 정해원 - 보여주지 못 함
- 최형우 - 아직도 팀내 최고의 해결사라는 사실이 참...
- 오선우 - 망해 가고 있는 팀에 그나마 희망을 던지는 중
- 한승택 - 니가 무슨 잘못이겠니
- 박정우 - 찾았다. 1번타자.
- 이준영 - 슬라이더 장인, 슬라이더에 당하다.
- 전상현 - 1실점은 재수 없는 안타 2개 연속 맞아서 그런 거고, 실질적으로 오늘 가장 잘 던짐